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공동체」
- 작성일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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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공동체」를 배달하며
이 시의 ‘나’는 공동묘지가 되려는 것 같습니다. 공동묘지가 ‘나’를 빌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가슴에 묻어야 하는 죽은 자가 생기나니, 그리고 마침내는 저 자신의 죽음에 묻히나니, 인간 존재는 본래 묘지의 속성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죽음을 의식(意識)하고 의식(儀式)함으로써 인간은 인간이 되었습니다. 공동체는 공동묘지를 가져서 공동체입니다. ‘나’는 공동묘지처럼 죽은 자들의 이름을 부르려고 합니다. 그 마음의 연결에서 죽은 자들의 이름이 또한 내 이름이어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고 합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며, 밤이 일찍 찾아오는 북구의 어느 도시에서 눈이 내리는 11월의 공원묘지를 하염없이 걸었던 오후를 떠올렸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앉는 푸른 어둠과 지상에서 꽃잎처럼 피어나는 촛불의 붉은 빛이 섞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죽은 자들의 이름 위로 눈송이가 내리고, 또 감은 눈을 뜨듯이 반짝 눈송이가 녹는 것을 보았습니다. 외국인이 읽을 수 없는 이름들 대신 나는 생몰연대를 적은 숫자들을 읽으며 걸었습니다. 죽은 자에게 가까이 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인 김행숙
작가 : 신용목
출전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창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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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에게 나의 이름을 주어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그를 내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습니까? - 시를 읽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위로를 줍니다. 돌아가신 엄마가 떠올라서 마음 뭉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