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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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어떤 이름에서는 유황 냄새가 난다
어떤 이름에서는 유황 냄새가 난다 권현형 장대에 올라 백척간두를 사는, 끝없이 너울거리는, 꽃 혹은 붓 혹은 펜 옆방에서 노는 남매에게 빵과 우유를 들여 주고 부엌의 가스레인지에 가스에 코를 묻고야만 실비아플러스들, 나혜석들 어떤 이름에서는 유황 냄새가 난다 고뇌에 찬 스커트 자락에서 불내가 난다 누워 빈둥거리거나 낮잠을 자본 적 없다 시간의 뼈를 갈아, 읽거나 쓰거나 그리거나 사랑하거나 자신을 화두삼아 일생을 날아간 새 화폭이 닳도록 고쳐 그리고 고쳐 그린 그림 속 작약은 크고 탐스런 심장을 가졌다 그림마다 문장文章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여자이고, 어머니이고, 아내이고, 예술가이고, 사람인 그녀는 마른 등짝에 화구와 레코드와 책과 펜만 짊어진 채 여자를 버리고 어머니를 버리고 아내를 버리고 자신이 그린 불내나는 그림 속으로 꽃이 만발한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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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가을 조치원역
가을 조치원역 최은숙 산국이 핀 비탈에선 첫사랑의 냄새가 난다 들열매와 오솔길 반달 그것처럼 호젓한 말 첫사랑은 그냥 첫사랑 쌉싸름한 향기의 레일을 밟고 노란 꽃무더기를 흔들며 바람같은 기차가 간다 버린 시간을 업고 낡아가는 선로여 말없이 등을 내주는 이여 남겨진 生에선 따스한 목덜미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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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렌티큘러
수강생들의 얼굴이 차례대로 환해진다 그것을 단지 눈빛의 체위 변형이라 읽는 사람이 있었고 아름다운 눈 맞춤이네요 노트에 받아 적는 사람이 있었고 그런데요 악마를 모른 척했다고 내가 칭찬을 들어야 하나요 강사는 나의 질문을 되풀이하고 창밖 향해 펼쳐진 블라인드 너머에서는 상한 버섯 냄새가 난다 바람에 덜컹이는 창문 우리는 강의를 듣는다 각자의 담요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바람소리가 비명처럼 점점 세게 들려온다 조명은 사방으로 돌고 있을 것이다 와르르 바닥 위로 엎질러진 비둘기들은 자신이 왜 등장한 것인지 모르는 얼굴인데 우리는 날개를 펼쳤던가 이리저리 휘날리던 팔들이 하나씩 쓰러지고 겨드랑이에서 풍겨오는 으깨진 풀냄새와 우리를 빗는 손이 있어 강의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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