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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희 문학평론
계간 딩아돌하 2025년 여름호(제75호)
따로 또 같이 열어가는 염려의 공간 ― 2025년 봄의 시
“이름이 있지만 이름이 지워진 것들의 목록을 골똘히 떠올렸고” (이은규, 「귤락」, 『딩아돌하』 2025년 봄호) 2025년 봄은 정치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계절이었다. 민의를 등진 기득권 카르텔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속속들이 장악해 왔는지 매번 확인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의식이 나날이 팽창했다. 부풀 대로 부푼 담론의 장에서 광장...
하혁진 문학평론
계간 창작과비평 2025년 여름호(제208호)
말을 잃은 아버지들 ― 이미상, 성혜령, 예소연의 소설을 중심으로
1985, 2005, 그리고 2025 여기, 두 명의 아비가 있다. 첫 번째 아비는 허수아비를 만들고 있다. 낡고 녹슨 재료로 고작 허수아비를 만들면서도 그 태도는 사뭇 진지하다. 아비는 자신이 만든 "넝마들"을 향해 준엄하게 명령한다. "황산벌에 계백 장군 임하시듯 / 늠름하게 쫓아뿌라, 잉". 그러나 허수아비를 만드는 아비는 정작 자신이 허수아비라는...
하혁진 문학평론
계간 문학인 2025년 여름호(제18호)
광장의 흔적, 흔적의 광장 ― 『유리 광장에서』(빠마, 2024)
광장은 경합의 장이다. 두 가지 의미에서 그러한데 첫째, 서로 다른 구호를 외치는 이들이 갈등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둘째, 같은 구호를 외치는 이들이 불화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때 후자의 불화는 전자의 갈등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멀리서 보면 같은 구호를 외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가까이서 보면 크고 작은 균열과 차이를 품고 있...
민가경 문학평론
월간 현대시 2025년 6월호(제426호)
비스듬히 남은 밤의 노래
"누구도 깊은 지옥에 빠져 있는 사람들보다 순수하게 노래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천사들의 노래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그들의 노래입니다."1) - 1920년 8월 26일, 카프카가 밀레나에게 보낸 편지 일부 카프카의 이 문장은 고통 한가운데 있는 존재가 그 고통의 진실을 가장 정확히 노래할 수 있다는 역설을 제시한다. 특히 그가 '지옥에 있는 이들의 노...
황사랑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봄호(제149호)
몫 없는 자들의 광장 : 배수연,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문학과지성사, 2024) /윤은성, 『유리 광장에서』(빠마, 2024)
미래의 인간에겐 얼마만큼의 공간이 주어질까. 기술의 발전으로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대화하거나 가상현실 속에서 놀라운 일들을 체험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미래는 이제 인간에겐 넓은 공간이 필요치 않는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며 깨달은 것은 인간에겐 자신을 보호해줄 사적 공간 외의 공적 공간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느리게 걸으며 자연의 변화...
공현진 소설
격월간 악스트 2025년 1월/2월(제58호)
어떤 인간은 ― 한강, 『소년이 온다』(창비, 2014)
2024년 10월, 많은 이들이 환희와 감격에 차서 한강의 소설을 다시 읽었다. 나 역시 그러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그 어떤 축제보다 우리를 들뜨게 했고, 고양된 기분으로 한국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게 했다. 우리를 자랑스럽게 했다. 사람들이 서점으로 몰려가고 소설책이 품절되는 현상이 다른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황선희 문학평론
계간 딩아돌하 2025년 봄호(제74호)
읽는다는 것, 있다는 것 ― 2024년 겨울의 시
읽는다는 것, 있다는 것 ―2024년 겨울의 시 “깨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잃어야 하죠.” (김경인, 「도토리 줍기」, 『딩아돌하』 2024년 겨울호) 황선희 가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고 모처럼 ‘문학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논의가 풍성해지는가 싶었다. 그러다 마주친 12월 3일 계엄의 밤을 생각한다. 어제를 동여맨 막막한 공...
김건형 문학평론
계간 문학동네 2024년 가을호(제120호)
김기태의 즐거운 시민들
세계의 규칙을 다시 묻는 전환기의 화자들 김기태의 화자들은 사회문화적 권력에 민감하면서도 동시에 둔감하다. 그들은 규범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민하게 파악하고 의문을 품는다는 점에 서 예민하지만, 그 규범과 불화하며 이탈하기보다는 이질감을 품고서도 그 미시 적 중력장 안에서 살아가는 데 어느 정도 적응했다는 점에서 무던하기도 하다. 「전조등」은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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