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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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베란다 숲 기억
베란다 숲 기억 남수우 1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말란 말은 썩 괜찮았다 단추는 빛나다 사라지고 내게는 빈 들판이 남았다 그곳에서 내 뒤를 밟으며 사냥감들은 여러 날을 살았다고 한다 빈손을 보고도 말이 없던 마망 숲을 흔들며 쌀뜨물 같은 안개를 흘려보내던 마망은 어느 날 자신의 녹슨 총구를 닦고 있었다 그날 마망이 겨눈 사냥감들이 새벽 내도록 내 발 앞에 척척 쌓여만 갔다 2 내가 태어날 때 마망은 울고 있었다 그날 움켜쥔 소맷자락이 손금으로 남았는데 어린 내가 어린 숲에서 주워온 것들을 하나씩 펼쳐 보였다 마망, 여기 반짝이는 것들을 봐요 마망은 차갑게 식은 총구를 고쳐 매며 네가 어른이 되어서도 이 숲은 자라야겠구나 내가 다 자라 숲을 떠맡았을 때 마망은 노을을 끌고 맴을 돌던 기억이었다 3 여기 내 빈손을 좀 봐요 이제 이곳은 나 혼자 말하고 나 혼자 태어나는 그늘 잠자는 녹색 그림자 죽은 가지를 매달고 달리는 이파리들이 두 손을 펼쳐도 드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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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보면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보면 김병호 베란다 한켠에 죽은 화분이 있습니다 겨울 내내 숨을 내놓는 동안 어찌할 엄두도 내지 못하였습니다 어둠은 여기서 피어나 끝없이 나를 두드리고 서성이는 먼 걸음을 흉내 내었습니다 숲이었다가 詩이었다가 당신이었다가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면 가만히 빛나며 꿈틀거리는 가장자리를 후회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화분같이 깊은 구멍 속에 산산이 흩어진 눈동자 나는 그게 달 같아서 홀로 키운 마음 같아서 내내 가까스로의 날로 지웠습니다 여러 빛들이 겹쳐 봄을 흔들고 나는 얼마나 멀어질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베란다 창 가득 홀로 지운 마음처럼 발자국이 생겼습니다 간곡한 마음도 없이, 조심한 마음도 없이 부르면 다시 돌아오는 이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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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저 들판 속에 짐승이 산다
저 들판 속에 짐승이 산다 류외향 베란다 통유리 너머로 한 마리 거대한 짐승을 본다 그가 몸 부리는 체위는 불가항력적이다 그 어느 사연 많은 영혼도 고이 잠들 것 같은 날 그의 품으로 들어서면 사금파리 같은 햇빛 조각들이 사방에서 비수를 들이대고 불현듯 그가 몸 한 번 뒤척일 때마다 단단하게 다져진 근육질의 흙바닥이 들썩거리고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몰라 응달 아래 웅크리고 있던 바람이 몰려온다 우우 그의 육중한 울음 속으로 먼 길 떠나는 사람처럼 걸어 들어가면 파르르 떨리며 저항하던 내 껍데기들 귀가 벗겨지고 눈이 벗겨지고 입이 벗겨지고 몸이 벗겨지고 일순 죽음과 같은 고요가 와글와글 들어찬다 거칠고 아린 그의 되새김질 끝에 말랑말랑한 육질로 돌아와 다시 베란다 통유리 너머로 한 마리 거대한 짐승을 본다 우우 머리 풀어헤친 혼백의 울음 같은 짐승의 가슴팍을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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