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18회 : 1부 문정희 시인/ 2부 김기창 소설가

문장의 소리 제618회 : 1부 문정희 시인/ 2부 김기창 소설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 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연지아 극작가1) , 희곡 「마지막 헹굼 시 유연제를 사용할 것」

  1)  2020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마지막 헹굼 시 유연제를 사용할 것」 으로 등단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문정희 시인


 

 

    문정희 시인은 196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열다섯 종의 시집, 열한 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열네 종의 저서를 출간하셨습니다. 국내에서 현대문학상, 서울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등을 수상하셨고 국외로는 마케도니아 테토보 세계문학 포럼에서 올해의 시인상, 스웨덴의 시카다 상을 받으셨습니다. 최근에 산문집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를 내셨습니다.

Q. DJ 최진영 :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라는 제목을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A. 문정희 시인 : 대게 작가들이 작품을 낼 때 제목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고심하죠. 대부분 내가 살아온 한국 문학사는 슬픔의 편이고 비극 편이고 또 상처를 후벼 파고, 그래야 훨씬 공감도 강해요. 저도 그런 제목들이 시집에도 많습니다만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 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진정한 비극”이었던가? 내가 늘 얘기하는 이 모든 것들이 “진정한 가난”이었나? 이것도 문학이라는 길에 들어선 사람들의 습관이 아니었나, 그리고 그런 것만 너무 호응하고 좋아하는 것도 고정관념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어요. 시를 쓰는 삶, 시인의 삶에 매혹이 없다면 뭐 때문에 이렇게 시를 썼어야 하겠습니까. 오늘도 소설가하고 얘기하면서 진지한 척 하고 신중하고 슬펐고 너무 아팠고, 이래야 되는 건데 너무 활발하게 얘기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이제 그런 것에 넌더리가 난달까. 그런 생각이 좀 들어요. 돌아보니까 모든 만남들이 불꽃이었고 매혹적이었고 좋았어요. 그 얘기를 좀 남기고 싶었습니다.

 

Q. 문정희 시인님은 올해로 등단 51주년이 되셨어요. 반백년을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A. 제가 옛날에 학창시절에 문학소녀였는데 그 때 당시에 교과서에서 뵙던 시인들 뵈면 너무 근사하고 어떻게 시인으로 저렇게 삶을 살고 계시나 하는 경외감 같은 것들이 있었거든요. 50년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제가 시인 역할을 쭉 하게 해주셨다는 점에서 감사하지만 낡아빠지기 쉬운 50년이었어요. 굉장히 위험하고 습관적이고 쓸데없는, 제대로 되지 않은, 진부함이 늘어 가는데 그걸 역으로 권위로 차용해서 잘난 체하고 이럴 수 있는 50년이거든요. 그래서 좀 새로운 길은 없을까? 특히 내가 살아온 50년은 모든 것이 너무나 많이 있어요. 지난번에 국제작가 때 미국 퓰리처상 받은 시인이 나에게 당신은 참 아이코닉한 한국 시인이다, 라고 했어요. 아이코닉하다 하니까 마치 내가 대단한 대표성이나 어떤 표상성이 있는 시인 같지만 그런 뜻보다는 내가 살아온 계기마다 너무나 시대적인 거죠. 6.25 때 소꿉장난하던 애기였다면 4.19때는 사춘기였고 또 대학 때는 내내 데모하다가 끝났고.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는 유신을 겪었고. 그때마다 한 작가로서 늘 절망과 선택의 힘듦과 비겁함에 쌓였거든요. 그 얘기를 썼다는 점에서 당신은 아이코닉하다, 이런 표현을 하더라고요. 특히나 그런 시대를 겪으면서 세계의 변모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묘하게, 다행하게도 세계의 현장 같은 데에 때로는 공부하러 가기도 하고 때로는 작가들 모임에도 초대 받고, 그런 경험들 중에 여행기 같은 체험이 아니고 문학의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Q. 산문집 곳곳을 보면 시란 무엇인가, 시인이란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시인님의 고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문정희 시인께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습니다.

