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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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용산 바람 고찬규 바다에 닿기까지는 강물입니다 바람이 더 큰 바람을 만나 파도가 됩니다 촛농처럼 흘러내리는 당신의 눈물 오늘에야 촛불 하나 더합니다 가장 밝은 거리가 되는 날은 가장 바람 많은 날 바람이 모여 바람이 되어 바람을 일으킵니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입니다 거리가 이렇게 환합니다 종소리는 곧 들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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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베들레헴 크리스마스
베들레헴 크리스마스 김혜순 겨울, 잘생긴 죽음. 겨울, 몸속에서 나와 몸 바깥에서 살아가야 하는 추위. 우리 집이 한 꺼풀 좌악 벗겨진다. 집의 알몸이 드러난다. 차가운 바닷물로 지은 집에서 커피를 끓이는 일, 차가운 바람으로 지은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 차가운 어둠으로 지은 집에서 한숨을 데우는 일. 차가운 공기로 지은 집에서 열병을 만드는 일. 잘생긴 죽음이 비명을 지른다. 바깥을 처음 만난 거대한 신생아처럼. 탯줄이 끊어지고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겨울엔 그 비명 소리가 공기 중에 꽉 찬다. 여름에 묻어 버린 태풍의 울음소리 같다. 모자를 푹 눌러쓴 행인들이 그 비명을 참고 걸어가고 있다. 엄마 없는 거대한 아기. 영하의 라듐. 내 불면의 무한한 냉동. 눈사태처럼 나를 파묻는 이 감정. 흰 꽃들이 중추신경을 따라 만발한다. 눈송이들끼리 서로 치러 주는 이 만발한 탄생일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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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크리스마스 택배
뜯은 박스에서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털로 짠 장갑, 양말이 한 켤레씩 나왔다. 크리스마스 카드라니.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카드를 바라봤다. 〈사랑하는 우리 지호에게〉로 시작하는 문구가 카드 겉면에 쓰여 있었다. 카드 안에는 눈 쌓인 숲 속 한가운데에 자리한 목재로 된 이층집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집 창문을 통해 흘러나오는 은은한 노란색 불빛과, 그 옆으로 3단으로 쌓아올린 눈사람이 그 불빛을 받으며 서 있는 모습 같은 것들이, 응당 크리스마스라면 그래야 할 것 같은 모습으로, 있었다. 나는 잠시 더 지켜보다가 박스를 찢어 불을 붙였다. 불은 좀처럼 붙지 않았다. 결국 박스 세 개를 태우고 나서야 장작에 불이 옮겨 붙었다. 장작들이 아궁이 안에서 무거운 빛을 내며 타올랐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당을 돌아다니며 수맥이라도 찾는 사람처럼 휴대폰을 들고 걸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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