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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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지상은
지상은 최문자 땅 속에서 보면 지상은 또 다른 땅 속 배나무가 떨고 있어요 울 듯한 눈으로 땅을 봅니다 땅 속에서 보면 지상은 못 자국 핏자국 가득한 절벽 지푸라기 동네 떨어뜨린 배들이 살고 있어요 질긴 심지들이 피똥을 싸며 살고 있어요 무성한 오장육부가 살고 있어요 병든 척추끼리 서로 와 닿는 얇고 축축한 침대가 놓여 있어요 땅 속에서 보면 지상은 씨앗들이 자욱하게 추락하는 곳 내가 헛발질 치는 사이 독한 양들이 풀을 뜯어가던 곳 사람들은 잠들고 벌레들이 크게 우는 밤 배나무는 떨고 있어요 나는 매일매일 지상으로 내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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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어쩔 줄 모르고
어쩔 줄 모르고 최문자 내가 사랑하던 것들은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내가 모르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남편은 조금 전에 살아 있었다 따스한 숨이 남아 있었다 조금 전에 조금 움직였을 손가락 그 손가락이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그쳤다 어쩔 줄 모르다가 흐르고 쏟아지던 물이 그쳐버리는 것 조금 전에 있었던 구멍이 메워지는 것 바다가 갑자기 갑갑한 땅이 되는 것 갑자기 경고음이 그치는 것 조금 전에도 과도하게 쓰던 낱말을 잊어버리는 것 신기해 그럼에도 이 도시는 계속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아직도 그치고 죽을 게 많다는 것 내가 관둬도 아직 시인이 많다는 것 빼곡한 숨들 어쩔 줄 모르다가 살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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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물방울
물방울 최문자 해미성지 물둠벙 그 둠벙 앞에 서 있다. 천 명을 거꾸로 매달았다가 물속에 처박아 죽였다는 그때, 물 밖의 사람들은 눈 둘 데가 없어서 하늘만 쳐다봤겠지. 맥없이 푸른… 거꾸로 얼굴이 떨어질 때 물하고 숨하고 같이 푸푸거릴 때 물 밖에서 누군가가 튀긴 물방울을 닦았겠지. 물속을 가로지르다 힘을 놓칠 때 놓아버린 마지막 물방울을. 어머니는 늘 내게 말해왔다. 물가에 가지 마라. 삶의 가장자리에만 서 있었다. 신발 한 번 적신 일 없이 잎새 사이로 힐끗힐끗 바라만 보던 물둠벙 그 둠벙 앞에 지금 서 있다. 갑자기 허깨비 같이 살아온 마른 얼굴을 처박고 싶어졌다. 물 밖에 신발 두 짝 벗어던지고 물하고 숨하고 푸푸거리며 거꾸로 가라앉고 싶었다 물속 깊은 곳으로부터 참았던 울음 떠오를 때 영롱하겠지. 물방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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