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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사랑」

  • 작성일 2016-09-05
  • 조회수 7,661

안도현, 「사랑」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 시_ 안도현 - 1961년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났다.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간절하게 참 철없이』 『북항』 등이 있다.

▶ 낭송_ 서윤선 – 성우. 연극 ‘백치, 백지’, 영화 ‘줌 피씨 월드’, 애니메이션 ‘ 명탐장 코난’ 등에 출연.

배달하며

매미는 오랜 시간을 땅속에서 참고 기다린 끝에 겨우 한 철을 짧게 살다 간다. 길게는 17년을 기다린다고 하는데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한 여름 땡볕 속에서 매미들이 내지르는 울음소리가 사뭇 열광적이고 절박한 것은 매미의 깊은 인내와 생명력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언젠가 소월의 천부성을 부러워하며 자신은 시를 쓰는 것 보다 만드는 것을 먼저 배운 후천성시인이라고 겸허하게 말했지만 기실 그는 타고난 천부의 시인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천부의 시인이어서 시를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므로서 천부성이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인간다운 삶을 꿈꾸게 하는 시의 힘을 믿는다는 시인의 사랑이 매미처럼 열광적인 목청으로 더 쏟아지기를...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제13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품집』(문학사상사)
▶ 음악_ song bird av212 중에서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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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태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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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태 형
  •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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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건

  • 10212 양태권

    처음에 제목을 보았을 때에는 연인들의 사랑을 떠올리고 들어왔지만, 절박하게 우는 매미들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이 시에 흥미가 돋았다. 매미는 딱 3달정도를 울기 위해 길게는 17년을 기다린다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여름마다 시끄러워 밤잠을 설치게 했던 원인이었지만 이때만큼은 매미가 불쌍했다. 작가는 우리가 매미처럼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매미에 빗대어 나타낸 것 같다. 또한 작가가 첫 줄에 나타낸 문장은 매미가 사랑을 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나타낸 단어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시는 가족혹은 연인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게 만드는 시라고 생각한다.

    • 2018-11-05 09:04:58
    10212 양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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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02 김동균

    ' 매미가 울기 때문에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이 구절이 매우 인상깊었던것 같습니다. 매미의 사랑과 열정으로 우리의 여름이 드거워 진다는 말이 재미있고 멋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에서 등장하는 매미와 달리 자신의 열정적인 사랑을 메미 소리로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 다면 상대는 결코 모르게 되겠지요. 우리들의 사랑을 밖으로 전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은 내 마음을 알아 줄꺼야'라고만 생각한다면 나의 진심을 알릴 수도 없이 관게가 끊나게 되겠지요.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다른 감정이나 내 속에 있는 여러 생각을 밖으로 알리지 않으면 알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저의 감정과 생각을 밖으로 알려야 겠습니다.

    • 2018-10-29 12:09:05
    11002 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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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우10117

    매미는 7년 동안 땅 속에서 기다리며 자신의 삶이 펼쳐지는 것을 준비한다고 한다. 오랜 시간의 기다림 동안 매미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매미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게 된다. '여름'이 와서 '매미'가 오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오니까 '여름'이 온다는 발상은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어 존재성에 대한 나의 생각으로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매미가 크기가 작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울고 있는 것을 보고, '매미'의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에 더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이는 국어 시간에 배웠던 시 과 같이 성장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생각하며, 나의 태도를 바라보는 정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생각해보는 이러한 행동 그 자체가 뜻 깊은 것이라고 본다.

    • 2018-05-29 11:48:00
    이준우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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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908 신준호

      이 시를 읽고 나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매미가 우는 것을 단순히 여름이 와서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 뜨겁게 운다는 것이었다. 나는 언제나 매미가 운다는 것이 여름이 다가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는 여름을 존재하게 만드는 뜨겁게 우는 매미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매미'가 여기에서 시사하는 점은 우리 같은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청춘은 사랑에 목말라 있을 때이다. 매미와 같이 다른사람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큰 교훈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단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만이 아닌 우리가 흔히 추구하는 좋은 성적,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시를 읽고 단순히 사랑만이 아닌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느끼는 나의 모습 또한 뿌듯할 것이다.

      • 2018-05-29 15:31:52
      10908 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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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제원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의미하는것 같습니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라는 구절이 시의 앞부분에 나오면서 벌써 나에게 다가왔는데, 연인 관계이든 부부관계이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 사람의 조건이 어떠해서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것이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구절인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내가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나를 사랑해주는것이 아니라 나 이기때문에 사랑해주는것과 같은 진정한 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구절이었습니다. 또 매미는 언제나 나무에 붙어서 우는데 마지막" 울지 않으면~"라는 구절에서 사랑은 상대방 곁에서, 언제나 사랑해주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감명깊은 시인것 같습니다.

    • 2018-05-29 10:13:12
    한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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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310송민서

    365일 뜨겁게 우는 인간의 삶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 시는 사랑이라는 격동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 누구나 뜨거운 감정에 휩싸여 본 경험이 있으니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오랜 세월 땅속에서 준비하며 기다리다 어느 해 여름, 마치 누군가의 부름에 나오는 것처럼 매미는 나와서 운다. 오랜 시간을 오직 그 짧은 여름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슬프기도 했지만 그런 매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시는 나에게 여름의 열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나에게는 사랑이라는 단어보다도 열정과 도전이라는 단어로 다가왔다.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나는 아직 매미 유충이지만 성충이 되어 뜨겁게 우는 그 날을 위해 나는 노력할 것이다

    • 2018-05-29 10:09:25
    10310송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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