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살갖 아래
살갗아래 이용훈 탕 그릇에 수저 휘저으면 식구라 불렀다 킁킁 냄새 맡고들 기어 나오는지 어제 왔다는 걔 손놀림이 빠르다는 걔 장반장 밑에서 일 시작하는 걔 홀연히 사라지는 걔 그저 걔 너를 걔라 불렀다 목청껏 울었고 미친 듯이 짖었다 종종 내 옆에 존재 했다 했지만 보고 있자니 멀어서 형태만 가늠해 본다 저게 사람 새끼인지 건설되는 꼴 콘크리트 들보에 황혼이 깃든다 온통 붉어서 너까지 타오른다 너가 울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나는 재수없다 침을 뱉는다 신발을 세워 흙 바닥을 툭툭 내리쳤다 패이는 구덩이가 달 표면을 닮아서 한참을 바라본다 슬슬 돌아가자 수신호를 받는다 받았지만 너를 부를 수는 없었다 너는 승합차를 쫓아온다 차량의 불빛은 한 치 앞 노란 줄 선 하나를 쫓는다 아스팔트 길 옆 마른 넝쿨이다 타르 냄새 진동한다 코끝이 아프다 새들은 침묵했다 풀숲 사이 두 개의 흰 점 사라지지 않는다 나를 따라왔을까?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신수동 수화물 터미널
신수동 수화물 터미널 이용훈 그렇게 펄펄 끓고 있으면 어찌하랴 물어보면 왜 우스운 건지 우는 건지 우그러진 상자들 시큼한 냄새 숨이 멎는다 사내들 여전히 짐을 나른다 주임은 속도 모르고 느려 터져 속 터진다 고래고래 지른다 땀에 쩔어 윗도리 벗어재낀 장정들 입 모아 목 타들어간다 말해도 상자는 이리저리 옮겨지겠지 이국 청년들 안취엔, 안취엔 * 읊으면 그래, 그래 취하려면 멀었다 누워버리면 갈 곳도 없다 소매 접어 올리고 바짓단 추켜잡고 접고 무릎까지 접는다 형씨, 그거 알아? 테트리스, 뭐 하다 이곳까지 오셨어? 저거 봐라 무너지겠네, 형씨, 오락실도 안 가보셨어?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