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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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배후
배후 박설희 비탈에서 도로 위로 갑자기 미끄러져 내린 새끼 멧돼지 여섯 마리 우르르 몰려다니다 갈팡질팡 와이퍼로 빗방울을 지우며 자동차 안에서 셔터를 눌렀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찍고 싶어 무심코 차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제 새끼들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순간 어미는 사방에서 돌진한다 보이지 않는 어미의 눈동자가 발목을 묶는다 커다란 머리로 들이받아 내 몸이 공중으로 튀어 오른다 사나운 발굽이 등을 내리찍어 척추가 으스러진다 나는 차 안에서 이미 만신창이가 된다 운전대를 꽉 움켜쥐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내게는 없는 어미가 뼈에 사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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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뒤집다
뒤집다 박설희 삼 개월의 삶도 지루하다고 너는 뒤집는구나 다른 무엇보다 자신을 뒤집는 게 어쩌면 제일 쉬울지도 먼저 자신을 뒤집고 온몸에 힘 꽉 주고 직립하겠지 세상을 똑바로 서서 보게 되겠지 뒤집고 뒤집고 또 뒤집다 보면 손바닥이 아니라 양말이 아니라 옷이 아니라 말이 아니라 체위를 전복하고 꿈꾸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지 나를 전복하는 일 그 근육을 키우는 일 가장 어려운 일을 해냈구나 전복된 체위로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놀라운지 네가 말을 먼저 배웠다면 얘기해 주겠지 의기양양하게 무거운 고개를 들고 초롱한 눈으로 나를 마주 보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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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먼지들
먼지들 박설희 공중부양의 경지에 이른 먼지들 이랑처럼 물결처럼 부스러지다가 바람에 불려가다가 나는 좌석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문상 가는 길, 누군가에 들러붙어 어디든 살짝 묻어가려는 것 차창에 머리카락 한 올이 끼여 있다 파르르 떨다가 끄덕끄덕 그림자까지 거느리고 차의 일부분이 된 양 천연덕스럽다 저 머리카락처럼 이 생에 나, 시치미 떼고 아무 데나 흘러 들어가 가벼운 척 아무것도 아닌 척 재채기로 풀풀 날리거나 피부에 오돌토돌 반점으로 돋아나 알레르기라고 과민반응 보이지 말라고······ 장례식장 한 켠 무게 없이 앉아 있다가 눈에 띄지 않게 다시 묻어가려는데 툭툭 나를 떨어 버리는 손길 공중에 떠버린 발걸음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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