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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호 문학평론, 동시조, 동시

계간 동시먹는달팽이 2025년 여름호(제30호)

동시로 읽는 동시 역사, 우리의 삶 2

<들어가며> 1908년 <소년> 창간호에 실린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를 한국 동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어느덧 한국 동시의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었다. 한국 동시가 걸어온 길을 찬찬히 돌아보니, 각 시대의 하늘마다 별이 되어 빛나는 작품이 많다. 이것들은 모두 앞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 간 동시인들이 내일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남겨준...

이주혜 소설, 번역

계간 문학동네 2025년 여름호 (제123호)

달콤 씁쓸한 암호들 사이에서

한 계절 동안 소설을 읽는 틈틈이 오래도록 번역 출간을 기다려왔던 앤 카슨의 책, 『에로스, 달콤씁쓸한』(황유원 옮김, 난다, 2025)을 읽었다. 사라지지 않을 것을 욕망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무도 없다. 그리스인들은 이 점에 있어서 분명했다. 그들은 그것을 표현하고자 에로스를 발명했다.(29쪽) 그는 이어서 읽기와 쓰기 자체가 에로스적이...

백애송 문학평론

계간 시조시학 2025년 봄호(제94호)

인간과 사물의 존재에 대한 내면화

인간과 사물의 존재에 대한 내면화 백애송 삶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새로운 사회적 환경과 인간관계 속에서 다양한 사고방식이 파생되면서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변화해 간다. 이러한 변화하는 삶 속에서 김범렬 시인의 시는 당면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탄탄하고 감각적인 시어를 통해 깊은 ...

최다영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4년 가을호(제62호)

수중 비행 일지 ― 나혜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아침달, 2024)

언뜻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아침달, 2024, 이하 『하이햇』)에 수록된 시 대부분은 알고리즘적 피드1)를 내면화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쓰인 것처럼 보인다. 『하이햇』의 수록작 대부분은 업데이트 강박에 시달리듯 짧은 단위의 파편들이 무맥락적, 무간격적으로 빠르게 전환되어 마치 타임라인의 랜덤한 조합처럼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에스 오 에스」에서...

김다솔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가을호(제47호)

완파 소녀단 — 나혜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아침달, 2024)

이 시를 쓴 사람의 손바닥에는 패인 자국이 있을까. 그러니까, 여린 살 위에 손톱이 깊게 박힌 흔적이 거기 안쪽에 있을까.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를 읽고서 나도 모르게 떠올린 질문이다. 시집 곳곳에서 만난 ‘주먹 쥔 소녀들의 잔상’이 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름의 속사정이 있겠지만 나혜의 소녀들은 주로 두 가지 감정들로 인해 주먹을 꽉 움...

정과리 문학평론

월간 현대시 2024년 5월호(제413호)

죽음에 맞선 순수의 형태들 (1) ― 전봉건 : 죽음을 횡으로 캐다

전봉건의 “투명한 표현”을 어디서 확인하고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연은 짧지 않다. 우선 시인이 현실을 묘사하는 양상을 보자. 누가 하모니카를 부는데 두레박 줄은 끊어지기 위해서 있고 손은 짓이겨지기 위해서 있고 눈은 감겨지기 위해서 있다. 그곳에서는 누가 하모니카를 부는데 피를 뒤집어쓰고 죽은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