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57회 : 1부 은모든 소설가 / 2부 한영인 문학평론가

문장의 소리 제657회 : 1부 은모든 소설가 / 2부 한영인 문학평론가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레이첼 커스크,1) 『윤곽』 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은모든 소설가


 

 

    은모든 소설가는 2018년 《한국경제》 신춘문예에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지은 책으로 『꿈은, 미니멀리즘』, 『안락』, 『마냥, 슬슬』,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가 있습니다.

Q. DJ 최진영 : 최근에 세 편의 단편소설을 엮은 트리플 시리즈 『오프닝 건너뛰기』를 출간하셨습니다.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A. 은모든 소설가 : 저는 봄에 피는 꽃을 좋아해서 다른 마감을 당겨서 하고, 4월은 꽃 위주의 생활을 하고 있어요. 마스크 쓰고도 할 수 있는 나들이여서요. 지금 시기엔 곁 벚꽃과 튤립을 보시면 좋아요.

 

Q. 『오프닝 건너뛰기』는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세 편의 단편소설을 묶어서 출간하는 트리플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데요, 제목도 그렇고 두께도 봄에 잘 어울리는 산뜻한 느낌을 줍니다. 여기 세 편의 소설을 트리플 시리즈로 계획하신 건가요?

A. 먼저 써놓은 소설을 모은 거예요. 순서도 반대에요. 한참 주변에 커플들이 많고 친구 중에 오픈 릴레이션십(Open Relationship)을 고민하는 친구도 있고 그래서 성과 섹슈얼리티(Sexuality)에 대한 걸 많이 쓰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쓴 작품을 ‘성과 도시’라는 폴더에 넣어놓고 ‘이런 주제의 소설집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한 작가님께서 도시를 소재로 한 테마소설 집을 내셨는데 인기를 받은 테마소설이어서 잠시 묻어놓았었어요. 그 후에 트리플 기획을 듣고서 다시 떠들어보니까 그렇게 성과 섹슈얼리티라는 주제가 표면적이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세 편을 골라서 다시 다듬어서 출간했죠.

 

Q. 그렇게 폴더별로 묶인다는 게 저도 좀 새로워요. 표제작인 「오프닝 건너뛰기」부터 이야기해 볼까 해요. 코로나19로 결혼식도 치르지 않고 신혼집에 입성한 수미와 경호의 이야긴데요. 요즘 영화나 영상을 시작할 때 ‘오프닝 건너뛰기’라는 버튼을 누를 수 있는데, 이 소설에 수미는 오프닝을 건너뛰고 보는 사람이고, 경호는 타이틀 시퀀스(Title Sequence)를 함께 감상하는 사람이잖아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에요?

A. 저는 항상 중간이 되는 거 같아요. 기다리던 작품이라면 오프닝을 꼭 보는 편이고, 기다리지 않았는데 우연히 나오면 대체로 건너뛰는 것 같아요.

 

Q. 저는 항상 보는 편이에요…. 뭔지도 모르고 그냥 보는 느낌? 이렇게 작품 내에서 서로 다른 기호를 가진 두 사람이 같은 공간을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갈등이 그려집니다. 예를 들면 집의 불을 끄는 것을 잊는다든지, 불필요한 쇼핑을 하는 습관 등 많은 분이 소설을 읽으며 공감하셨을 것 같아요. 이렇게 서로의 차이도 있지만, 또 함께이기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고…. ‘다들 이렇게 살지 뭐’라는 생각과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이중적인 생각들이 드는데 어떠셨어요?

A.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누구나 고민하게 되잖아요. 그런 생각들이 코로나 시국에 더 농도 짙게 각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아요. 상당히 다른 작품보다는 자연스레 다가온 느낌이에요.

 

Q. 서로의 직장에 있다가 저녁에 잠깐 만나게 되는 것과 종일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이렇게 결혼의 삶을 고민하는 수미에게 선비인 명주는 기억의 기둥이 될 만한 경험을 알려주는 인물 같아요. 함께 달리다가 양화대교 아래서 손뼉을 치자 소리가 대교의 철골에 부딪혀 울리는 경험, 불멍을 하며 소리를 듣는 것 이런 장면들을 어떻게 쓰시게 되었어요?

