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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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시계
시계 권기덕 영상을 촬영했다 시계를 톱으로 잘랐다 말복이었다 너는 졸업작품전에 내 행위가 담긴 영상을 발표한다고 했었다 여치 울음소리가 들렸다 타조가 죽은 타조를 찾아 도롯가를 뛰어가는 내일 뉴스가 오늘 흘러나왔다 비가 내렸다 해가 쨍쨍했다 해가 배구공처럼 탱탱했다 나는 배구공을 톱으로 잘랐다 너는 공산품을 자르는 내 얼굴이 시계 같다고 했다 배구공 같다고 했다 영상은 되감기의 방식으로 재생된다고 했다 내가 톱에 잘렸다 시계가 완성되고 배구공이 탱탱해지고 죽은 네가 돌아왔다 가창 백숙집에 갔다 예전에 집단 총살 희생이 있었던 곳이 멀지 않다고 했다 닭을 잘랐다 7월이었다 검은 구름이 몰려왔다 까마귀 떼였다 영상 속에서 바다제비를 봤다 버려진 생명에 눈을 맞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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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여우의 빛
여우의 빛 권기덕 나는 악역 배우다. 한때는 유명한 서부극 주인공이었다. 지금은 추락하는 중이다. 방금도 TV 시리즈 촬영장에서 총을 맞고 쓰러졌다. 쓰러진 것은 그래도 쓰여지는 것, 쓸모 있는 시절은 언제나 나 자신보다 빠르다. 나로부터 악마를 꺼내 어린이 앞에 마주하게 한다. 악마 또한 배우의 실감 나는 죽음을 기대한다. 배우는 삶에서 끊임없이 배우는 자다. 어느 날엔 세트장에 이상한 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빛은 호텔 기둥에 매달린 밧줄에 한동안 머무르다 술통 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술통은 스스로 굴러 가기 시작했다. 술통에서는 어떤 여행자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울부짖는 짐승의 거친 포효가 들리기도 했다. 술통은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에 올라갔다. 술통은 새가 되어 골목 너머로 사라졌다. 나는 어떤 빛에 대해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다 그곳에서 길을 잃었다. 빛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불안했다가 섬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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