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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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바늘 끝에는 몇 개의 불행이
유영은 외부 CCTV 실시간 화면을 볼 수 있는 어플을 자신의 핸드폰에도 깔았다. 화소도 낮고 단조로운 기능뿐인 카메라였지만 좁은 복도를 비추기에 충분했다. 유영은 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아파트 근처에 수상한 남자가 기웃대니 순찰 횟수를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남자가 다시 나타날 리 없다든가 경찰이 도와줄 거란 말은 하지 않았다. 조심하라고 경고하거나 집 안팎을 초조하게 서성이지도 않았다. 유영은 천천히 사물을 쓰다듬고 하진의 침대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있다 일어섰다. ― 내가 자주 살펴볼게. 놀러도 오고. 유영은 그렇게 말한 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책상 앞에 앉은 뒤에야 하진은 자신이 코알라 원피스를 아직도 입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옷을 세탁해 돌려주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었다. 하진은 여러 통의 전화를 걸었다. 피자집 점장은 하진의 집에 스토커가 침입했다는 말을 전부 믿진 않았지만 하루 더 쉬게 해달라는 부탁은 한숨을 쉬며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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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그만두기 연습
유영은 수개월째 도전하고 있는 아사나 앞에서 여전히 막혀 있었다. 될 것 같은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는데, 아닌 날이 더 많았다. 새벽 수련을 다닌 지도 어느덧 반년. 바다 수영이 좋아서 휴양지로 이주를 택한 유영은 이제 바다보다 식물원에서 하는 야외 수련을 더 즐겼다. 모처럼 기필코 제대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도통 되지가 않아서 절망스러웠다. 그냥 발만 담갔다는 데 의의를 두고 이쯤에서 그만둘까. 하루는 수련 도중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만큼 화가 났다. 어떻게 해도 안되는데 왜 이렇게 못살게 굴까. 그냥 포기하면 될걸. 그러나 유영은 이미 한동안 그런 마음으로 한 시절을 살았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지만, 유영 자신만큼은 알고 있었다.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 아이를 유산하고 난 뒤의 일이었다. 무엇에도 욕심부리지 않았고, 애정을 다 하지 않았으며, 곁을 내주지 않았다는 걸 유영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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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십대 여성 재현, 가시화의 정치와 비가시화의 미학
유영은 친구들의 연락도 받지 않고 집에 찾아가 보아도 만날 수 없다. 남정, 은소, 고나는 유영의 아파트 복도에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유영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혼란스러워 한다. ‘사라진 여자애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극은 성폭력의 피해자가 겪는 2차 가해의 문제와, 학교에서 발생한 일들로 인해 소문 속에서 사라진 십대 여성들의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희곡이 유영이라는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다. 〈사라져, 사라지지마〉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사연에 집중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극에 등장하는 유영의 친구들처럼 이 극은 유영이 그 영상의 주인공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따라서 희곡 속에는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의 내용이나 그와 관련된 유영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사라진 유영에게 사라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기 위해 유영과의 일을 떠올리고 유영이 가진 다양한 면모를 무대 위에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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