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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소리] 되어본 적 없는 나에 대한 그리움, 페른베 with 신유진 소설가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23회는 [겨울이 사랑한 책들]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신유진 소설가와 함께합니다.
* 기획 방송 '겨울이 사랑한 책들’ 소라 님들은 아껴둔 겨울 책이 있으신가요? '문장의소리'는 연말을 맞이하여 12월 한 달 동안 ‘겨울이 사랑한 책들’을 만나 보려 합니다.
[작가소개]
신유진 소설가는 읽고 쓰고 옮긴다.
경장편소설 『페른베』, 산문집 『창문 너머 어렴풋이』, 『몽카페』, 『열다섯 번의 낮』, 『열다섯 번의 밤』 등이 있다.
[방송 내용]
00:00 인트로 / 신유진 소설가의 경장편소설 『페른베』 중에서
02:16 근황
03:30 좋아하는 계절
05:08 『페른베』의 계절감
06:04 ‘페른베’의 뜻
08:14 번역
08:56 번역의 언어와 소설의 언어
12:18 전혜린
15:24 ‘희수’
17:00 『생의 한가운데』(루이제 린저, 전혜린 역)
20:12 문장을 쓰며 지키는 원칙
23:20 ‘동이 씨’
28:16 쓰는 행위란 무엇인가
33:22 창작 루틴
34:32 이안
36:42 가장 먼 곳
37:20 나만의 겨울 책
38:32 『페른베』 낭독
40:36 아웃트로
Q. DJ 우다영 : 작가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A. 신유진 소설가 : 저는 올해 연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세 개를 하고 있는데, 연재가 세 개니까 연재 마감에 맞추어 온 생활이 흘러가게 되더라고요. 마감하고, 마감하고, 마감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Q. ‘페른베’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긴 호흡의 소설을 떠올리셨는지 궁금합니다.
A. ‘페른베’는 먼 곳을 향한 동경이라는 뜻도 있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뜻도 있어요. ‘페른베’라는 단어를 전혜린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전혜린은 ‘페른베’를 ‘향수’라고 번역했거든요. 가 닿지 못하는 곳을 향한 그리움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저는 그게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스스로 완전하지 않다는 생각, 그래서 잃어버리거나 놓치고 있는 나의 일부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고, 거기에 내가 닿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페른베’가 제목이 되었고, 이 소설에서 중요한 단어가 된 것 같아요. 나 자신으로 온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나를 채우며 살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잖아요.
Q. 번역의 언어와 소설의 언어, 그리고 둘을 다루실 때의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A. 저 같은 경우 완전히 다른 작업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나중에 두 일이 만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작업에 임하는 자세는 완전히 다르고요. 글을 쓸 때는 무엇보다 저라는 사람을 떠나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에게서 1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쓸 수 있다면 좋겠다, 저라는 사람에게서 벗어나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번역할 때는, 예를 들어 뒤라스를 번역한다고 한다면, 너무나도 뒤라스가 되고 싶죠. 되고 싶은 마음이 크고, 가 닿고 싶은 ‘페른베’의 마음이 있고요. 번역할 때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 인물에 대해 많이 찾아 보고, 그 인물화 되려고 노력해요. 그 시간을 충분히 거치는 편이에요. 제게는 그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그 작가의 언어로 옮긴다기보다는 그 작가의 언어로 살아보는 감각이 중요한 것 같고요.
Q. 전혜린은 작가님과 작품에 어떠한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A. 전혜린은 에세이스트이고, 번역가이기도 해요. 전혜린은 자신을 번역 문학가라고 소개했다고 해요. 번역 문학가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데, 전혜린에게 번역은 또 하나의 창작이었고, 하나의 문학을 창작하는 마음으로 번역했기에 그렇게 불렀다고 해요. 저는 전혜린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은 사람이고, 저희 어머니께서도 전혜린을 좋아하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전혜린의 수필집을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아주 어린 나이였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어떤 뜨거운 감각 같은 막연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제게는 굉장히 영향을 많이 미친 사람이고, 전혜린이 살아가고 사랑하며 품었던 질문들이 저는 너무 좋았어요. 사랑한다는 건 무엇인지, 존재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사람이잖아요. 요즘은 그런 질문을 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아주 현실적인 질문이 우리 앞에 있다 보니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자체가 쑥스럽기도 하고요.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중2병 걸렸다는 얘기를 들을 것도 같고요. 심지어 점점 글로도 쓰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너무 추상적이고, 답이 없고. 요즘 세상은 명확하고 빠른 답을 원하잖아요. 그런 질문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것뿐인데, 전혜린은 평생 살면서 그런 질문을 스스로 던졌던 사람이고요. 답을 찾기보다는 질문 안에서 살았던 사람 같아요. 전혜린이야말로 제가 완전히 매료된 사람이에요.
[credit]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작가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이용호)
ㅇ 디자인 | 메이크센스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 문장의소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이 기획하고 작가들이 직접 만드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누리집, 팟빵을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