A. 어릴 때 충격을 받을 때는 화려한 사건이나 이미지를 통해서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요즈음엔 저자극에도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같이 사는 친구랑 수목원에 갔는데 제가 극락 같다며 극찬하는 가운데 친구는 옆에 낀 이끼를 보라며 사진을 찍더라고요. 그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어요. 그런 느낌으로 벽난로가 있는 카페에 갔을 때도 저는 그 앞에 자리가 언제 나는가 하면서 보는데, 친구가 “이 소리가 참 좋다”는 말을 하는데 그것도 신선한 충격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벽난로의 소리가 인상적이다”는 말을 쓰게 됐어요.

 

Q. 저는 작가님이 ‘청각에 예민하신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시각이 더 빠르지만, 우리를 더 몰두시키는 건 청각인 것 같아요. 두 번째 소설 「쾌적한 한잔」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게요. 주인공 은우는 그를 초식남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의 성 정체성을 궁금해 하기도 해요. 어떻게 인물을 쓰게 됐나요?

A. 은우는 무성애자(無性愛/Asexuality)로 설정이 되어있는데요. 제가 무성애자는 아니지만 제 성향과도 연관이 있었던 게, 저는 어렸을 적부터 저를 둘러싼 에너지가 뜨겁다고 느낀 적이 있었어요. 너무 엄청난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를 듣거나 드라마 예고에서의 강렬한 장면들이 있잖아요. 그 장면들이나 노래를 보고 들으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냥 잘 맞는 사람이랑 사랑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꼬마였거든요. 그래서 무성욕자를 보면 사람들이 이해를 잘 못 한다고 해요. 그렇지만 전 ‘사람마다 뜨겁거나, 상온 정도거나, 약간 서늘한 정도거나 다 각자가 편한 정도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래서 무성욕자에 대해 관심도 많고 앞으로도 자주 등장할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 속 ‘은우’는 누군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몸이 끓는 흥분은 하고 있지 않은 캐릭터로 그려봤어요.

 

Q. 작품 속에서 은우가 술을 마시는 장면이 등장해요. 데뷔작이었던 『애주가의 결심』이나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에서도 가맥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작가님에게 술이란?

A.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 밀접한 관계지만 독점적인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Q. 좋아하는 술이 있으세요?

A. 저는 꽤 두루두루 좋아하는 편이어서 맥주가 당기면 확실히 좀 따듯해졌음을 느끼고, 자주 마시는 건 막걸리나 위스키에요. 아황주(鴉黃酒)라는 전통주도 맛있더라고요. 특수한 상황 아니면 적당히 기분 좋게 마시는 것을 좋아해요.

 

Q. 세 번째 단편인 「앙코르」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캄보디아 씨엠립공항에서 세영이 캐리어를 분실한 가람을 도와주면서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인데요. 이 소설은 어떻게 쓰시게 되었어요?

A. 어렸을 적, 위기에 빠진 여자를 남성이 구해주는 이야기를 보면서 여성이 여성을 구하는 이야기를 언젠가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앙코르 와트(Angkor Wat)의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가족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에 적당히 몰입되게 하고 여기에 그 소재를 넣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Q. 소설 속에 가이드가 해주는 설명이 되게 생생한데 직접 경험하신 건가요?

A. 네. 가이드가 소설 속에서 입체적으로 괴로움과 정보를 함께 주는 분이잖아요. 그래서 ‘가이드 캐릭터는 이렇게 많이 한 인물에게 집중한 적이 있었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많이 묘사했어요.

 

Q. 상상이 잘됐어요. 「오프닝 건너뛰기」에서는 양화대교에서 손뼉 치는 장면이 나오고 「앙코르」에서는 가슴을 치니 공간이 울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 네. 한 권으로 엮다 보니 그렇게 소리에 관련된 이미지로 내용이 직접 이어지지는 않지만, 이미지적 연결을 만들면 좋을 거 같아서 써봤어요. 틈이 있어야 소리가 울리잖아요. 「오프닝 건너뛰기」에서도 마지막에 약간 틈을 벌리면서 불이 피어오르고 불이 내는 소리로 마무리가 되었어요. 소리라는 것을 여러모로 생각하며 작업했던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세 편의 단편에서 ‘틈’이라는 것이 보여주는 관계의 모순 같아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틈이 느껴져요. 작가님의 소설 속에서 ‘틈’에 대한 사유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앙코르」에서 캄보디아의 타 프롬(Ta Prohm)사원을 움켜쥔 듯한 수평 나무에 대한 사유도 많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처음에는 ‘나무가 악착스럽고 탐욕적이다’는 생각을 하다가 뒤에 가서는 돌벽을 지탱해준다고 나오는데요. 어떤 메시지를 담으신 거예요?

