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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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그가 누웠던 자리
그것은 시인의 “나도 모를 아픔”을 윤리적인 것으로 만들어준다. 시인은 병 없이 앓는 자다. 윤동주의 “나도 모를 아픔”은 훗날 이성복에 의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진실은 우리가 지금 ‘아프다’는 사실이다”(『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표지 글)라는 인식론으로 변주된 그 아픔이고, 황지우에 의해 “아픈 세상으로 가서 아프자”(황지우, 「산경」, 『게 눈 속의 연꽃』)라는 윤리학으로 확산된 그 아픔이다. 윤동주의 마지막 선택은 무엇인가. 1연에서 그는 앓는 세계를 발견했고, 2연에서는 세계의 고통 속에서 더불어 아픈 시인의 자리를 인식했다. 아직까지 그는 그저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라고만 적었을 뿐이다. 이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이제부터 시작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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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수수대궁
지운 글씨 바깥으로만 성에가 피어서 그 아픔, 영영 녹을 것 같지 않은데 아침 햇볕이 창문을 비추자 슬픔의 글자들은 물방울에 녹아 和音처럼 반짝이며 흘러내린다. 당신이 내게 던진 말, 창, 칼 그런 것들도 조금씩 녹아내린다. 빈 수수대궁 속을 들여다보는 마음으로 가만히 당신의 손 잡고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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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뒤끝 작렬
뒤끝 작렬 이위발 너는 시들어 가는 꽃을 보며 ‘아름답다’라고 말했지, 뒷모습보다는 말라 가는 꽃잎이 더 성스럽다고 했지, 아니지, 아름다운 것은 한순간이지, 누군가 찰나는 이럴 때 쓴다고 했지, 아니지, 뿌리에서 태어나는 꽃들은 관심과 애정, 신뢰와 믿음이 전부라고 했지, 아니지, 시들어 가는 꽃 속엔 슬픔과 아픔, 증오와 고통도 함께 있다고 했지, 너는 그때 하필이면 판도라를 떠올렸지, 왜라는 의문을 던졌지, 답은 명쾌하게 들렸지, 상자를 열었을 때 일곱 가지 죄악이 나왔다고 했지, 늙는다는 것도 그중에 하나라고 말했지, 시든다는 것과 늙는다는 것은 동격이라고 했지, 비참하고 비통했지, 아니지, 상자에서 나오지 못한 희망을 마침표 전의 쉼표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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