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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고래상어를 먹을까

  • 작성자 휘풍
  • 작성일 2022-11-28
  • 조회수 356

어쩌면 이 세상은 많은 것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보통의 사람으로 사는 것이 행복함 그 자체라고 인식시키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저것 실험해보기에는, 안타깝게도 우리의 목숨은 하나다. 세상이 가리고 있는 것들을 본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도, 그 수가 극히 적은 것도 사람의 목숨은 하나뿐이라는 묘한 법칙에 의해서다.

 

나는 어렸을 적 초식동물인 토끼가 멸종위기 동물인 고래상어의 살점을 풀보다 더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꿈을 꾼 적이 있고, 무언가 신내림 받은 듯한 기분에 들떠 말도 안 되는 그것을 철썩같이 믿고 선생님과 부모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다. 물론 토끼는 초식동물인 것이 밝혀졌고, 꿈은 근거가 없이 허무맹랑하다는 것을 어린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쉽게 설명해 주려고 하셨고, 내가 맞다는 것을 열심히 증명하려다(대부분 선생님이 토끼 자신보다 토끼를 잘 아느냐는 말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진짜 토끼와 말한 것 같았으니) 잘 안되자 부모님 앞에서 눈물을 조금 흘렸었다.

 

토끼가 고래상어를 먹느냐 안 먹느냐에 대한 이야기는 생물학적인 이야기기 때문에 분명히 안 먹는다가 정답이겠지만, 아마 고래상어를 토끼에게 줘 본 사람? 하면 손을 들 분은 전 세계인 중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많은 역사와 그 결과들, 잘 사는 사람들의 인생 경로를 뒤져 찾은 길로 모든 사람들이 다 걸어가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누군가 토끼가 고래상어를 먹냐고 물었을 때, 선생들과 학자들이 코웃음치며 비웃는 걸 보고 ‘아, 안 먹는구나.’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맞을까?

 

이쯤에서 토끼와 하려는 이야기의 연관성이 조금 헷갈릴 것 같은데 토끼와 고래상어에 대한 궁금증은 종종 드는, ‘다른 길은 어떨까? 그 길로 가볼까?’라는 탈주 본능이다. 사람들의 일생은 너무나도 비슷하다. 요새 잘 나간다는 인간들의 위인전도 지독히 똑같다. 열심히 노력해서 늦게나마 빛을 봤거나, 천재인데 노력해서 기업 세워서 빛을 봤거나.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 사람들이 되지 못함을 일찌감치 깨닫는다. ‘빌 게이츠 딱 기다려라. 내가 커서 누가 될진 아무도 모른다.’ 하던 아이는 이젠 누구라도 제발 되는 게 소원이다. 빌 게이츠 저격 생각도 결국 초등학교 고학년 때 멈추게 된다.

 

공부 다 때려치우고 취미로 하던 핸드메이드 인형 만들기 유튜브 찍으면서 먹고살게 된다면 학교는 16년 가까이 왜 다녔으며, 밤새가며 공부하고 오르지 않는 성적에, 풀리지 않는 문제에 눈물을 흘리며 발악은 왜 했을까? 영상편집과 사진 공부만 추가로 했어도 되지 않을까? 물론 학교를 다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에서 좀 많이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잘 되기 위해 시간을 버리고 건강을 버리고 괴로움을 택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정석이니까, 잘 되는 가능성이 높으니까, 세상이 그렇게 하라고 설계되었으니까, 무모한 실패자는 싫으니까.

 

왜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무모할까? 그 이유는 바로 앞에서처럼 세상이 한 가지 인생에 맞춰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공부해서 대학가서 취업해서 죽는. 왜 쌀국수가 좋아서 베트남과 태국의 쌀국수를 비교하러 현지가서 공부하다가 잘 안 맞아서 한국으로 돌아와 공부해서 학교갔다 자퇴하고 인터넷 방송을 하게되는 그런 인생을 위한 세상은 없을까. 그렇게 사는 놈 있으면 어디 한번 살아봐라 식의 세상이다. 그러니 우리가 공부 안 하면 죽는 그런 삶을 선택한 적 없이 선택한 것이다.

 

100년 넘게 사는데 30년은 공부해서 취업해서 30년은 일하고, 나머지 40년은 무계획인 것이 정상적인 사람 인생으로 보이는가? 좀 더 스펙타클하고 복작복작해야하지 않을까?

