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13회 : 1부 조용미 시인/ 2부 김연필 시인

문장의 소리 제613회 : 1부 조용미 시인/ 2부 김연필 시인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中, 「감성의 물성」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조용미 시인


 

 

    조용미 시인은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 일곱 번째 시집 『당신의 아름다움』을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당신의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이 아름다운데 시집을 다 읽은 다음에는 슬픈 제목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제목을 택하게 되신 이유가 있나요?

A. 조용미 시인 : 제목은 '연두의 습관'과 '당신의 아름다움' 사이에서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연두의 습관'을 염두에 두고 '당신의 아름다움'은 어떨까 고려해보는 방식이었어요. '연두의 습관'이 감각이라면 '당신의 아름다움'은 울림일 텐데 잘 결정한 것 같아요. 이 시집 전체를 끌어안는 제목이라고 생각돼요. 이전 시집에서 신형철 평론가가 "미학적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해설을 썼는데 제가 좀 탐미적인 인간인 것 같긴 해요. 아름다움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사람이죠. 아름다움엔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아름다움이 제게는 시련이기도 해요. 제 시집 전부가 아름다움에 대한 공경과 찬미와 번민, 이런 것들로 이루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초교지 보고 나서 편집부에 의견을 구했더니 이전 시집과 연관성을 고려한다면 '당신의 아름다움'이 더 좋겠다, 라고 조언을 해주었는데 초교지 볼 때는 '당신의 아름다움'이었다가 재교, 삼교 볼 때는 '연두의 습관'으로 결정했는데 삼교지 넘긴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는데 편집부에 다른 일로 전화를 했다가 제목에 대한 얘기를 또 나누게 됐고 그 때 최종적으로 '당신의 아름다움'으로 하겠다했어요. 제가 여간해서 남의 말을 잘 안 듣는데 이상하게 그 날은 조언이 귀에 쏙 들어왔어요. 그래서 바꾸겠다고 했죠. 사실 '연두의 습관'으로 정하게 될 것 같아서 표지색도 연두색으로 했는데. 제목이 운명이란 게 있나 봐요.

 

Q. 조용미 시인님의 이번 시집을 보면 색채를 느끼는 감각이 무척 예민하고 뛰어나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면 '연두의 회유', '검은 연못', '흰색에 관한 말', '흰색 침묵', '분홍의 수사' 같은 표현이나 '초록을 말하다', '분홍을 기리다' 같이 이전 시집에서 쓴 표현도 그렇고 제목도 ('연두의 습관'으로) 고민하셨다는 지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 제가 색채를 식별하는 감각이 좀 남다른 것 같아요. 빛을 알아차리는 감각, 빛을 기억하고 그 빛을 통해 재인식하는 이상한 자질이랄까 감각의 회로가 유난히 발달돼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알고 있는 색의 뒤편에 숨어있는 진정한 색을 찾아내는 일 같은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뭐든 색으로 표현하길 좋아하는데 이를테면 바흐는 푸른색, 마레는 회색, 파가니니는 보라색, 이런 색으로 말하길 즐겨 해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가장 궁금한 게 '그 사람이 무슨 색을 좋아 하는가'에요. 그리고 좀 오래된 기억이라도 그 사람이 입었던 옷의 색깔, 이런 걸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해요. 저는 푸른색을 좋아하는데 가장 매혹적인 색은 검은색이 아닌가 해요. 사실 검은색은 색채라기보다 색의 없음, 과잉이고 어떤 상태에 가까운데 검은색은 실재하는 색이라기보다 빛이 없는 상태이고 알 수 없는 깊이와 우주 저 너머의 닿을 수 없는 먼 공간에 대한 상징 같은 것이기도 하잖아요. 말하자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다른 이름이라고 해야 할까. 색에 대한 제 관심은 검은색과 흰색, 붉은색에서 푸른색, 그 다음 초록으로 그리고 연두를 거쳐서 이제 분홍으로 온 것 같아요.

 

Q.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축축한 공기 속에서 나는 오로지 나의 슬픔에만 몰두하기로 했다", 「무한의 테라스」의 한 부분입니다. 『당신의 아름다움』이라는 시집 제목만 봤을 때는 아름다운 당신의 이야기나 황홀한 사랑 같은 것들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 시집을 읽을수록 사랑 뒤편에 놓인 슬픔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A. 그러고 보니 「무한의 테라스」는 슬픔에 대한 시 인 것 같아요. 어떤 새로운 공간을 만나게 돼도 그 풍경에는 나의 슬픔이 담겨있는 거죠. 슬픔이 사라지지 않고 맞닥뜨린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더 깊어지는 거예요. 제목을 보고 왜 사랑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사랑에 대한 진술은 대부분 과거형으로 쓰이는데 왜 그럴까요? (최진영 : 저는 시를 읽을 때 이별이 떠올랐어요.) 맞아요. 사랑의 과정에 충실해야 내가 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고 나의 내면을 더 깊이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돼요. 우리는 사랑 앞에서 누구나 다 약자이고 고통 받는 존재라 사랑으로 인한 슬픔은 필연인 것 같아요. 물론 사랑의 기쁨과 황홀도 있겠지만.