A. 저는 한동안은 ‘곡비’라고 표현했었죠. 장례 절차가 너무 길어서 가족들이 울다가 지쳐빠진 것을 대신 울어주는 곡비들이 있었어요. 저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으로 곡비라는 이름은 아니고 어떤 무당 같은 사람이 와서 울어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나중에 아마 김현 평론가의 글에도 그런 게 쓰여 있는 걸 봤어요. “시인은 가장 슬픈 자의 울음을 대신 울어주는 울음 전문가”라는 비슷한 구절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것을 「곡비」라는 시에서 표현을 했는데 실제로 이 곡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고 스페인어 권에도 우는 여자가 있어요. <프리다 칼로> 영화를 보면 마녀 같이 우는 여인의 노래가 나오는데. 아주 전설의 가수죠. 최근에 돌아가셨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가장 슬프고 가장 뼈가 저릴 정도로 울어주는 존재, 이것이 시인이 아닌가. 근데 그것이 슬픔, 비탄, 이렇게 표현되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표현이 되어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Q. 시인님 작품을 이야기할 때 ‘여성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사랑과 위로’라는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특히 이번 산문집에서는 다양한 일화를 통해서 시인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A. 지금 말씀하신 언어 중에 ‘여성적으로’라는 단어가 굉장히 위험합니다. 왜 위험하냐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대부분 한국문학의 비평이나 문정희 시의 해설에서 많이 쓰는 여성이라는 얘기는 남녀의 여성이라기보다는 생명을 창조하는 원형적 존재로서의 여성성을 얘기하는 거거든요. 저를 여성시라고 치부해버리는 건 남성중심의 문학사들이 한 쪽으로 몰아치우면서, 이를테면 유보 조항처럼 취급하는 그런 뜻에서가 많았어요. 특히 여성 소설가나 여성작가에게 누명 아닌 누명, 몰아치우는 거 많이 하죠.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여성적인 어조로 여성시의 구가를 했던 대표적 시인이다”, 라고 할 때 기쁜 이유가 바로 생명 주체자, 창조자로서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기탄없이 받아들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성이라는 거야말로 생명을 생산하는 자궁의 소유자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찬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정말 절절한 여성성을 구가하는 여성의 언어를 쓸 수 있는 그런 시인이 되고자 노력했죠.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산책 : 김기창 소설가



 

    김기창 소설가는 2014년 장편소설 『모나코』로 38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데뷔하여 지난해 가을 장편소설 『방콕』을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산책을 즐기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김기창 소설가 : 의식하고 산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시기가 군대 갔다 오고 나서인 것 같아요. 그 때 뭘 해야 할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 고민이 많을 때였는데 제가 따로 일기를 쓰거나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타입이 아니었어요. 어떤 방법이 있을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 게, 걷다가 보니까 생각이 좀 정리되는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때부터 의식적으로 걷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산책을 하게 되면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게 돼서 복잡한 여러 가지 생각들 중에 한 가지 생각만 남게 되는 것 같아요.

 

Q. 칸트 같은 경우는 오후 3시 30분에 산책을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렇게 일정한 시각에 산책을 하시는 편인가요?

A. 생각보다 규칙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서 시간도 좀 중구난방인 것 같아요. 근데 계절에 따라서 걷는 때가 달라지는 것 같기는 해요. 여름같이 낮에 걸으면 너무 햇살 뜨겁잖아요? 그럴 때는 오후나 저녁 때 걷는 것 같고. 그 외에 계절은 낮에 햇살이 있을 때 걸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선호하는 계절은) 봄가을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선호하는 시간은) 네 시에서 여섯 시 사이.

 

Q. 첫 소설 『모나코』에서 동네산책을 즐기는 주인공이 매일 마주치는 풍경과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작가님 산책에서도 매번 찾는 장소나 매번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나요?

A. 저는 좀 정처 없이 걷는 것 같아요. 그리고 걸을 때 어지간하면 사람들을 잘 안 쳐다보는 것 같아요. 가끔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그 외에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 같아요. 물건들은 자주 보는 것 같아요. 건물의 형태나 밖에 내놓은 것들이나. 그런 것들 사진을 찍고. 그리고 나중에 보면 소설에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을 가지고 묘사하는 부분들이 한 군데씩은 꼭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Q. 산책을 꾸준히 하게 되면서 깨닫게 된 지혜나 삶에 찾아온 변화 같은 게 있을까요?

A. 일단 변화는 살이 좀 빠졌어요. 군대 갔다 온 이후로 살이 찐 경우가 없고 계속 빠지는 상황이었는데 많이 걷다보니까 살이 안찌더라고요. 그게 몸에 생긴 변화인 것 같아요. 지혜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지혜를 딱 얻지 못하니까 계속 걸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최진영 : 그 날 그 날의 사소한 지혜들이 있는 것 같아요. 글쓰기를 할 때 안 풀리던 게 걸으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그런 것 같아요. 아이디어 떠오르는 게 산책 시간이 비례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보통 한 두 문장이 딱 떠오르면 집에 가서 앉으면 그 뒤 문장은 여러 문장을 쓰게 되는 게 있어서 소설 측면에서는 그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문장의 소리 618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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