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18회 : 1부 문정희 시인/ 2부 김기창 소설가
- 작성일 2020-06-10
- 좋아요 0
- 댓글수 0
문장의 소리 제618회 : 1부 문정희 시인/ 2부 김기창 소설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 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 오프닝 : 연지아 극작가1) , 희곡 「마지막 헹굼 시 유연제를 사용할 것」
1) 2020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마지막 헹굼 시 유연제를 사용할 것」 으로 등단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문정희 시인

문정희 시인은 196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열다섯 종의 시집, 열한 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열네 종의 저서를 출간하셨습니다. 국내에서 현대문학상, 서울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등을 수상하셨고 국외로는 마케도니아 테토보 세계문학 포럼에서 올해의 시인상, 스웨덴의 시카다 상을 받으셨습니다. 최근에 산문집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를 내셨습니다.
Q. DJ 최진영 :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라는 제목을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A. 문정희 시인 : 대게 작가들이 작품을 낼 때 제목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고심하죠. 대부분 내가 살아온 한국 문학사는 슬픔의 편이고 비극 편이고 또 상처를 후벼 파고, 그래야 훨씬 공감도 강해요. 저도 그런 제목들이 시집에도 많습니다만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 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진정한 비극”이었던가? 내가 늘 얘기하는 이 모든 것들이 “진정한 가난”이었나? 이것도 문학이라는 길에 들어선 사람들의 습관이 아니었나, 그리고 그런 것만 너무 호응하고 좋아하는 것도 고정관념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어요. 시를 쓰는 삶, 시인의 삶에 매혹이 없다면 뭐 때문에 이렇게 시를 썼어야 하겠습니까. 오늘도 소설가하고 얘기하면서 진지한 척 하고 신중하고 슬펐고 너무 아팠고, 이래야 되는 건데 너무 활발하게 얘기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이제 그런 것에 넌더리가 난달까. 그런 생각이 좀 들어요. 돌아보니까 모든 만남들이 불꽃이었고 매혹적이었고 좋았어요. 그 얘기를 좀 남기고 싶었습니다.
Q. 문정희 시인님은 올해로 등단 51주년이 되셨어요. 반백년을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A. 제가 옛날에 학창시절에 문학소녀였는데 그 때 당시에 교과서에서 뵙던 시인들 뵈면 너무 근사하고 어떻게 시인으로 저렇게 삶을 살고 계시나 하는 경외감 같은 것들이 있었거든요. 50년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제가 시인 역할을 쭉 하게 해주셨다는 점에서 감사하지만 낡아빠지기 쉬운 50년이었어요. 굉장히 위험하고 습관적이고 쓸데없는, 제대로 되지 않은, 진부함이 늘어 가는데 그걸 역으로 권위로 차용해서 잘난 체하고 이럴 수 있는 50년이거든요. 그래서 좀 새로운 길은 없을까? 특히 내가 살아온 50년은 모든 것이 너무나 많이 있어요. 지난번에 국제작가 때 미국 퓰리처상 받은 시인이 나에게 당신은 참 아이코닉한 한국 시인이다, 라고 했어요. 아이코닉하다 하니까 마치 내가 대단한 대표성이나 어떤 표상성이 있는 시인 같지만 그런 뜻보다는 내가 살아온 계기마다 너무나 시대적인 거죠. 6.25 때 소꿉장난하던 애기였다면 4.19때는 사춘기였고 또 대학 때는 내내 데모하다가 끝났고.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는 유신을 겪었고. 그때마다 한 작가로서 늘 절망과 선택의 힘듦과 비겁함에 쌓였거든요. 그 얘기를 썼다는 점에서 당신은 아이코닉하다, 이런 표현을 하더라고요. 특히나 그런 시대를 겪으면서 세계의 변모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묘하게, 다행하게도 세계의 현장 같은 데에 때로는 공부하러 가기도 하고 때로는 작가들 모임에도 초대 받고, 그런 경험들 중에 여행기 같은 체험이 아니고 문학의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Q. 산문집 곳곳을 보면 시란 무엇인가, 시인이란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시인님의 고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문정희 시인께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습니다.
