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연,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하재연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배달하며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2003년 6월과 7월에 지구에서 발사되어 2004년 1월 3일, 2004년 1월 25일에 전쟁의 신 마르스의 이름이 붙여진 붉은 행성에 착륙한 화성탐사 로봇의 애칭이었다. 각각 화성의 정반대편에 떨어진 이들 쌍둥이 로봇은 그 황량한 행성에서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지구에서 이들을 우주로 떠나보내면서 예상했던 수명은 단 90일이었지만, 스피릿은 2010년 화성의 혹독한 겨울에 동면에 들어갔다가 깨어나지 못했고, 오퍼튜니티는 2018년 5월 말 대기의 태양빛을 가렸던 엄청난 모래 폭풍 속에서 영원한 잠에 빠졌다. 그 길고 고독한 시간 동안 두 로봇이 지구로 전송한 화성의 데이터들에서 지구인들은 물의 흔적을 찾고 기뻐했으나, 이들이 “무한과 무한 사이에 찍힌 하나의 점과 같은/ 우리에게” 알린 것은 “어떤 세계의 시작도 먼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세계의 끝도 먼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만약 외계에서 보낸 지구탐사 로봇이 아직도 지구의 모습을 자신의 별에 송출하고 있다면, 외계인들의 눈에 비친 지구는 정녕 아름다운 생명의 별일까? 그들은 지구의 영상에서 전쟁과 파괴의 신 마르스를 정말 보았을지도 모른다.

 

시인 김행숙

 

작가 : 하재연

출전 :『우주적인 안녕』(문학과지성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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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계의 시작도 먼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이 시를 읽으며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우주 여행을 떠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