 

왜 공부를 하고 왜 취업을 해야 하는지 물으면 다른 길은 더 망한다고 겁준다. 토끼가 고래상어를 먹겠냐고 윽박지르며 비난하는 것이다. 토끼가 초식동물이라는 점과, 소화기관을 보여주며 밝혀진 것들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 길로 간 사람들의 행방은 쏙 빼놓고 천재들의 예시만 든다. 전교 꼴찌가 서울대를 간다느니, 6등급에서 1등급이니. 나는 안다. 그 얘기 아무리 많이 들어도 나는 해당 안 될 것 같다는 거. 예를 들어 칼국숫집 차리고 싶어서 학교를 관둔다면 욕을 먹을 것이다. 성공하기 어려운 허무맹랑한 말이라고. 칼국숫집 성공이 전교 1등보다 어렵다고. 그건 아까 말했듯이 그런 사람들을 위한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하면 직업 종류가 많으니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있는데, 소설 작가에게는 과학이 필요 없고 수학자에게는 국어가 필요없다(수학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 때는 필요할 수도). 관련없는 이것저것 다 배워놓고 선택의 폭이 넓다 하는 것이다. 칼국수 과목 하나 더 추가하면 칼국숫집 사장도 될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세상은 닦아진 길을 가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변해야 한다거나 공부를 관두는 것을 추구하라는 것도 아니다. 우린 그런 곳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마 죽을 때까지 닦아진 길을 가야 하고, 그것이 가장 안전하다. 좋은 소식으로는 미리 살아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나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 나쁜 소식으로는 이미 대답을 들을 수 없어져 버린 사람도 있다. 난 적어도, 토끼가 고래상어를 안 먹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살점을 여러 토끼들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다른 길들이 너무 험하면 넘어진 사람의 통계를, 닦아진 길이 현명하다면 빌 게이츠는 그만 데려오고 삐용삐용대학을 나와 뿅뿅회사에서 잘 지내고 있는 김민수 씨들의 평범한 행복들을 전해주는 것이 옳다. 그리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증명하지 못한 것으로 당당하게 말리는 것은 부끄럽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닦아진 길을 가든 다른 길을 가든 모든 사람의 목적은 행복이다. 그 행복까지 닿는 길이 여러 개임을 세상이 알아주는 그날이 아주 훗날,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휘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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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새요? 휘풍님. 저는 취미로 소설작가를 하며 중등수학교사가 되는 것이 꿈인 자칭 문학소년입니다. 솔직히 미분, 적분 같은 것들은 배운다고 해서 실생활에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글에도 쓰이는 경우도 적을 거고요. 하지만, 조금 바꾸어 말해볼게요. '박사가 사랑한 수식'같은 책이나 '어메이징 메리', '네이든' '폐르마의 밀실 같은 영화, 그외적으로도 문화 컨텐츠에 다양한 부분에 수학과 과학을 소재로 한 책들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재미를 추구하는 만화나 웹소설같은 서브컬쳐장르까지도요. 그러니 글을 쓰고 싶다고 해서 필요한 공부만 할거야. 라는 말은 지양해야 됩니다. 실제로 제가 이끄는 강서고 문예창작부에서 친애하는후배님께 매일같이 했던 말이기도 하고요. 또한, 수학을 푸는 데도 국어가 많이 쓰입니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전달한다거나 남의 생각을 받아들일 때 심지어 문제를 풀 때도 수학문제와 대화하며 나아가기도 합니다. (물론, 대화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물론 연구할 때는 더더욱 많이 쓰이지요.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서 아이슈타인이 국어(그의 경우엔 영어겠지만...)를 조금만 더 잘했다면, 상대성원리가 훨씬 쉬워졌을 겁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연구할 때 혼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대화능력도 필수이고요. 그리고 이것은 조금 더 갔다고 생각하지만, 현대 암호는 소수와 연관된 경우가 상당히 많기에 수학은 암호학까지 연결됩니다. 그리고 암호는 언어고요. 게다가 현재 학교교육은 매우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수능제도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고교학점제라는 학생들이 선택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교수님들과 현직교사들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이들이 도입되지 못 하긴 했지만, 전 세계를 둘러 보아도 우리나라만큼 문맹률이 낮고, 일상생활에서 물건을 사고팔때 기계의존도가 낮은 나라는 적습니다.(기계 계산기가 고장나도 결제가 가능하잖아요.)물론, 이는 초등교육으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반박하시겠지만, 음수라는 개념, 유리수라는 개념, 집합이라는 개념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활발히 쓰이는 수학적 개념들이 생각보다 많이 숨어져 있고, 사람들과의 어떻게 대화해야 할 지에 대한 국어능력도 중등교육(중고등학교)에서 굉장히 많이 배웁니다. 물론, 한국의 실질적 독해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점점 많이 들려오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한국인의 독서량 때문이니...(평균 1권, 심지어 이것도 매념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는 다독자를 포함한 수치이고, 그 중에 라이트 노벨과 같은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분도 상당할 테니...-아 물론, 서브컬처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저 작가의 필력이 대부분 다른 것에 비해 상당히 떨어질 뿐이에요.) 그것은 말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은 굉장히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저도 똑같은 학생입장으로서 이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년에 수능 한 번 보면 다 까먹을 텐데...라고는 하지만, 12년이나 쌓여 내몸에 체화된 지식은 쉽게 잃지 않으니 저는 휘풍님의 생각에 약간의 의문을 품었습니다.

