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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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금이 간 고양이
금이 간 고양이 주영중 하늘색 담장 위에서 경계태세를 취한다 발밑에서 지면까지 금이 가고 있다 뿌리가 담 밑에서 나온 나무는 담을 피해 앞으로 옆으로 꺾이다 머리 위에 온전히 꽃을 피워 놓았다 휘어버린 나무가 금을 따라 자라고 있다 근육의 힘을 풀고 잠시 잠시 눈을 떴다 감으며 5미터 전방을, 그 너머를 생각 중이다 낙서한 듯 헝클어진 머릿속 꽃이 뭉클 피어오른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꼬리를 감춘 고양이 뿌리에서 오르던 금이 발밑을 지나 등을 뚫더니 섬광처럼 하늘을 오른다 담이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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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유사 숭고 영화관
유사 숭고 영화관 주영중 압도되기 위하여 네모 상자에 스스로를 가두고 빛과 소리의 향연에 몸을 맡기지 거대한 화면 속으로 일동 몰입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 속으로 일동 몰입 진격해 오는 최대치의 소리와 디테일하고 화려하다 못해 리얼한 색채들 떨리는 몸 어둠보다 더 어두운 어둠 그 속에서 또렷이 번져 오는 빛 감각을 열개하는 긴장된 시간 속 과잉된 서사와 자극에 몸을 맡기지 공포 총소리 풀잎 스치는 소리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 숨을 죽이고 자발적 포로가 되기 위하여 기관이 열리기를 부디 기관이 열리기를 여기 팝콘과 콜라만이 우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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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식탁보
식탁보 주영중 젊은 시절 내내 나는 저기 식탁보를 갓 내린 눈처럼 칠하고 싶었다 ― 세잔 주름지고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손이 사과를 올려놓기 시작한다 둥근 사과들이 눈 같은 식탁보를 조금씩 녹이더니 자리를 잡는다 사과가 붉고 차가워서 이가 시리다 슬쩍 내미는 손 식탁보가 날아오고 사과들이 식탁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가루도 없이 환하게 터져버린다 나는 부드럽게 구겨진 식탁보를 식탁 위에 활짝 펼친다 은회색 머리카락 한 올만을 남기고 식탁보는 나무속으로 스민다 그러더니 식탁은 비스듬히 기우는 것이다 어어 하는 사이 부엌이 바닥이 기울고 내 몸도 한편으로 기우뚱 저기 매달린 칼만이 무게 중심을 찾아가고 있다 칼날이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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