A. 인물의 생각이 그렇게 흐르는데요. 실제로 제가 그것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의 흐름이에요. 사원의 돌벽과 나무가 틈 없이 서로를 붙들고 있는 거잖아요. 이것을 보면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낄까 고민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혼연일체가 되어 아무런 틈도 없이 얽혀있는 관계를 보면 거부감이 들잖아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감동할 수도 있는 거고….

 

Q. 사람이 경험하고 나면 생각이 바뀌잖아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상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앙코르」와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은데 작가님도 듣는 것을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A.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언젠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사실 신나서 떠드는 편이라서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서 썼어요.

 

Q. 이 소설 뒤에 에세이가 하나 실려 있어요. 「공명을 위한 온도와 속도」라는 에세이에요. 세 편의 소설을 독자가 어떻게 읽었으면 하는지 작가의 바람도 담겨있어요. 작가님은 여성 창작자로서 고민하시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A. 여류라는 말이 요즘엔 사라져가고 있어요. 느리지만 앞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앞으로 가는 것을 위해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독자들이 너무 고통스럽지는 않게 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서 그 두 가지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오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Q. 산책을 좋아하신다고 이야기 들었어요. 평소에 산책하시며 작품을 구상하시나요?

A. 작품이 어느 정도 설정되고 세부적인 부분을 채울 때 산책이 많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변이 없으면 매일 하러 나가는 편이에요.

 

Q. 앞으로 작품계획 말씀해주신다면?

A. 초단편이라고 하죠? 짧은 소설을 쓰는 재미에 빠져서 올겨울에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느낌으로 한 권 내려고 계획 중이에요.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한영인 문학평론가



 

    한영인 평론가님의 주요 평론으로는 「‘문학과 정치’에 대한 단상」2), 「세계의 불안을 견딘 두 가지 방식」3) 등이 있습니다.

Q. DJ 최진영 : 오늘은 한영인 평론가님과 함께하겠습니다. 제주에서 오신 거로 알고 있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가요?

A. 한영인 문학평론가 : 고양이 두 마리랑 같이 살거든요. 고양이 두 마리를 돌보고 열심히 살림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Q. 오늘 한영인 평론가님과 나눠볼 취미는 ‘맥주’입니다. 평론가님은 맥주를 얼마나 자주, 언제 드시나요?

A. 거의 생활화가 되어있는데요, 주로 달리기를 하고 난 직후에 샤워하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내 마십니다. 줄여 보려고는 하는데 잘 안 되고 있습니다.

 

Q. 평론가님은 술을 혼자 즐기시나요, 어울려서 즐기시나요?

A. 저는 사실 사람들과 어울려서 마시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맥주 이야기를 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는데 협재해수욕장 바로 뒤에 〈기영상회〉라는 곳이 있어요. 작은 나들가게인데 한국의 맥덕의 성지라고 불리는, 엄청난 라인업(Lineup)을 자랑하는 바틀샵(Bottleshop)4)이에요. 그곳을 찾아온 사람들과 어울려서 자기가 산 맥주를 쫙 깔아놓고 얘기하면서 마셔요. 맞은편에 비양도가 보이거든요. 협재의 노을과 비양도와 맥주와 모르는 사람들과의 대화와.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Q. “사막이 아름다운 건 오아시스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틀렸어, 어린 왕자. 그건 바로 이렇게 시원한 생맥주를 파는 술집을 품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평론가님이 전에 적으셨던 칼럼 일부를 읽어드렸는데요. 술 중에서도 맥주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워킹 홀리데이(Work and Holiday Visa)로 호주를 갔을 때 호주의 중간에 큰 사막, ‘아웃백(Outback)’이 있거든요. 그곳을 여행하면서 ‘이런 맥주의 세계가 있구나!’ 하고 알게 된 첫 번째 계기가 됐고, 두 번째는 역시 〈기영상회〉에요. 그곳이 아니었다면 맛볼 수 없었던 여러 스타일의 맥주를 맛보고 나서 더 빠지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엄청 다양한 맥주가 모여 있나 봐요?

