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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여름
봄이 가면 여름이 오듯이. 봄을 견뎌내면 탁 트인 하늘색을 좋아하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닌 Y가 여름과 함께 올 것이라 생각한다. 봄이 좋다. 곧 여름이 올 거다. 작가소개 / 유은희(YP제국) 2003년생. 대전 출생. 《문장웹진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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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여름날
관계와 소통_다섯번째 여름날 전삼혜 은이 사라진 이후, 나는 자주 놀라는 사람이 되었다. 건너편 아파트의 창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책상 위에 던져둔 핸드폰이 진동하는 소리에도, 더운 여름날 열린 베란다 창을 통해 갑자기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에도 나는 놀랐다. 한창 작업 중이던 내 컴퓨터가 갑자기 꺼졌을 때도, 그 컴퓨터가 아무런 예고 없이 다시 켜졌을 때도 나는 놀랐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애의 이름을 불렀다. 은? 나는 대답이 들릴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기대하면서 은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은 한 번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름 부르기를 멈추지 않았고 응답이 돌아오지 않은 은의 이름들은 물기에 젖은 메모지가 달라붙듯, 내가 부른 것들에게 가서 달라붙었다. 그래서 내 주위에는 은이 아주 많아졌다. 디지털 카메라에서 넘어온 사진을 클릭한다. 잡티가 있는 부분에 힐링 브러쉬 툴을 가져다대고 문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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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여름 풀
여름 풀 최정례 당신의 눈길 잠깐 스치고 여름 가을이 갑니다. 여름 풀 무성하다 쓰러지고 눈 내립니다. 혈육과 이별할 일 상상만 해도 눈물 솟지만 당신과는 늘 버릇된 일이라 멀리 있지만 가슴 속에도 쓰러져 있지요. 천둥 벼락 치는 한 십년 또 흐르면 당신 눈길 희미해질 테고 아주 잊어버렸다가도 또 한 번 스쳤으면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여름산 솟고 가을강 깊어지듯 당신 눈길 내 속에서 더 그윽해집니다. 그 우박 치던 눈빛 상상 속에서 내 것인지 당신 것인지 알 수 없게 될 쯤에도 또 여름 가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