    • 2022-12-01 00: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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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부일

    휘풍 님, 안녕하세요. 글틴에 처음 글을 올리셨군요. 환영합니다!^^ '토끼는 고래상어를 먹을까' 잘 읽었습니다. 제목이 호기심을 끌어요. 제목을 인상적으로 잘 붙였습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 다르게 해석하는 힘, 다른 시선의 중요성 등등, 생각거리가 많은 글입니다.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신다는 증거겠죠? 학교를 다니고 싶은 사람과, 일찍 다른 길을 찾고 싶은 사람, 홈스쿨링 등 다양하게 배워도 될 텐데, 우리나라는 무조건 학교에 가야한다고 말하죠? 그래서 학교에 가서 멍 때리며 앉아 있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고,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면 어떨까? 우리 사회가 다양성이 아직 부족합니다. 그런데 막상 학생에게 집에서 혼자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면, 선뜻 그렇게 하겠다는 학생이 많을까요? 아마도 두려워서 못할 겁니다. 아마도 다들 학교에 가야한다는 사회적 흐름을 거부할 때 오는 두려움일 텐데,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야겠죠? 그 행복까지 닿는 길이 여러 가지임을 세상이 알아주는 그 날이 아주 훗날,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이 문장이 참 좋네요. 다만, 소설 작가에게는 과학이 필요없고, 수학자에게는 국어가 필요없다, 라고 하셨는데, 소설가한테도 과학이 필요하죠. 고교 수업을 문과, 이과 나누어서 공부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작가가 과학을 알면 sf소설도 쓸 수 있고 좀 더 입체적으로 이 사회를 알 수 있고, 인간의 기원도 공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요. 유튜브 방송을 운영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영상 촬영과 사진 찍는 법만 배우면 너무 세상이 단조롭지 않을까요? 책도 자신의 분야의 책만 읽고, 그러면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의 힘든 점, 마음은 전혀 알지 못해서 더 소통하기 어려운, 닫힌 세상이 될 것 같아요. 오히려 다양성이 없는! 좋은 주제를 오늘의 시각에서 잘 풀어내고 있어요. 다만 수필은 설명문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글입니다. 이 글은 설명이 많네요. 휘풍 님이 살면서 이 이야기와 관련해 겪은 것들을 전해주세요. 만약 학교에 가지 않고 혼자 집에서 홈스쿨링을 한다면 어떨까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그렇게 하라고 제안을 한다면 선뜻 동의할 수 있는지? 만약 망설인다면 왜 그러한지? 다양한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용기가 필요한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해진 길을 가야하는 이 세상에서 그것을 벗어나려고 휘풍님이 해보신 일이 있다면 그것도 들려주세요. 그때 사람들의 반응은?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독자들도, 나도 저런 경험이 있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위로받겠죠? 수필의 힘입니다. 문학의 힘입니다. 좋은 주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글틴에 글을 많이 올려주세요. 한파가 시작됩니다. 건강하세요.

    • 2022-11-29 11:29:10
    문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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