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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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우울한 빨강
우울한 빨강 이연숙 찔레 열매빛 앙고라 스웨터가 서랍 속에서 늙어간다. 저 스웨터는 내 나이 스무 살 때 엄마가 사준 옷. 싫다고 찡그리는 딸에게 억지로 사 안겨진 채로 구겨진 옷. 그때 나는 회색빛 스커트, 회색빛 스웨터, 안과 밖 모두 온통 잿빛 그림자뿐이어서 한 번도 저 옷을 입어보지 못했고. 더 더 나이가 들면 입어야지 하고 갖고 있던, 이제는 버리지도 못하는 우울한 빨강. 그날도 재와 밤으로만 가득한 거울 속 나를 보며, 너는 왜 그렇게 어두운 옷만 입냐며 엄마는 쓰게 웃으셨지. 빨강이나 화사한 핑크, 무지개 속 하나라도 골랐으면 엄마 얼굴에 어두운 구김이 덜 갔을까. 그림자의 시간이 끝나고 서랍을 여니 후회와 걱정을 욱여넣은 우울한 빨강, 서랍 속에서 숨소리 할딱이며 뒤척이는 우울한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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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오래된 집
오래된 집 이연숙 서까래는 알고 있었다, 김 노인의 흩어진 호흡을. 김 노인의 손은 안노인을 불러내지 못하고 떨어졌다. 그들은 이 집에 오래 살았고. 노인이 기억하기론 그랬다. 나쁘지 않은 생이었다. 우물의 물은 맑았고 오래 가물던 해에도 쉬이 바닥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을의 누군가는 죽었고 아이들은 자라 성큼성큼 다리를 건너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오래된 집의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못할 일은 없었다. 자연의 순환. 나무의 잎사귀는 떨어지고 새 움은 여지없이 같은 자리에 돋아났다. 스스로 그러한 것들. 가득 채워진 집 뒤 물항아리처럼, 오래된 집도 사람들로 어수선하게 들고 났다. 김 노인이 떠나자 몇 해 지나지 않아 안노인도 그 길을 따라갔다. 아무도 그들이 간 곳을 묻지 않았다. 수년 동안 새들은 서까래 위에 앉아 그들의 행보를 궁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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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2026년 9월호
문장웹진 2026년 9월호 목차 구분 작가 제목 시 김태훈 겨울나기 이누이트의 산책 김참 마술 다대포 김향지 지구 최종 보고서 영원의 힘 박시현 조금과 사리 참사랑건강원 이상영 멀리 있는 물체가 작아지는 것 샅샅이 찾아볼게 이연숙 오래된 집 우울한 빨강 이자연 너무 좋았던 그날 결혼 단편소설 김효나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승은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찾아 계속 헤맬 거예요 임승훈 심심 임아라 사람 같은 이름을 지어 주면 오래 산다 장편소설 강대호 그림자를 탐구하는 순례자를 위한 안내서(1회) 신다다 백퍼센트 소년(1회) 박세희 아직 여기 있습니까(1회) 양수빈 해로(1회) 이상하 터치 니치 미치(1회) 이서영 빙(憑)(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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