A. 저는 한동안은 ‘곡비’라고 표현했었죠. 장례 절차가 너무 길어서 가족들이 울다가 지쳐빠진 것을 대신 울어주는 곡비들이 있었어요. 저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으로 곡비라는 이름은 아니고 어떤 무당 같은 사람이 와서 울어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나중에 아마 김현 평론가의 글에도 그런 게 쓰여 있는 걸 봤어요. “시인은 가장 슬픈 자의 울음을 대신 울어주는 울음 전문가”라는 비슷한 구절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것을 「곡비」라는 시에서 표현을 했는데 실제로 이 곡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고 스페인어 권에도 우는 여자가 있어요. <프리다 칼로> 영화를 보면 마녀 같이 우는 여인의 노래가 나오는데. 아주 전설의 가수죠. 최근에 돌아가셨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가장 슬프고 가장 뼈가 저릴 정도로 울어주는 존재, 이것이 시인이 아닌가. 근데 그것이 슬픔, 비탄, 이렇게 표현되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표현이 되어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Q. 시인님 작품을 이야기할 때 ‘여성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사랑과 위로’라는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특히 이번 산문집에서는 다양한 일화를 통해서 시인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A. 지금 말씀하신 언어 중에 ‘여성적으로’라는 단어가 굉장히 위험합니다. 왜 위험하냐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대부분 한국문학의 비평이나 문정희 시의 해설에서 많이 쓰는 여성이라는 얘기는 남녀의 여성이라기보다는 생명을 창조하는 원형적 존재로서의 여성성을 얘기하는 거거든요. 저를 여성시라고 치부해버리는 건 남성중심의 문학사들이 한 쪽으로 몰아치우면서, 이를테면 유보 조항처럼 취급하는 그런 뜻에서가 많았어요. 특히 여성 소설가나 여성작가에게 누명 아닌 누명, 몰아치우는 거 많이 하죠.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여성적인 어조로 여성시의 구가를 했던 대표적 시인이다”, 라고 할 때 기쁜 이유가 바로 생명 주체자, 창조자로서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기탄없이 받아들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성이라는 거야말로 생명을 생산하는 자궁의 소유자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찬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정말 절절한 여성성을 구가하는 여성의 언어를 쓸 수 있는 그런 시인이 되고자 노력했죠.
●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산책 : 김기창 소설가

김기창 소설가는 2014년 장편소설 『모나코』로 38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데뷔하여 지난해 가을 장편소설 『방콕』을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산책을 즐기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김기창 소설가 : 의식하고 산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시기가 군대 갔다 오고 나서인 것 같아요. 그 때 뭘 해야 할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 고민이 많을 때였는데 제가 따로 일기를 쓰거나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타입이 아니었어요. 어떤 방법이 있을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 게, 걷다가 보니까 생각이 좀 정리되는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때부터 의식적으로 걷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산책을 하게 되면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게 돼서 복잡한 여러 가지 생각들 중에 한 가지 생각만 남게 되는 것 같아요.
Q. 칸트 같은 경우는 오후 3시 30분에 산책을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렇게 일정한 시각에 산책을 하시는 편인가요?
A. 생각보다 규칙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서 시간도 좀 중구난방인 것 같아요. 근데 계절에 따라서 걷는 때가 달라지는 것 같기는 해요. 여름같이 낮에 걸으면 너무 햇살 뜨겁잖아요? 그럴 때는 오후나 저녁 때 걷는 것 같고. 그 외에 계절은 낮에 햇살이 있을 때 걸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선호하는 계절은) 봄가을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선호하는 시간은) 네 시에서 여섯 시 사이.
Q. 첫 소설 『모나코』에서 동네산책을 즐기는 주인공이 매일 마주치는 풍경과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작가님 산책에서도 매번 찾는 장소나 매번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나요?
A. 저는 좀 정처 없이 걷는 것 같아요. 그리고 걸을 때 어지간하면 사람들을 잘 안 쳐다보는 것 같아요. 가끔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그 외에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 같아요. 물건들은 자주 보는 것 같아요. 건물의 형태나 밖에 내놓은 것들이나. 그런 것들 사진을 찍고. 그리고 나중에 보면 소설에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을 가지고 묘사하는 부분들이 한 군데씩은 꼭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Q. 산책을 꾸준히 하게 되면서 깨닫게 된 지혜나 삶에 찾아온 변화 같은 게 있을까요?
