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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사랑이 없는 날」

  • 작성일 2018-09-13
  • 조회수 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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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곽재구|「사랑이 없는 날」을 배달하며…



사랑이 없는 날은 불화하는 날, 반목하는 날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세계를 아름답게 만들려면 열렬한 사랑이 필요하다고 소란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랑 없는 날의 고요는 웬일인가요? 들끓은 마음 없이도 홍매화와 목련은 어울리고 은서네 피아노학원과 종점 세탁소 사이 집으로 가는 길은 정답군요. 무슨 병은 없는지, 별고 없으신지 간간이 소식을 묻고 전하는 마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도 합니다. 시인은 그런 자유의 순간을 예감하는 것 같아요. 물론 ‘겨울을 이겨내는 봄’처럼 대립과 극복의 비유가 우리 삶에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부정이든 긍정이든 세상을 무엇과 무엇의 관계 속에 잡아두려는 마음 너머에서도 무언가 아름답게 존재합니다. 승객을 다 내려주고 홀로 가는 버스와 홀로 눈 쌓인 언덕길과 저 홀로 빛나는 초승달처럼.

시인 진은영


작품 출처 : 곽재구 시집, 『와온 바다』, 창비, 2012.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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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6건

  • 11115이준혁

    시인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기리고 그리워하며 그날을 기억하고있다. 이 시는 내가 지금보다 어렸을적 좋아했던 경험과 매우 흡사하다. 그런점 때문인지 시가 더 와닿았고 마치 내가 시인과 같이 글을 쓰고 읽는듯한 느낌이 강하게들었다. 또 시 글 사이에서 순수한 시인의 마음이 보였다. 아직은 순수한 그런 갈대같은 마음 나도 예전처럼 다시 그러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설레며 그 사람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않아 아쉬운점이 남아있다. 이 시는 정말 내가 보았던 시 중에서 정말 여운이 남는 시인거 같다. 이 시를 내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여러사람들 이 댓글을 보고있는 당신에게 추천하고싶다.

    • 2018-11-05 12:00:06
    11115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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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원10106

    이 시는 사랑을 하는 날을 다루는 다른 시들과 다르게 사랑이 없는 날을 서술하고 있다.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거나 헤어지게 되서 사랑이 없는 날이 된 걸까? 이런 날은 차갑고 텅 비어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가는 좋은 것이 있으려면 나쁜 것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랑을 더 열정적으로 느끼려면 이차럼 사랑이 없는 날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것 같다. 본과 겨울 사이, 꽃이 다 져버린 나무에 대해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시작과 결과로 나누지 않고 그 중간을 생각하며 해방감을 느껴야 하는 것 같다.

    • 2018-10-31 13:45:05
    김성원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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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711

    나는 이 시를 보자마자 요즘 흔히들 생각하는 사랑이야기인줄 알고 호기심에 읽어보았는데 사랑이 없다는 내용에서 참 인상깊었던거같다.이 시가 인상깊었던 이유는 보통 요즘은 소설이나 시에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스토리가 많은데 이 시는 독특하게 사랑이 없다 즉,1인가구나 솔로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외로움을 주제로 썼다는 것에 이목이 끌렸다.그리고 다른 시들은 제목을 보면 나와 공감대가 거의 형성되지 않아서 별로 끌리지가 않았는데 이 시는 내가 요즘 주로 생각하는 얘기가 나와있어서 공감이 되았기 때문에 더 재밌고 인상깊게 보았던거 같다.어쩌면 유치하게 보일수있는 사랑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낸거같다.

    • 2018-10-31 09: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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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18정영석

    이 시를 처음 봤을 때 "생각한다" 라는 시어가 반복되는 것이 인상깊었다. 사랑이 없는 날은 생각하는 날이라고 생각나게 한다.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이에 놓여있는 수많은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지 질문을 해보게 된다. 처음에 나는 사랑이 없는 날이라고 했을때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시를 자세히 보니 사랑 없는 날의 고요가 왜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진은영 시인 처럼 부정이든 긍정이든 어떤 무엇인가의 관계속에 잡아두려는 마음 너머에도 무언가 아름다운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시인의 섬세함이 느껴지고 봄과 겨울 사이의 계절에 많은 일을 생각하게 된다

    • 2018-10-29 12:18:44
    11018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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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재11018

    이 시의 제목, '사랑이 없는 날'을 처음 읽었을 때 마음 속에서는 중학교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던 것과 오랫동안 좋아했었던 여사친과는 고백 한 번 못해보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만나지 못하게 되어서 슬퍼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몇가지를 후회하게 되었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었는데 그냥 좋아한다고 고백해볼걸. 그리고 예전에 사귀엇던 여친한테는 더 잘해줄걸. 그녀는 이걸 좋아했고, 이걸 싫어했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시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니 더욱 씁쓸해진다. 지금도 그녀는 지금도 웃으면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잘 지내고 있으면 언제 한 번 만나보면 좋겠다.

    • 2018-10-29 12:10:46
    김우재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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