A. 사장님이 엄청난 맥덕이거든요. 원래는 사장님이 혼자 마시려고 세계 각지의 맥주를 사 모으셨어요. 다 마신 빈 병을 집 바깥에 내놓았는데, 제주영어교육도시5)에 온 외국인 선생님들이 ‘이거 우리 고향의 맥주인데, 이게 여기 있네?’하고 알음알음 통해서 더 커지게 된 거죠.

 

Q. 에일(Ale)이나 라거(Lager), 도수(Alcohol by Volume), 산미(酸味), 향, 바디감(Body)에 따라서 맥주 맛을 섬세하게 구분해서 드실 것 같은데, 전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맥주에 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

A. 예전에는 맥주를 에일이나 라거로 나눴다면, 요즘에는 세 가지로 나누는 거 같아요. ‘람빅(Lambic)’이 추가 되는데, 이 세 가지의 차이는 효모의 차이거든요. 람빅이라고 하는 것은 야생 효모를 쓰는 거예요. 벨기에 지방에서 생산된 술을 람빅이라고 하는데, 오크(Oak)통에서 자연 발효균을 가지고 막걸리를 양조하듯 양조하기 때문에 강한 신맛이 나요.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신맛이 나는 사워비어(Sour Beer)라는 것이 접하기가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조금씩 보급이 되는 것 같아요.

 

Q. 양조장에서 바로 내린 수제 맥주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다고 하던데 브루어리(Brewery)에 직접 찾아가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A. 제주에 있는 대표적인 브루어리인 ‘맥파이’는 회천동에 양조장이 있고 ‘제주맥주’는 제가 사는 한림읍에 공장이 있어요. 가까워서 자주 가요. 저는 여행 갈 때도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맥주인 것 같아요.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럽 여행 코스를 두 가지로 나누는데, 맥주 벨트(Beer welt)가 있고 와인 벨트(Wine belt)가 있어요. 와인 벨트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고 맥주 벨트는 독일, 영국, 벨기에에요. 저는 아무 고민 없이 런던과 브뤼쉘, 베를린을 선택해서 갔었어요. 그곳에 가니까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맥주 브루어리들의 특징과 개성도 강하고 맛도 좋더라고요. 람빅의 경우엔 브뤼쉘 가면 ‘모에더 람빅(Moeder Lambic)’이라고 큰 레스토랑이 있어요. ‘모에더’가 ‘마더’, 엄마라는 뜻이어서 정말 제 생전에 그렇게 많은 람빅을 본 적은 처음이어서 아주 황홀했던 기억이 납니다.

 

Q. 맥주는 전용 잔에 마셔야 제 맛이라고 하셨는데, 맥주를 맛있게 드시기 위해서 구매하신 용품이 있으신가요?

A. 일본에 놀러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일본에서 마시는 병맥주가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일본 여행을 하는 내내 고민하다가 그 차이를 알아냈어요. 한국에서 병맥주와 나오는 잔이 있잖아요. 일본의 이자카야에 가서 받는 잔의 크기가 달라요. 일본 잔이 훨씬 작아요. 맥주를 따라서 짧은 시간에 입에 털어 넣을 수 있는 거예요. 잔이 작다 보니 두 모금이면 바로바로 마실 수 있고, 술의 회전이 빨라지니 신선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 잔을 찾으려고 헤매다가 돌아오기 전날 다이소에서 여섯 잔을 사 왔습니다.

 

Q.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요?

A. 안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페어링(Pairing)이라는 개념이 맥주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맥주도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그 맥주마다 어울리는 안주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맥주들을 기준으로 이야기해 보면, 요새 에일 맥주 중에 대세는 ‘New England IPA’거든요. 이 맥주에는 햄버거가 잘 어울려요. 치즈버거가 쥬시(Juicy)한 맛을 잡아주고 맥주의 맛을 더 증폭시켜 주는 기능을 해요. 람빅 같은 경우에는 화이트 와인 중에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잘 어울리는 것들은 다 잘 어울려요. 연어회나 카나페, 치즈 같은 것들과 풍미가 잘 맞고. 또 라거에 제일 잘 어울리는 안주는 ‘야키토리’인 것 같아요. 닭꼬치를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연기를 입힌 야키토리는 청량한 라거의 맛을 극대화해 줘요.

