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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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41J
41J 김선오 통로가 둘이었다. 셋이고 넷이었다. 동공은 어둠 속에서 짝수로 늘어 갔다. 악당의 뼈를 내놓으라. 목소리가 하나였다. 열이고 백이었다. 열린 목구멍들이 통로의 어둠을 끝없이 깊어지게 하고 있었다. 뭐야, 지루해. 비행기 의자 뒤통수에 설치된, 손바닥만 한 화면이 어두워져 봤자 심연처럼 깊어져 봤자 앞사람 정수리에도 닿지 못할 텐데. 그러나 영화는 암흑 속에서 빛나는 악당의 뼈를 끝끝내 보여주겠다는 듯 새카맣게 새카맣게 되고 있었다. 손에 들린 여권이 하나였다. 손가락 열 개였다. 의자가 백 하고도 서른여덟이었다. 앉아 있는 승객들 사이로 걷는 사람이 열. 열둘. 열넷. 어두운 좌석마다 검은 눈동자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수십 개의 국경을 건너는 동안 끝없이 깊어지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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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내가 흐른다고 믿은 것
내가 흐른다고 믿은 것 김선오 안녕 베를린에는 눈이 많이 왔어 걸음이 오고 입김이 왔어 개를 숨 속에 파묻었어 흰 눈송이 개 한 사람 구름 걷히지 않는 종이 숨 위에 개의 이름을 썼다 개가 키득키득 웃었다 내 이름을 쓰고 네 이름도 썼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름인지 모르겠는 이름 눈밭 같은 이름 위에 누웠다고 생각했는데 밤새 켜 둔 형광등 안이었어 바닥에는 Made in China 라고 쓰여 있었고 전등 바닥에 달라붙은 죽은 날파리들이 우리의 이름이었어 Made in China Made in China 추운 형광등 속에서 시계는 어딨지 있을 리가 없지 시계가 나를 향해 바늘을 흔들었어 나방이 나의 시간을 날아왔어 나의 시간을 머뭇거렸어 구름이 깜빡깜빡 침대 밑에 어른거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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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시퀀스
시퀀스 김선오 [A, 텅스텐으로 만든 뼈 구조물 B, 느리게 걷는 우리] 대낮, 미래의 광장. 거대한 A 겹겹이 전시되어, 빛을 머금는 동시에 반사하는. A 사이사이 미래의 관람, 미래의 함성. 같은 공간에 과거형 B [“] A 놓여 있는 해변, 해변 놓여 있는 스크린, 스크린이 뿜어내는 빛 맞으며 영화관 복도의 B A의 윤곽에 흐르는, 둥글고 매끈한 반영들. 바다 클로즈업. B 멈추고 각자 자리에 앉는 모습. 엔딩 크레딧 이후 다시. 실외로 옮겨지는 B. 거리에서 A 가정법으로 어떨까 A 만져 볼 수 있을까 아름다울까 계속되는 B, 타진되는 A [A 설치 후 B 하면서] 행인들이 구조물을 좋아할까요? “이런 거 이제 재미없어요” “다 했던 거잖아요” 그러나 텅스텐 표면에 비친 풍경들 매일 바뀌잖아요. 작은 사고에도 부러지는 갈비뼈들 배 속에 다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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