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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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빛고리
빛고리 전호석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빛고리들이 땅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새벽 누가 버린 걸까 순례자들 무엇을 순례하나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쓸모없다면 순례입니다 구름이 밀려나는 모양으로 사람들 여기를 떠나 저기로 간다 나는 다리가 아파서 어디에도 갈 수 없는데 빛고리를 만들어 버리는 일 순례 그러니까 주저앉아 담배 피우는 거, 구경하면 악취를 생각해 보세요 거짓말과 권태를 극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온함과 이상한 날씨가 계속되는 날들 음식이 썩고 꽃이 거기에서 피어나고 코가 없으면 평온할 수 있습니다 눈이 없으면 빛고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없다 빛고리 모두들 다른 모양과 질감을 상상한다 길 위에는 응당 있어야 할 돌무더기 넝쿨 광포한 강줄기 주저하는 어떤 순례자 그리고 눈부신 빛고리 다시 시작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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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팔판동
팔판동 전호석 편의점 앞 플라스틱 탁자에 둘러앉아 우리는 생일파티를 한다 촛불이 누웠다 일어서는 동안 개 짖는 소리 회오리가 낙엽을 그러모은다 유리문이 열린다 작은 종이 울리고 담배를 쥐고 걸어 나온 사람은 플라스틱 탁자의 얼룩을 잠시 바라본다 일행이 하나 둘 도착한다 나는 고깔모자의 부재를 생각하며 유치한 짓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낯선 일행에게 소곤거린다 촛농이 케이크를 덮어 간다 눈이 먼 일행이 플라스틱 칼을 들고 일어난다 그는 추위로 몸을 떨며 입을 작게 벌려 무엇인가 중얼거린다 재봉선이 터진 인형처럼 하얗고 하늘거리는 것이 흘러나온다 일행은 끊임없이 늘어난다 골목 너머로 빈 캔이 굴러간다 우리는 팔판동을 서서히 잠식해 간다 모두들 서로의 이름을 떠올리는데 아무도 취하지 않았고 축하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철 대문 너머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눈동자 칼이 케이크를 파고든다 오늘은 여기 모인 누구의 생일도 아니다 벌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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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한밤과 낡은 사도들과
한밤과 낡은 사도들과 전호석 나는 상위 버전에서 저장된 문서입니다 오목하고 정련된 글씨체입니다 아구창입니다 오지 않는 손님입니까? 말줄임표입니다… 조명이 답답하고 수사슴은 뜯어먹을 풀을 찾는 뿔 소매가 넓은 사람 헛기침을 자주 하는 사람 숙면을 취하지 못해요 죽고 싶어요(사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문제가 많아요 다들 그러지마는 요즘 가상 세계 같아요 내가 살아있는 게 아닌 거 같아 죽으면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게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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