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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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에는 사건이 없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에는 사건이 없다 이솔 나는 옥상 위에 숨어 있었다 당신이 나체를 빨랫줄에 거는 것을 본다 납작 엎드린다 당신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기 위해서 함부로 웃는 얼굴은 낮은 곳으로 가까워져야 한다 어떤 지상에서는 아이가 딸기를 먹어 대며 꼭지를 아무렇게나 뱉어 댄다 부모의 젖은 이름을 부르듯이 숨을 쉴 때마다 무릎이 땅에 박힌다 복부 쪽으로 몰리며 가라앉는 정서들 당신은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온다 당신의 기원은 어느 높이에 있을까 아이의 기도를 확보하고 울음이 터지는 순간 나는 단단하게 멍이 든다 누구든 와서 이것을 핥을 생각을 하면 벅차오른다 당신이 들이닥치고 저녁은 사건이 없이도 붉게 물든다 당신이 나를 높이 매다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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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달력은 유독 생일이 많은 달을 기억한다
달력은 유독 생일이 많은 달을 기억한다 이솔 골똘한 내가 각성하는 지점들에 서 있는 모습을 본다 가로수의 간격과 도시의 미관을 관련지으면서 터널에 진입하는 사랑하는 것들에게 무관심하려고 애써 본다 매일 소량의 신선한 피가 내 몸 속 곳곳에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고 여기면서 환절기에 예민한 어른들은 제각각 나무를 하나씩 껴안고 있다 이게 맞는 길이라고 지적하고 싶은 마음을 참으면서 뭐 하나 피워 냈다고 안도한다 비행기의 꼬리가 열심히 노를 젓는 모습을 올려다보면 역시나 꽃은 한 송이가 화면을 가득 채울 때의 느낌이 훨씬 좋고 육안의 세계를 벗어나는 기분이란 잎사귀의 윤곽이 풍만해져 다가오는 거리에서 매몰차게 가열되는 수증기는 나를 압박하고 압력을 견디지 못해 눈이 자주 시큰거리고 이 날씨에도 긴 옷을 입는구나 하면서, 초심을 걱정하지 않는 자세들이 진열장에 나란히 서 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어디선가 프로펠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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