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 「달팽이」
- 작성일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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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달팽이」을 배달하며
“귓속이 늘 궁금했다.” 눈은 감을 수 있지만 귀는 감을 수 없다. 잠이 찾아오면 눈은 스르르 감기지만, 아무리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에도 귀는 활짝 열려 있다. 그러니까 내 의식에 닿지 않은 말과 온갖 소리들이 귀에는 닿았다. 잠든 사람 앞에서라면 어떤 고백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잠든 사람 앞에서라야 어떤 비밀은 꽁꽁 묶어두었던 보자기를 살며시 풀어볼 것이다. 잠든 사람의 숨결을 느끼며 하는 말은 혼자 하는 말과 어떻게 다른가. 잠든 사람의 귓속에 공기분자의 파동을 일으키는 말은 혼잣말보다 덜 외로울까. 그것은 대화일까, 독백일까. 언젠가 잠든 당신을 향해 나는 한참 말을 건네고 있었다. 내가 잠든 후에야 꺼낼 수 있는 말이 당신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귓속이 궁금한 것은 그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마음이 궁금한 것이다.
시인 김행숙
작가 : 김사인
출전 :『어린 당나귀 곁에서』(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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