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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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조금과 사리
조금과 사리 박시현 접영을 할 때 나는 거의 새다. 나는 접영을 하면서 너에게 간 적이 있다. 접영과 내가 정확히 일치할 때 나는 거의 십자가에 매달린 자세다. 거의 구출할 수 없는 자세다. 접영을 할 때 나는 진심으로 막막해진다. 너도 알지, 십자가에서는 내려다볼 수 있다. 그것이 십자가의 이로움. 잠에서 깨면 발등부터 확인하는 우리 수영장이 불타고 있다. 잠수하는 사람과 잠수하지 않는 사람이 동시에 질식하는 동안 나는 화염을 가르며 접영을 구사한다. 오래전에는 이걸로 너에게 간 적도 있었는데. 왜 너는 자꾸 실재하는가… 그 생각을 하면서. 이제 나는 너의 접영이 기다려진다. 다른 누구의 접영도 아닌 너의 접영. 호각을 입에 문다. 너를 출발대에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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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참사랑건강원
참사랑건강원 박시현 이건 뱀이에요 길에서요 저 길에서 이것을 잡았어요 뱀은 길을 가려 했던 것이에요 옛날에는 뱀이 걸어 다녔다고 해요 완전히 사람처럼요 뱀은 옛날보다 더 오래된 동물이에요 뱀은 나쁜 동물이에요 성경에서요 재혁아 쏘리 우리가 아직 어렸을 때 너를 너무 놀려서 네게서 개소주 냄새가 난다고 해서 새치가 많고 뚱뚱하다고 해서 건강원은 네가 물려받았다며 축하해 정말로 축하한다 하지만 재혁아 사람이 진심으로 용서를 빌면 좀 받아줄 줄도 알아야지 최재혁 이 등신아 이건 길에서 주운 뱀이고요 이 뱀은 나를 떠나지 않습니다 뱀은 영혼도 길쭉해서 사람이 죽은 뒤에도 뱀은 살아 있을 것이에요 하지만요 뱀을 줍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요 이 길 위에서요 하지만요 뱀은 나를 휘감았던 것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휘감을 것이에요 형산강 둑에 재혁이가 서 있다 강바람을 맞고 서 있다 그래 재혁아 뱀을 몇 마리나 잡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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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11월 에세이_불] 프로메테우스를 위하여
프로메테우스를 위하여 박시현 (일신여자고등학교 재학 중) 환절. 벌써 목구멍이 바짝 마른다. 가을을 완연히 넘어서 긴 계절이 오는 것이다. 뉴스 소식도 부쩍 건조해졌다. 또 야산서 불이 났단다. 대부분이 그렇듯 실화이다. 아찔히도 붉을 열기 눈에 선하다. 강건하던 터전을 산 채로 집어삼킬 깊은 아가리.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 윤동주의 '간(肝)' 일부 윤동주 시인 ‘간’의 마지막 구절이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인간에게 불을 전한 영웅. 그 죄로 간을 쪼아 먹힌다. 과연 불이 뭐라서. 대체 무엇이라 신과 인간의 경계인가. 모르긴 몰라도 다들 프로메테우스의 씨앗 하나씩은 품고 사는 게 분명하다. 톡 튄 불똥 하나씩은. 내가 그것을 처음 마주한 건 생일케이크가 아닐까. 초 끝에 피던 수려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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