 

Q. 시집 맨 뒤의 시인의 말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건강한 슬픔은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아름답게 한다. 나는 당신에게 그런 슬픔을 안겨주고 싶다."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슬픔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A. 슬픔을 겪고 나면 영혼이 물로 씻어낸 듯이 새로워진 느낌이 드는데 뭔가 달라지고 인간으로 한 층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면, 그 사람이 겪었던 슬픔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요? 고통이 아름다움이 될 수는 없겠지만 깊이 슬픔을 견뎌내다 보면 어느 순간 아름다움으로 전환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지나고 나서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거겠죠.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관상용 새우 기르기 : 김연필 시인



 

    김연필 시인은 2012년 시와 세계를 통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2018년에 일곱 명의 앤솔러지 시집 『좋아하는 것을 함부로 말하고 싶을 때』를 내신바 있습니다.

Q. DJ 최진영 : 관상용 새우 기르기가 어떤 건지 소개해주세요.

A. 김연필 시인 : 관상용 새우라고 하면 다들 쉽게 못 떠올리시는 게 새우를 큰 새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보통 먹는 흰다리새우나 대하 같은 걸 생각하시는데 그런 게 아니라 마크 수족관코너 같은 데 가서 보시면 구석의 수조 속에 작은 빨간 새우들이 있어요. 그런 새우들을 키우는 거예요. 희귀한 취미는 아니고 보편적으로 물고기 키우시는 분들이 새우도 키우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조금 특이한 게 그냥 데려와서 키우는 걸로 만족을 못해요. 걔네들도 퀄리티를 따지거든요. 어떤 애들이 더 높은 퀄리티다, 낮은 퀄리티다, 따지는데 낮은 퀄리티의 저렴한 개체를 데려와서 번식을 시키다가 욕심이 나서 걔들 중에서도 퀄리티가 높은 애들이 나오면 걔들끼리 교배를 해서 계량하는 작업을 했어요.

 

Q. 열심히 보살피고 키우던 것들이 죽었을 때 마음이 어떠신가요.

A. 사실 굉장히 크게 불편하죠. 새우로 예를 들자면 무척수동물이다보니 간이 없어요. 몸에서 독소를 분해하는 곳이 간인데 간이 없다는 것은 독성이 조금만 들어와도 죽는다는 얘기거든요. 새우를 키우시는 분들이 갑자기 수조 내에서 새우가 몰살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거기다 살충제를 잘못 뿌렸거나 하면 모기랑 다 같이 죽거든요. 또, 핸드크림에 있는 성분이 독소로 작용해서 죽는다든지 이런 경우가 있어요. 그렇다보니 저 같은 경우는 생물 키우면서 일체의 화장품을 안 쓴지 오래됐어요.

 

Q. 김연필 시인님의 「건축」이나 「사선 서사」 같은 작품을 보면 다양한 생물체의 이름이 등장해요. 나비, 벌레, 누에, 산호 등이 등장하는데 생물의 이름이 작품 속에서 시어로 재탄생하는 지점이 재밌었어요.

A. 제가 접해본 생물에 비해서는 시에서 다양한 생물이 등장하는 건 아니에요. 산호 같은 경우는 제가 한동안 집에서 산호를 키웠고 걔네 생태가 조금 독특하거든요. 산호를 식물 같은 걸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동물이에요. 동물이고 유생을 뿌려서 번식해요. 생태가 굉장히 독특하다보니까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많아요. 이를테면 보름달이 뜬 날에 유생들을 내보낸다든지 독특한 특성이 있는 애들이라 인상이 있어서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나머지 「사선 서사」에서 누에가 나왔던 것은 사실 제가 조깅하고 돌아오는 길에 뽕나무들이 있거든요. 그 뽕나무에 누에가 있는 걸 봤어요. 그래서 시에 나오는 것은 제가 특별히 생물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사소한 것들을 계속 관찰해서 보는 게 남들보다 조금 디테일하거든요. 그러다보니 그냥 눈에 보여서 나오는 게 많은 것 같아요.

 

Q. 생물체를 관찰하고 그들을 키우고 보호한다는 게 작품을 쓰는데 영향을 주나요?

A. 솔직히 저는 작품 쓸 때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시 쓸 때랑 생물 키울 때 제가 가지는 비슷한 태도를 얘기하자면 생물 키울 때 양식학, 정수학, 이런 걸 공부했다고 했잖아요? 그런 식으로 먼저 생물이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미리 탐구하고 그것들에서 더 좋은 방식을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시 쓸 때도 그런 것이 있어요. 시라는 게 뭐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어떤 식으로 작용을 해서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치는 걸까, 이런 것들을 계속 생각을 하고 그런 것들을 시 안에서 주제로 많이 사용하는 편이에요.

 

 


 


 


 

문장의 소리 613회는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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