A. 일단 변화는 살이 좀 빠졌어요. 군대 갔다 온 이후로 살이 찐 경우가 없고 계속 빠지는 상황이었는데 많이 걷다보니까 살이 안찌더라고요. 그게 몸에 생긴 변화인 것 같아요. 지혜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지혜를 딱 얻지 못하니까 계속 걸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최진영 : 그 날 그 날의 사소한 지혜들이 있는 것 같아요. 글쓰기를 할 때 안 풀리던 게 걸으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그런 것 같아요. 아이디어 떠오르는 게 산책 시간이 비례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보통 한 두 문장이 딱 떠오르면 집에 가서 앉으면 그 뒤 문장은 여러 문장을 쓰게 되는 게 있어서 소설 측면에서는 그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문장의 소리 618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원고정리 : 박정은
추천 콘텐츠
문장의소리 제790회 : 1부 황정은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문학주간2024 , 백 투 더 퓨처 : 이전 ‘문장의소리’의 진행을 맡았던 작가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는 시간 황정은 소설가는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파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 『야만적인 앨리스씨』, 『계속해보겠습니다』,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연년세세』, 산문집 『일기』 등이 있다. 2011년 ‘문장의소리’ DJ를 맡았다. ● 오프닝 : 황정은 소설집 『파씨의 입문』에 수록된 단편소설 「낙하하다」 중에서 ● 〈로고송〉 ● 1부 〈문학주간2024, 백 투 더 퓨처〉 / 황정은 소설가 Q. DJ 우다영 : 근황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A. 황정은 소설가 :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하면요. 마감해야 하는 소설이 있어서 초비상 상태로 하루 루틴을 꽉 채워 살고 있고요. 그밖에 매우 많은 일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소설 쓰는 것 외에 소설 쓰는 사람이 하는 일 있지 않습니까. 읽고, 쓰고, 운동하고, 20년 만에 파마도 하고요.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Q. ‘백 투 더 퓨처’라는 제목을 듣고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 왜지? 하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고요. 제목을 지으신 분의 연령이 몹시 궁금해졌고요. 제가 백 투더 퓨쳐를 영화관에서 본 세대거든요. 우다영 작가님이 이걸 보셨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퓨처가 왜 백에 있지? 왜 그런 제목을 선택하셨을까? 그런 생각도 했고요. Q. ‘문장의소리’ 첫 진행을 맡으신 234회, 기억하시나요? A. 정확하게 기억 안 나요. 벌써 몇 년 전인지 모르겠네요. 그즈음에 첫 방송은 신나게 했고요. 오면서도 신났고, 하고 나서도 ‘나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하는 생각을 하며 신나서 집에 간 기억이 있네요. Q. 시간이 흘러 어느덧 ‘문장의소리’는 790회를 맞았습니다. 이 시간 동안 작가님께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궁금합니다. A. 일단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사람 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고요. 여전히 조심스럽고, 어려워요. 지금도 어렵습니다. 대기실에서 긴장하고 있다고 이야기 나누다가 들어왔는데, 게스트 분들 오시면 긴장되시잖아요. 저도 여전히 그렇고요. ‘문장의소리’ 이후에 다른 팟캐스트 방송을 하기도 했고, 올해 7월까지도 방송 만드는 일을 했는데 여전히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다만 변한 것은 예전보다 더 겸손해진 것 같아요. 단념할 건 하고, 조금 더 상대방 이야기에 몰입하고 집중해서 듣게 되고요. 그런 것 같습니다.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
- 관리자
- 2024-10-09
문장의 소리 제786회 : 1부 한영원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박참새 시인이 함께합니다.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영원 시인은 시집 『코다크롬』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 오프닝 : 한영원 시인의 시집 『코다크롬』에 수록된 시 「저기 내가 모르는 숲」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한영원 시인 Q. DJ 우다영 : 지면에 개별의 시를 발표하지 않으시고, 한 권의 시집 『코다크롬』으로 독자님들을 만나 뵙게 되셨는데요. 시집을 묶으며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한영원 시인 : 제가 등단 준비하면서 시를 쓰다가 시집 분량으로 시가 모이게 되었어요. 그냥 문예지나 신춘문예에 투고하는 것보다 출판사에 적극적으로 투고해보고 싶어서 출판사 ‘봄날의 책’에 투고하게 되었어요. 특별히 ‘봄날의 책’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제가 권누리 시인과 친분이 있거든요. 그 친구가 ‘봄날의 책’에서 시집을 내게 되었을 때 그 출판사 자랑을 되게 많이 했어요. 시집 내는 전반적인 과정을 다 작가가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Q. 시집 『코다크롬』의 표지가 정말 아름다운데, 표지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작가님께서 참여하셨나요? A. 