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인터뷰] 허은실 시인, “문서가 누락한 이름들, 시가 불러줘야”
문서가 누락한 이름들, 시가 불러줘야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 선정작가 인터뷰 – 허은실 시인(인터뷰어 : 허 희 평론가) “시인들은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촉수를 갖고 태어난 족속입니다. 그게 바로 시인들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2017년 첫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로 개인의 내밀한 설움을 섬세하게 길어 올렸던 허은실 시인은, 5년 만의 두 번째 시집 『회복기』(2022)에서 세월호 참사, 5·18 민주화운동, 제주 4·3 등 공동체의 상처를 보듬는 확장된 시선으로 깊은 울림을 주었다. 제주로 이주한 뒤, 4·3의 상처를 다룬 『기억의 목소리』 작업에 참여하는 등 역사의 아픔을 기록하는 일에 천착해 온 그가 2025년도 아르코 펠로우십에 선정되었다. 펠로우십 선정을 계기로, 개인의 슬픔에서 우리의 회복으로 나아가고 있는 시인의 현재와 미래를 묻고 답을 들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늙은 불칸낭
늙은 불칸낭 허은실 목격한 나무들 다시 꽃대를 밀어 올리지 이제 꽃잎으로 눈물을 닦아 그해 귤은 쓰디써 먹을 수 없었지 상달 하늘 찢으며 개 짖는 소리, 장독 깨지는 소리, 검은 신발, 이불에 찍힌 발자국, 차가운 총구, 와랑와랑 불길 너머 돌아보던 눈빛, 지글거리는 수액, 생귤 타는 냄새 그해 귤은 익어도 먹을 이 없었지 나는 기다려 타다 남은 귤들을 매달고 흉터 위로 눈, 눈 내리고 나는 흰, 흰 잠에 들어 눈을 뜨면 꼭, 꼭 곱으라 뿌리를 적시는 피, 곤밥 허민 나오곡 보리밥 허민 나오지 말아 꼭꼭 곱으라 옷자락이 보인다 사람들, 돌아오는데 그 애는 어디 숨었니 꼭꼭 곤밥 했는데 어서 나와 툭 툭 연두 새순 터지고 꽃, 밥풀 같은 흰 꽃들 고봉으로 지어도 새파란 이파리들만 빈 들을 채우고 덤불을 이루었지 목격한 나무들은 죽지 않아 불탄 가지에도 풀씨들 날아와 솜털 반짝이는 사월 그러니 늙은 아이야 이제 나의 꽃잎으로 눈을 덮으렴 꽃잠을 자렴 * 불칸낭 : ‘불에 탄 나무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Ω, 징글 올더웨이
Ω, 징글 올더웨이 허은실 깔끔하죠, 육십 촉 전구가 갑자기 퍽, 죽어버린 거예요. 존재하는 일은 피곤해요. 열이 빛을 내는 온도까지 징글 징글 올더웨이. 일반 백열전구는 필라멘트의 저항에 의해 빛을 냅니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금속 필라멘트의 저항은 증가합니다. 징글벨 징글벨 징글 선생님 핫식스 좀 드실래요, 몬스터 에너지 천하장사 소시지. 저항이 증가하면 전류가 감소되고, 전류가 감소하면 필라멘트의 온도가 내려가므로 저항은 다시 감소합니다. 이러한 피드백 작용의 반복으로 안정된 저항값에 도달합니다. 멀쩡하게 멀쩡한 사람들은 어떻게 안정된 저항값을 찾아냅니까. 전구의 죽음은 잘못 산출된 불안정한 저항값인지 몰라. 어떤 퍽,은 신의 불안정한 저항값이 아닐까. 그러나 저항할 필요가 없는 존재를 신이라 부른다 배웠습니다만. 텅스텐 텅스텐 당신의 집에도 겨우 살아 있을 만큼의 전류가 흐르고 눈 밑 떨리며 필라멘트 필라멘트 어둠에 저항하는 白熱의 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