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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 작성일 2016-10-13
  • 조회수 8,462


복효근,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작품 출처 : 복효근 시인, 창비청소년시선 05 『운동장 편지』, 창비교육, 2016.



■ 처음 인사드리는 그대여. 한때 저는, 제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내린 초저녁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하여, 아쉬운 맘 달래보자고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우고는 이팝나무 우체국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 작은 우체국 뜰에서 시엽서를 쓰고 시배달을 나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풀벌레 소리처럼 떨려옵니다.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려오는 그대여, 그대에게 있어 가장 따뜻했던 저녁은 언제였는지요? 내가 멘 가방 지퍼를 닫아주는 척 붕어빵을 넣어주던 선재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은근, 기분이 좋아져 옵니다. 가장 따뜻한 저녁이 그대에게 당도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우체국 마당 구절초가 가는 목을 빼고 그대 향해 피었다는 소식 전하면서 이만 총총합니다.




문학집배원 시배달 박성우

- 박성우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워 이팝나무 우체국을 낸 적이 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 『불량 꽃게』, 청소년시집 『난 빨강』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더 좋은 시인으로 살기 위해 삼년 만에 홀연 사직서를 내고 지금은 애써 심심하게 살고 있다.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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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태 형
  •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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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건

  • 10805 문장원

    이 시를보면서 친구는 누군게에게 큰 의지가 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물론 누군가는 좋은, 제대로된 친구가 없을 수 있지만 수십명의 친구보다 진정한 한명의 친구가 더 낫다는 말처럼 자신의 고민을 거리낌없이 상의하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되고싶다. 이 시를 선택한 이유는 학창시절에는 누구나 있을법한 교유관계에서의 고민, 또는 걱정이 제목을 보고 생각나서 이 시를 선택하게되었다. 이 시를 보고 서로에게 따뜻한 감정을 받을수있었다는것을 알 수 있게되었고 인상깊은 시라고 생각한다.

    • 2018-11-05 15:48:47
    10805 문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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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410윤찬휘

    이 글을 읽으면서 선재라는 친구가 하는행동에 나의 마음도 같이 따뜻해졌다. 선재가 착한마음으로 가방속에 붕어빵을 넣었을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따뜻해졌고, 이 시의 화자가 혼자 붕어빵을 먹을것을 생각하니깐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시 한편이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도 해 주고 뭉클하게도 해준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또,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데 선재라는 친구처럼 착하고 좋은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참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나도 내 주변사람들에게 선재처럼 좋은 영향을 끼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시가 나에게 친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부분과 앞으로 주변사람들에게 좋은영향을 끼쳐야겠다고 생각하게한 점이 좋았다.

    • 2018-11-05 10:07:46
    10410윤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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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15인성도

    이글을 읽으며 친구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깨달았다. 내가 이상황에 쳐해얐다고 생각해보니 기분이 외롭고 슬퍼졌다.이시의 주인공의 친구인 선재가 붕어빵을 넣어주는순간 나는 이친구는 정말 든든하고 마음씨가 넓은 친구라고 생각이들었다. 나는 부모님이 많이 바쁘셔서 끼니를 챙기지 못한 기억이 많지않다그래서 나는 이시를 일고 따뜻함을 느끼기 어려울거라 생각했지만 이시를 읽자마자 시의 따뜻함을 한순간에 느낄 수있었다.비록 친구와 싸우기도하지만 그뒤에 화해의 손을 건네는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완벽히 선재같은 친구가 되지 못하더라도 친구의 마음을 생각하고 위로를 할줄아는 진정으로 도움이되는 친구가 되고싶다.

    • 2018-11-05 09:19:09
    10215인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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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준영10721

    서로의 마음을 알고 나누는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말을 안해도 서로서로 기분 나쁜거 물어봐주고 비록 대단한건 아니지만 서로 챙겨주는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친구들과의 우정은 정말 대단한것 같습니다. 이 시의 화자처럼 집에 가면 혼자 있을걸 알고 친구가 몰래 붕어빵을 넣어주는 것을 보았을때는 마음이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이 화자와 선재는 평생을 함께할수 있을 겁니다. 서로를 챙겨주고 서로 마음을 나누고 때로는 위로도 해주는 친구가 있다는게 너무 부럽습니다.저도 이런 친구를 사귀고 이런 친구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 2018-06-01 13:37:25
    홍준영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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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재민10823

    이시를 읽고 친구가 아주 소중한것 이라는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도 어머니 아버지가 맞벌이 부부였기 때문에 지금은 제가 밥을 알아서 챙겨먹고있지만 어렸을때나 아주 바쁠때 혼자 차려먹을 여력이 안되 그냥 끼니를 거를때가 많이도 있었습니다. 그럴때마나 우울했는데 같은 학교 친구가 분식집 같은곳에서 떡꼬치나 떡볶이 등을 사주었을때의 따뜻한 마음은 어쩌면 부모의 사랑을 능가하는 친구사이의 엄청난 우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요즘은 학원 때문에 밖에서 친구들이랑 밥을 사먹을때가 많은데 어쩔때 한번씩은 따뜻한 집밥을 부모님과 함께 먹고싶은 기분이드네요.

    • 2018-05-29 14:46:26
    강재민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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