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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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고장난 라디오
고장난 라디오 김참 맑은 오후다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 라디오를 켠다 주파수를 맞추다 보니 뮤제오로젠바흐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볼륨을 올리고 눈을 감는다 내가 눈을 깜빡이며 얕은 잠에 빠져들 때 잡음과 함께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루라루라 루라루리 라리루리 내가 얕은 잠에 들 때마다 심한 잡음과 함께 루리라리 루루라리 라리루리 우주 저편에서 부르는 외계인의 노랫소리처럼 라루라리 라루라리 루라루리 맑은 오후다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 꼬박꼬박 졸고 라디오에서는 라루라리 라리라루 라루라리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가 루라리라 리라루라 리라리라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가 자꾸만 루리라리 라리라루 리라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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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다대포
다대포 김참 옛날엔 30도면 땀이 줄줄 흘렀는데 이젠 30도면 땀도 안 난다. 오늘은 섭씨 38도. 무더운 날이다. 백사장엔 파라솔이 길게 펼쳐져 있다. 해변을 향해 파도는 밀려오고 모래밭에서 몽돌은 반짝인다. 다대포엔 몽돌이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물속에서 돌 하나 꺼내 들고 손바닥에 올려본다. 돌은 짙은 색에서 밝은색으로 말라간다. 작은 물고기들이 파도를 타고 몰려다니다 튀어 오르는 한낮. 그런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북쪽 해안 저 멀리 검은 원숭이 몇 마리와 얼룩말 한 마리 보인다. 단체로 피서라도 온 걸까? 아니면 내가 더위 먹고 헛걸 본 걸까?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얼룩말과 원숭이가 있는 북쪽 해변을 향해 걷는데 파고가 심상치 않다. 비가 올 것 같기도 하고. 파도에 쓸리는 돌처럼 닳아가며 조금씩 늙어가는 피서객들이 있는 해변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하얀 물거품 만들어내며 파도가 끝없이 밀려오는 뜨거운 여름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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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마술
마술 김참 고깔모자 광대가 거리에 나타난다. 마술을 보여드릴게요. 당신이 원하는 걸 순식간에 가져오는 마술. 자, 원하는 걸 말해보세요. 빵모자 쓴 노인이 말한다. 나는 포도주가 필요해. 광대는 노인의 빵모자 속에서 포도주병을 꺼내 노인에게 건넨다. 노인이 깜짝 놀란다. 구경하던 소녀는 생각한다. 완전 사기네. 짜고 치는 고스톱이야. 소녀는 말한다. 나는 노란 탁자 한 개와 보라색 찻잔 두 개 그리고 검은 초콜릿 한 상자가 필요해요. 광대는 고깔모자 속에서 노란 탁자와 보라색 찻잔 두 개, 초콜릿 한 상자를 꺼내 소녀에게 건넨다. 소녀는 딱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소녀 뒤에 서 있던 거인은 말한다. 나는 약탕기가 필요해. 아주 커다란 약탕기 말이지. 광대는 모자 속에서 검은 약탕기를 꺼낸다. 아주 커다랗고 고풍스러운 약탕기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광대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노인과 술병과 소녀와 탁자, 의자, 초콜릿 상자가 약탕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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