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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준 문학평론
월간 현대시 2025년 8월호(제428호)
연민과 공생 ― 나희덕의 신작시를 읽는 한 가지 방식
“숲속에서 쓰러지는 나무는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도 소리를 낼까?” 영국의 소설가 테리 프래쳇(Terry Pratchett)의 이 질문은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나무가 쓰러지고 소리를 내는 자연적인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 즉 인간이 없으면 ‘지각’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인아영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여름호(제150호)
당신을 향한 리듬 : 조시현,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문학과지성사, 2025) / 현호정, 『한 방울의 내가』(사계절, 2025)
문체는 단지 어휘의 선택이나 통사의 조합과 같은 수사적 기술이 아니다. 내용 위에 덧붙여진 표면적인 장식도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저자의 사유와 언어의 감각이 협상되는 장소에 가깝다. 언어의 전달 기능을 초월하거나 그것에 선행하면서 주체가 세계를 향해 던지는 질문을 생산·배치·조율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체는 글쓰기에 딸려 오는 부속물이 아니라 ...
이지은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봄호(제149호)
대온실과 하숙집 : 김금희, 『대온실 수리 보고서』(창비, 2024)
채집과 이식, 박탈과 이산 1907년 헤이그에 특사를 보내 일제의 국권 침탈에 대항하려 했던 고종이 강제 퇴위되고, 황제의 자리에는 그의 아들 순종이 즉위한다. 순종이 거처를 경운궁에서 창덕궁으로 옮기자[移御], 이토 히로부미의 영향력 아래 있던 어원사무국(御苑事務局)은 창경궁 내에 동·식물원과 같은 근대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민중에게 개방한다. 조선왕...
민가경 문학평론
월간 현대문학 2025년 3월호(제843호)
아이( )마음 ― 김복희, 『장타령』 외 9편
김복희가 내놓은 열 편의 신작 시와 에세이에는 이런 표현이 되풀이된다. "아 이 마음." 대관절 그 마음의 정체가 무엇이관데 그렇게 '마음' 앞에 가로놓인 괄호 안을 자꾸만 헤집고 기웃거려보다가 문득 멈춰 서게 되는 것일까. 마음 앞에서 여전히 체계적일 수 있다고 단단히 오해 중인 나. 그렇게 점점 더 체계적으로 오인되는 마음의 세계. 그 괄호를 특정한 하...
우찬제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5년 봄호(제22호)
고통의 법열(法悅)과 깊은 주문(呪文)
1. 고통의 상상력 “학살 이전, 고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1) 이것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문장이 아니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한강의 문장이다. 그 단호함이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나 처절하여 차라리 숭고하다. 또 “증언. 의미. 기억. 미래를 위해”(p. 166) 기록하거나 증언해야 한다고들 하지...
강지희 문학평론
계간 문학동네 2024년 여름호(제119호)
AI 시대, ‘인간 없는 예술’의 도래 앞에서
1 이번 봄에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인공지능 시대에 적극적으로 인간이라는 의식을 탐험하고 매체를 다시 읽어내는 글들이었다. 2020년대 들어 인류세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비인간’ 담론들은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지피티ChatGPT의 등장 이후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차지하고 있던 독보적인 단상 위에서 내려와 비인간과의...
김주원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4년 봄호(제60호)
발코니 시학의 탄생 : 박세미, 『오늘 사회 발코니』
박세미의 두 번째 시집 『오늘 사회 발코니』(창비, 2023)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도시의 세부 공간이다. 공간이 삶을 만든다는 말은 시에도 해당된다. 공간의 설계와 구조는 사람들의 생활과 관계를 면밀히 고려하는 일이다. 첫 시집 『내가 나일 확률』(문학동네, 2019)에서 중요한 공간은 ‘방’이었다. 그래서인지 박세미 시의 화자는 종종 내밀한 관찰자로서 ...
임지연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4년 겨울호(제63호)
작은 선의가 어쩌면 우리를 구원할지도 몰라 : 박해울, 『요람 행성』
SF를 읽을 때 독자는 기이하고 낯선 상상력에 쾌감을 느끼곤 한다. 특별한 스토리가 없어도 낯설고 신기한 인간-비인간들의 등장과 비/과학적인 모험만으로도 흥분되는 독서 체험을 얻게 된다. 고백하자면 박해울의 SF는 내가 앨리스 먼로의 단편소설을 읽은 후에 느꼈던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이야기를 따라 읽을 때는 감지하지 못하는, 책을 덮고 난 후에 가...
김재복 문학평론
계간 동시먹는달팽이 2024년 가을호(제27호)
자연과 인간의 거리에 대하여 ― 고영미 동시집 『신문 읽는 지구』(도토리숲, 2024)
알다시피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거리는 쉴 새 없이 지워졌다. 인간은 지적 호기심만을 넘어 자연을 망설임 없이 퍼가고 없애고 오염시킨다. 그런 행위를 보며 제 몸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온몸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영미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신문 읽는 지구』는 환경동시집이란 특별한 부제를 달았듯 인간과 자연의 거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가 보기...
강동호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4년 가을호(제147호)
비-인간의 함성 ― 김혜순 시의 ‘무한한 여성’과 ‘중립’의 정치
나는 하나의 사실을 명명한다. 나는 하나의 이름 아래, 즉 여기서 중립이란 이름 아래 여러 가지 것들을 결집시킨다. — 롤랑 바르트1) 1. 김혜순의 이름들 한국 현대시의 역사에서 김혜순의 시가 차지하고 있는 의미와 그 위상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시인–예술가로서, 시에 대한 철학자로서, 아시아 여성으로서, 교육자로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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