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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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2026년 5월호
레지던시 일기 구돌 토끼가 사는 섬 고혜원 익숙한 경로에서 벗어나기 임택수 빛의 카르토그라피 진보라 날마다 이방인 하가람 내가 만났던 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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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빛의 카르토그라피
[레지던시 일기-서울프린스호텔] 빛의 카르토그라피 임택수 여행지의 호텔에 며칠 묵게 되면, 나는 꽃을 샀다. 야생의 빛 같은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방은 나를 밀어내듯 납작해졌다. 유리컵이든 값싼 꽃병이든 물을 담아 꽃을 꽂아두면, 방 안에 없던 높이가 생겼다. 오늘은 미모사 한 줄기. 만지면 부서지고, 멀어지면 공기 속으로 풀어질 것 같은 꽃송이들, 흩어지기 직전의 햇빛 알갱이 같다. 모네처럼, 아버지처럼 평생 정원을 가꾸며 살고 싶었지만 나는 여러 장소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주소는 자주 바뀌었고, 도착한 곳의 계절은 늘 막 시작되거나 막 끝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래 머무는 일보다, 잠시 머문 것들에 눈길을 주었다. 지나가는 빛이나, 금세 사라질 장면 쪽으로 조용히 서게 되었다. 서울프린스호텔에서 걸어서 오륙 분, 남산 초입에 모교가 있다. 언제나 열려 있는 정문, 비좁은 마당, 대극장의 파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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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불안을 모르는 마누엘
불안을 모르는 마누엘 임택수 마누엘은 이면도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호수에 손을 넣으면 금방이라도 화상을 입을 것 같은 폭염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는 자동차 트렁크에서 시클라멘 화분과 청소 도구를 챙겨 공동묘지 후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더위에 지쳐 가는 온몸의 감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실눈을 뜨자 통행로에 깔린 흰 자갈이 잔설처럼 보였다. 알록달록한 조화와 반듯한 형태의 무덤들이 대낮의 정적에 갇혀 있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한번 쓱 둘러보았다. 전과 달리 어딘가 훤해진 느낌이었다. 저 멀리 반대편에 있는 북문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마누엘은 묘지의 청청했던 나무들이 대부분 잘려 나간 것을 알아차렸다. 이 주 전 이곳에 들렀을 때 해충 때문에 골치가 쑤신다고 불평하던 관리인이 떠올랐다. 외래종 날벌레라며 여기서 성장한 해충이 지역의 포도밭까지 퍼져 심각한 피해를 준다며 구시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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