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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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위대함을 배워보기
마이클 펠프스가 생애의 우상으로 삼은 수영 선수는 역사상 최연소 세계 챔피언이자 5개의 올림픽 금메달 보유자인 호주의 이언 소프였다. 이언 소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8개째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마이클 펠프스에게 악수를 건네며 “나는 펠프스가 8개의 금메달을 따냈다는 사실보다 그가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라는 후일담을 남겼다. 위대함.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 이상의 존재로 거듭나고자 하는 욕망은 인류의 본능이다. 고대 그리스의 신을 뜻하는 ‘올림피언’은 근대 올림픽 선수에게 붙는 칭호이기도 하다. 일반인의 평균을 아득히 뛰어넘는 육체와 재능을 지닌 운동선수들은 현대의 반인반신(demigod)이며, 그들이 순수 아마추어 자격으로 기량을 겨루는 올림픽은 신들이 봉납된 만신전의 축소판이다. 운동선수와 올림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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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입의 가장자리
입의 가장자리 이언 하루 종일 어떤 멜로디가 입에서 맴도는 날이 있지 그런 날엔 알록달록한 알사탕을 혀 밑으로 굴려 봐 혀끝에서 녹아 사라지는 말들 꼬마야 꼬마야 줄을 넘어라 어느 흐린 날의 줄넘기 놀이 닦지 않은 유리창처럼 방충망에 걸린 거미줄처럼 입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하고 구연부에서 맴도는 노래가 있어 후렴구에서 자꾸 걸려 넘어지는 그런 말들이 있어 하루 종일 어떤 멜로디가 따라와 꼼짝 못 하게 하는 그런 날엔 가끔은 덜 녹은 가사 조각에 혀를 베일 수도 있지만 허밍 허밍, 이런 날에는 알록달록 알사탕을 한입 가득 넣고 굴리는 일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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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를 아시나요
♨를 아시나요 이언 세상 어디에나 하나쯤 있는 삼양목욕탕입니다. 삼양목욕탕에는 바다로 이어지는 수로가 있어요. 수로를 통해 바닷물이 들어올 때 바닷속 ♨들이 처음 역류했다고 해요. 어느 날, 삼양목욕탕 42℃ 열탕 속으로 바닷물이 차올라 ♨들이 밀려들었을 때였어요. ♨의 이름은 미끄러져 흘러갔어요. 자세히 보면 ♨의 바닥이 뚫려 있어요. 네, 맞아요. 바로 흘수선처럼 보이는 ♨의 아랫부분 말이죠. 해일이 일어나 파도가 치면 해안 절벽까지 ♨들이 튀어 오르기도 하지요. 가끔은 습식 사우나 바닥에 닻을 내려 정박하기도 하고, 그물에 걸린 ♨들이 탈의실 옷장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밤이 되어 삼양목욕탕 굴뚝 위로 ♨가 등대처럼 불을 밝히면 육지로 몰려든 ♨들이 부표처럼 떠다니기도 하지요. 오늘따라 ♨는 미역 줄기처럼 유난히 더 미끄럽군요. ♨의 정체는 어쩌면 배수구 속으로 빠져나가는 푸른 물소리였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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