 

Q. 마셔보고 싶은 맥주나 마시지 못해 본 맥주가 있으신가요?

A. 유럽을 다녀온 다음 해에 뉴욕과 보스턴을 여행하게 될 일이 있었어요. 모든 동선을 브루어리 위주로 짰는데, 보스턴에 ‘트릴리움 브루어리(Trillium Brewing Company)’라고 있는데 지금의 뉴잉글랜드 스타일을 대표하는 양조장에 갔었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 급히 몇 개만 사 와서 먹어봤는데 땅을 치고 후회했어요. 몇 상자를 사 와서 먹었어도 부족했을 것 같더라고요. 그곳은 실험정신이 강한 브루어리인데, 그곳에서 나오는 와일드 에일(Wild Ale) 중에 ‘Cuvee De Tetreault’라는 맥주가 있어요. 이 맥주는 그 트릴리움의 창업자인 Tetreault가 1년에 딱 한 번만 한정판으로 만드는 맥주예요. 여러 병을 사서 숙성을 시켜서 먹으면 좋은 맥주인데, 살 수가 없어요. 특수한 배럴에 특수한 혼합을 통해 만들어진 맥주라고 하는데 코로나가 끝나면 가서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Q. 여행지에서 마신 맥주 중에 기억에 남는 맥주는?

A. 런던에 갔을 때 쇼디치(Shoreditch)라는 지역에서 맥주집에 우연히 들어간 적이 있어요. 점원에게 맥주 여행 중이라고 말을 하니까 해크니(Hackney)에 가봐야 한다면서 약도를 그려주더라고요. 런던의 올림픽 스타디움(Stadium) 근처에 여러 브루어리들이 있는 곳인데, 그날이 웨스트햄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있던 날이었어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엄청 강팀인데 그날 웨스트햄이 이긴 거예요. 그날 그 지역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됐어요. 잔을 부딪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같이 술을 마시고 그러는데 그게 정말 기억에 남더라고요.

 

Q. 술에 종류가 많은데 맥주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맥주의 가장 큰 장점은 무궁무진한 조합과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껍질이나 새로운 재료들을 섞어서 발효시켜서 만들어낼 수 있는 맛의 조합이 무궁무진해요. 실패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그 변화를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Q.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정치인과 그렇지 않은 정치인의 태도가 다르듯, 문학이 여전히 우리 삶에 위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 비평가와 거기에 회의적인 비평가의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적으신 글을 봤어요. 젊은 비평가로서 고민이 있으실 것 같아요.

A. 야구선수들 사이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공을 보고 공을 쳐라’라는 말이 있어요. 비평에 대한 고민은 항상 가지고는 있지만, 눈앞에 원고가 있고 써야 할 글들이 있을 때는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맥주 이야기를 하느라고 시간이 훌쩍 지나갔어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꿈과 더불어 평론가로서의 꿈과 계획을 듣고 싶어요.

A. 작가분들 같은 경우, ‘이런 작품을 써보겠다.’ 말씀하실 수 있겠지만 평론가는 그런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래서 제가 실험을 해보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비평가로 살 수 있을까? 비평가를 비평가에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하면서 일단 그냥 비평가로 존재할 수 있는 한 존재해보자. 그렇게 하루하루를 사는 것 같습니다.

 

Q. 소감이나 청취자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는가요?

A. 맥주의 소비자잖아요. 소비자들이 다양한 경험과 다채로운 목소리를 낼 때 맥주 문화는 발전합니다. 그러니 주변에 많은 인프라를 통해 다양한 맥주들을 즐기면서 맛과 풍미에 다양한 경험을 꼭 즐겨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01)  Rachel Cusk(1967~). 영국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2003년 영국 문학잡지 《그란타(Granta)》 선정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Best of Young British Novelists)’ 20인
   02)  한영인, 《자음과모음》 2014년 여름호(제24호), 자음과모음
   03)  한영인, 《창작과비평》 2016년 여름호(제172호), 창작과비평
   04)  수입 맥주를 주로 취급하며, 마트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맥주를 판매한다.
   05)  서귀포시 구억리 일대 생활과 교육을 영어로 하는 정주형 영어교육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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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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