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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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숲그림자
빛이 들지 않는 나무를 향해 발을 내디뎠을 때, 누군가 빠르고 가볍게 이선 앞을 스쳐 지나갔다. 헉. 이선은 소리를 토해 냈다. 칠흑 같은 검은색은 아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맸다. 길고 마른 몸은 입체적이진 않아도 납작하지도 않았다. 이선이 입을 벌린 채 어리둥절한 사이, 까만 존재는 부드럽고 우아한 몸놀림으로, 땅 위에 살짝 떠 허공을 걷는듯한 걸음걸이로 사라져 버렸다. 이선은 뒤따라오는 윤식에게 소리쳤다. “아버지, 봤어요?” 윤식이 다가왔다. 이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엔 빽빽한 숲의 어둠이 그늘져 있을 뿐이었다. 윤식은 말했다. “그만 돌아가자. 우리의 새집에서 쉬자꾸나.” 이선은 윤식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새집이라니. 어느새 윤식은 왔던 길로 성큼성큼 되돌아가고 있었다. 차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잠에서 깬 일선과 명신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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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내 마음이야
내 고향 원주의 유일한 프로 스포츠 구단 DB프로미, 나의 최애 선수 등 번호 17번 이선 알바노. DB는 승리했고, 이선 알바노는 트리플 더블의 맹활약을 했다. 거기에 치킨과 맥주, 모든 게 완벽했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중간에 깨지도 않고 꿈도 없이 푹 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머리도 맑고 몸 상태도 너무 좋았다. 김치볶음밥에 계란 프라이였지만 오랜만에 아침도 만들어 먹었다. 출근하면서 집에서 지하철까지 가는 길에 화단이 새로 생겼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날씨도 좋았고,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 나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뉴진’ 위에 올라갔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기대하며 수치를 봤는데, 엉뚱한 숫자가 나왔다. - 70.00 기계가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깨끗이 세탁한 셔츠를 정성스럽게 다려입고 나왔는데, 커피를 쏟아 커다란 얼룩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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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나의 미술유람기⑤] 백년호도주를 마시며
그 공직 생활이 평탄치 않았고 그 말년이 쓸쓸하고 궁핍하여 양주팔괴의 한 분인 이선()의 도움으로 그림을 팔며 연명하였다 하니, 그 극빈을 위하여 다시 한 잔을 안 들이켤 수 없다. 판교 선생은 낯선 자리 내 말만 듣겠다는 눈짓이나 나는 기어이 한 잔 그득히 술을 따르고 도리어 묵묵히 앉아만 있다. 그 적막 곁에 선생이 쳤던 대나무들이 그림 밖으로 슬글 슬금 걸어 나와 병풍처럼 둘러 수런거리며 어울려 보는 시늉이니 이 또한 내 어령칙한 술기운이 만든 작화(作話)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당신이 어느 현명한 바보의 은둔과 그 은자의 그윽한 삶을 엿보았던 글귀를 다시 이 백년호도주의 투명한 속처럼 불러 보는 것이다. 聰明難,糊塗難,由聰明轉入糊塗更難. 放一着,退一步,當下心, 安非圖後來福報也 (총명하기가 어렵지만 바보스럽기도 어렵다. 총명함을 거쳐 바보가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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