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심해어」
- 작성일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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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심해어」
세상은 어지러웠다.
어제의 친구가 적으로 표변하여
벼린 칼을 겨누고
베는 세태가 무서웠다.
세상을 등지는 게
살길로 보였다.
눈 감고 귀 막은 채
숨어 살지만
누군가에게는 빛으로 발광(發光)한다.
어둠 속에서 몸을 환하게 밝히는
저 은둔 군자들!
▶시_ 장석주 - 1955년 충남 연무에서 태어났으며, 1975년 《월간문학》,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햇빛사냥』,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절벽』, 『몽해항로』 등이 있음.
▶낭송 - 정준식 - 성악가. 이탈리아 F.TORRE FRAN CA 국립음악원 졸업. 서울시 오페라단, 로얄오페라단 등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
배달하며
시인을 굳이 심해어나 은둔 군자라고 우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시인은 많은데 심해어처럼 깊은 바다에 살거나 어둠 속에서 몸을 환하게 밝히는 시인은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눈 감고 귀 막은 채 바다 깊이에 살지만 실은 누구보다 투명하게 눈과 귀를 열어 놓고 빛으로 발광하는 존재! 그런 언어로 존재하고 싶은 것이 시인이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떠난 후 겨울 찬비 속에 젖은 채 어는 빨래를 보며 뒤늦게 깨닫는 시인. 내가 사랑했던 건 영혼이 아니라 당신의 그 허리! 라고 실토하는 시인.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몽해항로』(민음사)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박지영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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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복효근 시인, 창비청소년시선 05 『운동장 편지』, 창비교육, 2016. ■ 처음 인사드리는 그대여. 한때 저는, 제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내린 초저녁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하여, 아쉬운 맘 달래보자고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우고는 이팝나무 우체국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 작은 우체국 뜰에서 시엽서를 쓰고 시배달을 나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풀벌레 소리처럼 떨려옵니다.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려오는 그대여, 그대에게 있어 가장 따뜻했던 저녁은 언제였는지요? 내가 멘 가방 지퍼를 닫아주는 척 붕어빵을 넣어주던 선재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은근, 기분이 좋아져 옵니다. 가장 따뜻한 저녁이 그대에게 당도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우체국 마당 구절초가 가는 목을 빼고 그대 향해 피었다는 소식 전하면서 이만 총총합니다. 문학집배원 시배달 박성우 - 박성우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워 이팝나무 우체국을 낸 적이 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 『불량 꽃게』, 청소년시집 『난 빨강』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더 좋은 시인으로 살기 위해 삼년 만에 홀연 사직서를 내고 지금은 애써 심심하게 살고 있다.
- 김 태 형
- 2016-10-13
양선희, 「늙은 신갈나무처럼」 몸을 침범하는 벌레를 중심을 어지럽히는 곰팡이를 속을 갉아먹는 나무좀을 그 속에 둥지 트는 다람쥐나 새를 용서하니 동공이 생기는구나바람을 저항할 힘을 선사하는 양선희 - 1960년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87년 계간 《문학과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가 당선되었다. 시집 『일기를 구기다』, 『그 인연에 울다』와 장편소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를 펴냈으며, 이명세 감독과 영화 의 각본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에세이로는 『엄마 냄새』, 『힐링 커피』가 있다. 낭송 - 나지형 - 배우. 성우. 연극 ‘9살 인생’, ‘대머리 여가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에 출연. 배달하며 지난여름은 지독한 불볕이었다. 그 중에도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불길하고 끔찍한 뉴스들이었다. 세상 어디를 손가락으로 찔러 보아도 더러운 악취가 새어나왔다. 시정신이 없는 혼탁한 기회주의 시인을 향해 어떤 시는 “이 땅은 방부제도 썩었다”라고 탄식했다.신갈나무는 도토리가 달린 참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그 이파리를 짚신의 신발창처럼 갈아 쓴다하여 신갈나무라 불렀다고 한다. 참나무 잎으로 신발을 갈아 신어야 할 것 같다. 온갖 설익은 말, 벌레 먹은 말, 끔찍하고 억지스러운 말, 다 가리고 크게 다시 숨 쉬고 용서하고, 가을 밤 하늘에 새로 떠오르는 처녀별 같은 그런 시가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폭력적이고 기형적인 언어의 흙탕물 속에서 싱싱한 생명의 시를 골라 배달하겠다고 했던 첫 인사말이 떠올라 가슴 아릿하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그 인연에 울다』(문학동네) ▶ 음악_ Tune ranch-orchstral-2 중에서 ▶ 애니메이션_ Alice Jiyu▶ 프로듀서_ 김태형
- 김 태 형
- 2016-09-26
손 세실리아, 「갠지스강, 화장터」 다홍 천 턱까지 끌어올리고 장작더미에 누운 여자 기척도 없다 불길 잦아들도록 끝끝내 이글거리던 가슴뼈와 골반 회(灰)가 되어 허물어진다 한 때 소행성과 대행성이 생성되고 해와 달과 별이 맞물려 빛을 놓친 적 없던 여자의 집, 감쪽같이 철거당했다한우주가 사라졌다 시_ 손세실리아 - 북 정읍에서 태어나, 2001년《사람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기차를 놓치다』, 『꿈결에 시를 베다』와 산문집『그대라는 문장』이 있다. 낭송 - 나지형 - 배우. 성우. 연극 ‘9살 인생’, ‘대머리 여가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에 출연. 배달하며 힌두(Hindu)의 삶은 갠지스에서 시작되고 갠지스에서 끝난다. 갠지스 성스러운 물에 몸을 담그는 세례로 시작하여 그 강에 회로 뿌려지는 것으로 끝난다. 물로 시작하여 불로 끝을 맺는 제전이다.이 시는 장작더미에 누워 화장을 기다리는 여자의 자궁속의 해와 달과 별이 맞물리는 윤회와 인연을 포착하고 있다. 그녀의 자궁 속에서 진행되던 생명의 달거리, 소행성과 대행성을 품었던 생명 원류로서의 여자의 집! 이 시는 그것이 장작더미 불길에 의해 감쪽같이 철거되고 한우주가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걱정 말라! 갠지스에 뿌려지면 죄는 사라지고 다시 생명으로 돌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그 장엄한 회귀를 위해 그녀의 발목에 화장의 삯으로 은발지가 걸려있었을 것이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출전_ 『기차를 놓치다』(애지) 음악_ 07-A Simpler Time 중에서 애니메이션_ 이지오 프로듀서_ 김태형
- 김 태 형
- 2016-09-19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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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건
심해어는 바다의 아주 밑에서 사는 물고기들이다. 매우 어둡고 아무것도 안보이고 희망도 없는 곳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빛을 내는 심해어들도 있다. 나는 이 시를 보며 빛을 내는 심해어처럼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심해어는 무섭고 불안한 세상에서도 빛을 내고 다른 물고기에게 빛을 내어 길을 찾게 도와주는 존재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회는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기 바쁘고 다른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는다. 나는 심해어처럼 어두운 세상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그리고 이 시에서 숨어 살면서 남에게 빛을 빛추어 준다고 하였다. 이것을 통해 꼭 앞에서만이 아니라 뒤에서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 감상했습니다. 역시 힐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