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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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등에 쓴 글자
이응 미음 자기 입으로 다 말하면서. 오나라에서 온 시옷, 오나라의 리을, 지금 내가 뭐라고 썼게?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해. 난 기억 안 나. 내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기억 안 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처음 글자를 배우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 이미 글자를 알아버렸으니까. 이미 알고 있던 글자들이 뒤죽박죽 섞이면 새로 배워야 하나? 시옷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응이 있으면, 기차역에서 온 기역인지 오나라에서 온 시옷인지 도무지 모르겠으면. 새로 배울 수는 있는 걸까? 꼭 다시 읽어야만 하는 걸까? 이영아, 난 이제 더 이상 문자를 못 읽어. 그렇게 됐어. 아무리 집중하고 봐도 의미를 알 수가 없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야.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안내 방송을 듣고 내렸는데 처음 들어본 이름인 거야. 역을 지나쳤나 환승을 잘못했나, 내가 깜빡 졸았나,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나 지도 앞에 섰는데,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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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병(病)의 밤(夜)
신관 3층 복도는 커다란 미음(ㅁ)자 구조였다. 중간에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반대편으로 향한 두 사람은 다시 마주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사가 노인을 등진 것은 불과 수십 초 전, 노인은 너무나 짧은 시간 만에 다시 중사 앞에 나타난 것이다. 불편한 동작으로 거치대를 밀며 느릿느릿 걸어서가 아니라, 마치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전력질주로 긴 복도를 한 바퀴 달려온 것처럼. 물론 노인의 달리기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불쑥, 벽이라도 통과한 걸까. 중사는 휠체어를 멈춰 세웠지만, 노인을 불러 세우진 못했다. 중사는 다시 컨트롤러 위에 왼손을 올려놓았다. 복도를 맘껏 내달리고 싶던 마음은 어느새 시들해져 있었다. 더욱 짧아진 간격으로 노인이 세 번째 제 앞에 나타났을 때, 중사는 소리쳐 아내를 부르고 싶었다. 재방송되는 티브이 화면처럼 노인이 다시 휠체어 곁을 지나쳐 가는 순간, 중사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오른손과 오른발을 마구잡이로 버둥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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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내 이름 묻지 마세요
‘짜’를 내뱉으면서 바로 미음 받침을 붙여버리면 ‘뽕’이 따라 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짬………………뽕’이 되겠지. 그래도 볶음밥은 비읍, 비읍은 예사소리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입술만 살짝 닫았다가 보, 하고 내뱉으면 되는데, 보, 보, 볶……. “뭐 먹을 거야. 지금 주문해야 해. 빨리 골라.” “…….” 진 실장은 전화기 숫자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로 희진을 재촉했다. ‘아무거나’라고 말하면 진 실장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실장님이랑 같은 걸 먹겠다고 하면 곧이 주문해 줄까, 아니면 지금 장난하는 거냐며 냉랭한 표정을 지을까. “……………… 울면이요.”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희진이 가까스로 울면을 고르자 진 실장은 울면? 이라고 한 번 되묻더니, 중국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사이 희진은 진 실장에게는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얕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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