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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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별
[연재 에세이] 별 ― 사막의 미학 3 김태형(글/사진) 낙타는 지평선을 건너가지 않는다 기운 햇살을 받은 데리스가 마른 잎을 반짝이고 있었다. 한 떼의 가축과 어린 목동이 말을 타고서 황금들판을 지나가고 나면 바람 소리만 남았다. 데리스의 앙상한 잎은 낙타만 먹는다. 겨울에 먹이가 부족할 때는 양과 염소가 눈 위에 솟아난 길쭉한 잎을 마지못해 먹기도 한다. 석양을 받아 지평선을 건너다보고 있는 낙타는 마른 데리스 빛을 닮았다. 몽골 신화를 보면 원래 낙타는 아름다운 뿔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사슴이 잔치에 가기 위해 낙타의 아름다운 뿔을 빌려갔다. 멋진 뿔을 달고 한껏 뽐을 내던 사슴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낙타는 사막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슴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얼핏 우스꽝스럽지만, 이 신화를 잊고서 낙타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낙타는 기다림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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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쇠똥구리 별
쇠똥구리 별 손택수 쇠똥구리는 별빛으로 길을 찾는대 똥을 굴리면서도 별과 별 사이로 난 지도를 읽으며 집으로 돌아간대 똥구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려 봤지 몸에서 나는 악취에 진절머리 똥이 될 밥을 따라 수모를 견뎌도 봤지 그때 귀갓길에 본 별 하나 기억하니 별 하나 점을 찍고 눈을 맞추는 게 한때 나의 명상법이었지 사람의 눈은 마주 보지 못하고 별의 동자라도 봐야 살 것 같을 때 있었지 별에 점을 찍으면 나도 까무룩 한 점이 되고 숨을 가지런히 한 채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희미한 빛 같은 것이 생겨서 점과 점을 이으면 모스 부호처럼 흩어진 남해 섬들 두고 온 파도소리도 들려올 것 같았지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르지만, 쇠똥구리는 별을 나침반으로 삼는대 그 손톱만 한 몸으로 신통도 하지 요즘 소들은 들판이 아니라 다 농장 쇠울에 갇혀 사육이 되고 있는데 적막한 들판에서 양식은 어떻게 구하는지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릴 줄 알아야 이 행성도 회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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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지지 못하는 별
지지 못하는 별 최재원 자러 갈 때도 아직 깨 있고 일어날 때도 벌써 깨 있고 언제 자? 여덟 시간은 자야 머리 잘 돌아가고 몸도 건강하다며 할머니가 내 생일날 닭을 잡았다 도망칠 땐 꼬끼오 잘만 떠들더니 목을 비틀자 똥만 싸 놓고 죽었다 닭은 닭이었다 닭고기가 되었다 뼈에 붙은 살이 젤로 맛있다면서 살만 통째 발라 준다 나도 그럼 뼈만 빨아 먹고 싶은데 별은 나이를 많이 먹었다 별은 머리가 희게 세었다 별은 깜깜한 데서 일한다 별은 가끔 깜빡깜빡한다 별은 내내 불을 밝히다가 아침을 안치고 그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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