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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문학평론
월간 현대시 2025년 9월호(제429호)
요절의 윤리와 미학 ― 차도하와 김희준, 죽음에 대한 시적 태도로부터
1. 죽음, 시간의 부재와 매혹 우리는 모두 죽는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재산과 신분에 상관없이, 이상과 신념이 어떤 것이든, 누구나 결국 죽는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기에 논쟁할 필요조차 없다. 자연의 사실로서 죽음은 늦거나 빠르거나,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닥치는 필연적인 운명이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죽음은 항상 사고다. 동시에 죽...
정원 문학평론
계간 문학들 2025년 여름호(제80호)
슬픔에 대한 주석 ― 류근, 『상처적 체질』(2010)과 김근, 『에게서 에게로』(2024) 그 사이 어디쯤
1. 주석으로 남은 말 끝내 말하지 않아서, 끝내 그 말을 듣지 않아서 영원히 기억되는 순간이 있다. 시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그것은 완결되지 않는다. 미완성의 일은 좀처럼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자이가르니크 효과—물론 심리학적 개념으로서의 정확한 정의는 다르지만 미완이라는 상태가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연민과 응시의 감각. 시는 언제나 그 완...
이근희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4년 봄호(제18호)
고통이 사랑일 수 있을까 ―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중심으로
0. 영상이 아닌 소설이 지닌 서사 윤리가 따로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 시대 소설의 윤리적 고민은 무엇이고, 또 그것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요?”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덜컥 수락했으나, 글을 써야할 시점에서야 제대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이 주제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게 있는가. 혹은 말할 자격이 있는가. 사회적 참사, 인간이 ...
소영현 문학평론
계간 문학동네 2024년 가을호(제120호)
소설은 무엇이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여름 독서 외전
1. 소설의 ‘아름다움’과 소설의 ‘힘’ 소설은 무엇이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작가인 A. H. 리움은 인종, 젠더 등 여러 측면에서 장애인의 소수자성을 다룬 에세이 모음집 『급진적으로 존재하기』에 실린 글 「내 소설을 친구 매디에게 바치는 이유」에서 “연립의 아름다움”과 “변혁하는 힘”1)을 강조하며 문학이 철저한 개인의 창작...
박동억 문학평론
계간 딩아돌하 2024년 여름호(제71호)
SF시란 무엇인가
1. SF, 타자와의 새로운 관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2013)에는 시와 SF의 장르적 차이를 넘어서는 듯한 하나의 이미지가 제시된다. 그것은 바로 우주로 내던져진 인간이다. 영화의 핵심은 우주정거장에서 일어난 조난 사고이다. 라이언 스톤 박사는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서 우주정거장에 파견되는데, 우주를 떠도는 잔해가 우주왕복선...
이숭원 문학평론
한국문학 2024년 상반기호(제318호)
서정의 원형(原型) 혹은 서정의 전범 ㅡ 홍신선의 신작시 다섯 편
1. 부분으로 나뉘지 않을 한통속 홍신선 시인의 신작 시 다섯 편을 읽으며 시인의 공력(功力)이란 말을 떠올렸다. 공력이란 어떤 일에 들이는 정성과 힘이란 뜻이다. 시인은 어떤 일에 정성을 쏟고 힘을 기울이는가? 시인이라면 마땅히 홍신선 시인처럼 이런 일에 정성을 쏟고 이런 일에 힘을 기울여야 하리라고 생각했다. 「가을, 밤이 길어지면」을 읽으면 그가 ...
이희우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하이픈 2024년 겨울호
불화하는 ‘나의 이야기’ ― 재현의 윤리 이후를 상상한다
0. “포스트 대의제”라는 조건 지난 6월 인터넷방송인 김현지(김사슴)의 공론화가 있었다. 정지돈 작가의 전 연인이라고 밝힌 그는 『야간 경비원의 일기』(현대문학, 2019)의 ‘H’와 『브레이브 뉴 휴먼』(은행나무, 2024)의 ‘권정현지’가 자신임을, 혹은 자신을 참조하여 만들어진 인물임을 주장했다.1) 그 이후로 김현지와 정지돈이 몇 차례의...
이희우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하이픈 2024년 가을호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 예소연에 대한 노트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 예소연에 대한 노트1) 1. 돌봄과 고독 예소연의 소설을 읽으면 상충하는 힘들의 긴장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소설은 상대적으로 긴장을 해소해 주고 화해의 국면에 도달한다. 반면 어떤 소설은 완강한 충동,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경도가 두드러지며, 그것이 끝내 해소되지 않는다. 어떤 소설은 다정하게 헤어짐을 그리지만,...
심영의 문학평론, 소설
계간 창작21 2024년 봄호(제64호)
문학이 기억하는 혹은 기억해야 할 역사
1. 문학적 기억과 태도 지난 계절에는 유난스럽게 역사적 사건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많았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징후적 사건이 합의된 역사에 대해 부정하고 비틀고 정치적 목적에 맞게 가공하는 일일 게다. 일찍이 박근혜 정권에서 시도하다 끝내 좌절되었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윤석열 정권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
최진석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4년 겨울호(제148호)
삶의 공포와 비루함의 아이러니 : 고재귀, 『공포』(제철소, 2024)
1. 질문의 문학 이제는 문학사 속의 오래된 기록처럼 느껴지지만, 근대 문학을 기리는 박물관에서는 여전히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러시아 문학사를 수놓은 이름들은 낯설지 않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투르게네프… ‘위대한 사실주의 소설가’의 목록 끝자락에는 안톤 체호프의 이름도 올려져 있다. 아, 누군가는 대뜸 혀를 찰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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