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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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띠포리로 가겠다
띠포리로 가겠다 이향지 띠포리는 무게로 산다 띠포리 값은 성깔 값이다 띠포리 값은 눈알 값이다 띠포리 값은 허장성세, 은빛 비늘 값이다 띠포리 값은 턱없이 뻣뻣한 등뼈 값, 노골노골 꺾이지 않는 늑골 값이다 물 있을 때의 헤엄이다 띠포리는 울음을 그친 것이다 알맞게 마른 띠포리 대형 그물에 걸려 바다 밖으로 내팽개쳐질 때 무더기로 은퇴 당한 고향 띠포리 띠포리 값은 두고두고 우려먹는 국물 값이다 포획의 기쁨도, 그물 안의 비상도, 지분지분한 이익에 끌려 속수무책 팔려 가는 신세도, 띠포리의 것이 아니다 헤엄 끝난 육체에서 마른 고기 한 점 발라 고추장에 찍어 먹이는 맛, 한 젓가락도 못 되는 빈약한 몸뚱어리 져 나르거나 퍼 나르거나 상관할 바 없다 싶을 때, 얼룩 많은 누군가의 비늘이라도 닦아 줄 수 있다면 그 띠포리는 잘 산 것이다 띠포리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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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三冬이 깊다
三冬이 깊다 이향지 돌 틈에 三冬 들었다 흙과 돌에 남아 있는 온기를 다 짜내어 저의 種子를 지키고 있다 냉혈의 씨앗이다 냉혈일수록 씨앗이 뜨겁다 뜨거운 씨앗일수록 깊은 얼음 속에 꼭꼭 채워 놓아야 썩지 않고 때 맞춰 發芽한다 제 몸이 차가울수록 자기 안쪽 불씨부터 단단히 빗장질러 놓아야 때 맞춰 解氷을 본다 털 없는 몸이다 모두의 三冬이 깊다 냉혈이란 얼마나 가늘고 기다란 형벌인가 얼마나 비루하고 쓸쓸한가 三冬은 알고 있다 스스로를 죽이지 않고는 어떤 봄도 오지 않는다, 상대를 꺾으려고 비축해 두었던 毒을 자기 자신을 향해 주입하는 순간, 그 아름다운 순간에야 형벌이 끝난다 三冬이 三冬 내내 빈속으로 견딜 수 있는 힘, 三冬 안에 있다, 허기와 오한과 두려움의 정점에서 스스로를 찌를 수 있는 毒, 三冬은 그것을 갖고 있다 三冬은 三冬이 가장 아름다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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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조건의 발생
조건의 발생 이향지 손가락으로 창문을 그리고 하늘을 열어 두었다 두 손으로 창틀을 오려내자 향기로운 바람이 목덜미에 가실래요 같이 바람 속에서 손을 잡는 것들은 모두 꽃이다 반짝이며 나부끼며 초록길이 길게 이어진다 꼬불꼬불 날아오르던 나비가 한잠 쉬어가는 꽃마루 길 있어요? 길이 있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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