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고백
고백 강이현 내 안의 창문은 전부 닫혀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이라는 옷을 입고 다녔다. 옷은 무거웠다. 괜찮고 괜찮지 않은 날에. 미안하고 미안하지 않은 날에. 너는 자주 물었다. 내가 한 질문을 나에게 돌려주었다. 물음 하나쯤은 지울 수 있다고 믿었지만 어떤 말은 하지 않은 말보다 오래 남는다. 방 안 어딘가에 눌어붙어 있음을 나중에 깨닫는다.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다. 내일도 그와 함께 밤을 견디고 싶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열매
열매 강이현 이 호텔엔 과일이 없었다. 당신이 들어온 이후로 나는 매일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너무 익으면 검은 점이 생기고 먹을 수 없게 된다고 하지만 모든 상처는 문장이다. 나는 방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무언가의 침입을 준비하는 상태로. 룸서비스는 감정을 배달한다. 얼음과 따뜻한 수건. 그리고 보이지 않는 열매 한 알. 내가 과일이 될 수 있을까. 나의 얼굴을 가늠하다 말고 벗어 놓은 신발을 보고 기억을 더듬는다. 언제부터 이곳에 와 있었지. 하루가 더 지나면 색이 변하고 말 것이다. 예정보다 이른 퇴실을 망설인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