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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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거마북이의 모험 : 거마북이, 영국에 가다
특히 흥흥 작가님을 만나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흥흥 작가님은 2024년에 거마도서관 상주작가로 활동하며 우리 도서관만의 특색있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해 주셨지. 나 ‘거마북이’를 만들어 주신 것도 바로 작가님이셔. 작가님의 재치와 열정은 도서관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어. 지금 돌이켜봐도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반짝거렸지. 물론 그 때는 우리가 8월의 어느 날 저녁, 런던에서 마주 앉아 저녁을 먹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야. 두 번째 모험. 지식의 바다로의 항해 아침에 일어나 TV를 켜니 어린이 채널에서 페파피그와 패딩턴이 나왔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친구들이지. 우리 도서관에서도 자주 보이는 책의 주인공들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런던에서 이렇게 보니 새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어. 오늘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영국국립도서관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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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3월소설_몸] 마쉬
기분이 좋았는지 흥흥 콧바람을 내뱉으며 웃었다. 스탬프를 찍고 나자, 호기심이 가슴 안에서 스멀스멀 솟아올랐다. 이상하지. 정말 이상하기도 하지. 마쉬는 마치 검은 ‘졸라맨’처럼 생겼다. 나와는 다르게 생긴 내 등뼈에서 솟아난 나의 그림자라니. 찾아보기로 한다. 나는 단발머린데 마쉬의 머리는 민둥했다. 일어섰을 때 나도 일어나 눈으로 대충 키를 재봤더니 나와 비슷했다. 자판을 치는 손가락 굵기나 길이도 마찬가지였다. 허리사이즈를 재볼까, 한 번쯤 손으로 만져볼까, 그러다 그만두었다. 온통 새까만 그림자 따위를 만지는 건 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는 마쉬를, 예상했던 것보다 자주 불렀다. 마쉬, 마쉬, 부르면 마쉬가 어디선가 나타난다. 처음엔 홀로그램 같은 흐릿한 모습이다가 점점 선명해지는 식이었다. 마쉬가 완전한 마쉬가 되면 나는 스탬프를 찍는다. 간단했다. 마쉬만 있다면 두려울 게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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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흉가
―저 싸가지 없는 년, 누가 물장사하던 년 아니랄까 봐 위아래도 없이, 흥, 네년이 내 금쪽같은 아들 발목만 안 잡았어도 내가 지금 대궐 같은 집에서, 흥흥, 박사 며느리 수발 받으며 삼시 세끼 진수성찬만 먹으며 살 텐데. ―누가 할 소릴? 나야말로 그 일 아니었음 강남에서 사모님 소리 들으며 땅따먹기나 하러 다녔네요. 누구 팔자를 망쳐 놓고 뒷소리래. ―흥! 남산만한 배로 무작정 쳐들어온 게 누군데! 흥흥, 가랑이 헤픈 년이 누구 씰 밴 건지 알 게 뭐야. 저게 내 아들 자식은 맞는 건지, 원. 할머니가 나를 하얗게 흘겨보았다. 엄마는 할머니 앞에 놓여 있던 꼬리 잘린 조기 접시를 자기 앞에 턱 끌어다 놓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숟가락을 내팽개치고 방으로 들어갔지만 거실에 앉아 신문을 보던 아빠도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나도 모르는 척 돌아보지 않았다. 엄마와 할머니의 싸움에 아빠와 나는 구경꾼이었다. 할머니가 죽던 날도 여느 때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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