네. ‘봄날의 책’ 시인선이 제가 알고 있기로 작가가 직접 표지 그림을 골라야 하는 시스템이에요. Q. 시집 『코다크롬』을 펴내기 전과 후에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글 쓰면서 습작할 때는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그냥 글은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제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좋은 일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걸 읽어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외롭지 않은 마음이 들어서 참 좋았어요. 누군가 제가 만든 세계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일이 신기하게 느껴졌고요. 그런 게 달라진 것 같습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리뷰나 독자님과의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책을 내고 한동안 찾아보지 않았어요. 책을 낸 사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그랬는데요. 제 책을 읽은 친구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냐’고 묻는 거예요. ‘그러게, 나는 뭐로부터 도망치고 있지?’하고 대답했는데, 그 친구가 ‘이 시집은 다양한 각도로 슬퍼하고 있어. 그게 참 좋아. 그러니까 도망치지 않아도 돼’라고 이야기해 주어서 그게 기억에 남는 반응 같습니다.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작가 | 박참새 시인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미디어류(Make S
- 관리자
- 2024-08-07
문장의 소리 제785회 : 2부 장민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박참새 시인이 함께합니다. - 당신의 첫 :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신인 작가를 초대합니다. 장민 소설가는 중단편소설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로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 오프닝 : 장민 소설가의 소설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 중에서 ● 〈로고송〉 ● 2부 〈당신의 첫〉 / 장민 소설가 Q. DJ 우다영 : 화학 박사님을 모시는 건 처음인데요. 화학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장민 소설가 : 화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될 화化, 학문 학學으로 세상의 구성 방식을 탐구하는 학문이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세상이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그쪽 공부를 좋아했습니다. Q.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부터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시상식 당시까지만 해도 얼떨떨하고 실감 나지 않는 시간이었어요. 굉장히 큰 상이라고 생각했고, 좋은 작가님들을 많이 배출하기도 한 상이라 그 중의 일원이 된다는 게 실감이 안 났어요. 함께 했던 친구분들이 즐거운 시상식을 만들어 주셔서 굉장히 즐겁게 보냈고요. 많은 축하 메시지와 이야기를 들어서 놀러 다니기도 했고요.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던 건 올해 초였는데, 제가 그 무렵에 박사 졸업을 하게 되기도 해서요. 졸업한 이후에 시상식을 겪고, 축하도 받았고요. 지금 취직 준비하고, 다른 작품도 쓰면서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Q. 소설을 쓰기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이 단편을 쓰게 된 계기 자체는 제가 가지고 있는 레퍼런스에서 기반하고 있는데요. 애니메이션, 만화, 거대 로봇물 같은 것, 기후 위기, 로봇, AI, 인간의 윤리와 현상으로부터의 거리감 같은 것들을 종합해 이야기했을 때 ‘우리가 만약 우주의 끝까지 존재하게 되었을 때, 어떤 형태로 존재하게 될까’ 하는 의문으로부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미래까지 살아남기 위해 어떤 형태여야 할 것인가,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보다 거대 로봇 외피화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미래 형태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소설 같습니다. Q. 소설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는 화자가 사랑하는 딸들에게 바치는 소감문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어떠한 의도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그 부분은 처음 글을 쓸 때부터 명확한 의도가 있었는데요. 간혹 그런 이야기가 있죠. 문어가 사람만큼의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지구를 대표하는 종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수명이 짧으면 다음 세대로 지식의 연속성, 존재적 지속성을 연쇄할 수 없기에 문어가 지구를 지배할 수 없다는 농담이 있는데요. 그게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류가 어쨌든 80년 이상 살 수 있고, 두 세대에서 세 세대 정도는 겹칠 수 있는 종 수준의 지속성과 연속성이 있다 보니 그것이야말로 인류가 다
- 관리자
- 2024-07-24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