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59회 : 1부 조해진 소설가 / 2부 정현우 시인
- 작성일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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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제659회 : 1부 조해진 소설가 / 2부 정현우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문소 음감회 : 시인이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두 분의 시인이 현직 작가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제보받아서 매달 한 곡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 오프닝 : 헤르타뮐러1), 소설『숨그네』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조해진 소설가

조해진 소설가는 2004년《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천사들의 도시』,『목요일에 만나요』,『빛의 호위』가 있으며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아무도 보지 못한 숲』, 『단순한 진심』, 『여름을 지나가다』 등이 있습니다.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등을 수상하셨습니다.
Q. DJ 최진영 : 최근에는 『환한 숨』을 출간하셨어요. 그리고 2020년 초까지는 〈문장의 소리〉 PD로 활동하셨죠? 어떻게 지내셨어요?
A. 조해진 작가 : 맞아요. 작년 초까지 즐겁게 PD로 지냈고, 전업 작가로 지내고 있어요. 처음엔 두려웠는데 그럭저럭 잘 꾸려가고 있어요. 시간이 되게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바쁘더라고요. 먹고 싶은 것도 잘 먹고 굶지 않으며 잘 지내고 있어요.
Q. PD를 그만두면 시간이 많으실 그거로 생각하셨는데 아닌 거죠?
A. PD를 포함해서 대학교 강의를 하는 것들도 그만두고…. 전업으로 작가 활동 하고 있어요. 등단하고 처음이었거든요. 안 되면 아르바이트라도 하지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는데, 가끔 친구들에게 선물도 사주고 아주 풍요롭지는 않지만 잘 지내고 있습니다.

Q. 이번에 내신 『환한 숨』의 표지가 많이 아름다워요. 수록작인 「환한 나무 꼭대기」에서 강희가 올라가 본 하늘같기도 하고 「파종하는 밤」에서 '씨앗의 씨앗'이라는 단어가 생각나기도 하는데요, 표지 받으셨을 때 어땠어요?
A. 이미지로 봤을 때는 파일로 받아보니까 이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실물로 받아보니까 더 맘에 들더라고요. 특히 내가 내쉬는 숨이 정말 하늘로 올라간 느낌이었어요. 홀로그램 같은 느낌도 들고요, 정말 맘에 들어요.
Q. 저는 색감이 작가님과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새벽 같은 푸르스름함이 작가님과 잘 어울려요. 제목은 환한 느낌이고요. 네 번째 소설집이잖아요. 에세이도 내시고 앤솔로지에도 참여하셨지만, 이 단편을 묶은 소설집은 4년 만이에요. 이번 단편을 묶으면서 이전의 『빛의 호위의』와 다른점이나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A. 일부러 처음부터 어떤 다른 의도를 가지지는 않았어요. 막상 소설을 엮고 보니 동시대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빛의 호위」는 역사적 이야기나 시대를 초월한 연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환한 숨』은 동시대의 문제들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거 같고, 처음부터 ‘환한 숨’을 제목으로 할 생각은 없었는데 쓰다보니 '숨'이라는 단어가 보였고 어떤 무형의 물질이 자주 등장해서 숨을 제목에 넣게 되었어요. 근데 한사람의 숨이 아니라 공유하는 숨이고, 어둡지 않고 환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짓게 되었어요.
Q.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다닌 지 1년이 넘어서 서로의 숨결을 두려워하게 되었잖아요,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거 같아요. 첫 소설인 「환한 나무꼭대기」부터 이야기하려고 해요. "혜원이 죽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데요. 스님이 되려다가 속세로 돌아온 강희가 요양보호사로 일하다가 동창이었던 혜원을 돌보다가 떠나보내는 이야긴데요. 조은 시인님의 시에서 따왔다고 하셨는데. 그 시에서 출발하게 된 이야긴가요 아니면 그냥 제목을 빌려오신 건가요?
A. 제목을 짓지 않고 쓰기로 했어요. 사실 제목이 있긴 했는데 너무 제목이 거창해서……. 조은 시인님이 〈문장의 소리〉에 출연자로 오셨을 때 그 시가 정말 좋더라고요, 시의 끝부분을 쓸 때 그 강희가 올라본 나무꼭대기가 환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허락을 구하고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Q. 일반적으로 소설에 고독하고 상실을 느끼는 주인공이 많이 나오는데 작가님 소설은 특히 그 고독과 상실을 깊이 느끼는 인물인 것 같아요. 인간의 내면을 시각화한 묘사들 때문인지 감정이 더 잘 느껴져요. 예를 들면 「환한 나무꼭대기」라는 소설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외로움이 해변의 퇴적물이라면 불안감은 부둣가에 버려진 내용을 알 수 없는 상자들 같았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불안과 외로움은 어떤 건가요?
A.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함께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죠. 시각화해서 표현한 거는 외로움은 좀 더 본질적인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 퇴적되는? 쌓여가는 거고 불안감은 갑자기 엄습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교차하는 영역이 많은 감정이기도 하죠.
Q. 「하나의 숨」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요. 주인공 하나는 특성화고 학생이고 실습을 나간 공장에서 사고를 당합니다. 미성년 노동자가 겪는 열악한 환경을 그린 작품인데 은유 작가님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고 쓰시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이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는 어떤 게 있을까요? 소설을 읽고 생각이 나신 것인지 평소에 관심이 그 부분에 대해 있으셨던 건지요?
A. 전에 발표한 소설에도 어린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아마 오래전부터 그 부분에 관심은 있었어요. 은유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느껴졌고 사실 어린 노동자의 죽음이라는 게 너무 슬픈 일인데 불편한 소재잖아요. 욕심이겠지만 직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 같아요. 어쨌든 제가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글로 쓰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서 용기를 냈던 것 같아요.
Q. 저도 은유 작가님의 작품을 읽었었는데, 사람들이 이런 소재를 불편해하잖아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악의적으로 되받아치는…? 어른들이 얼토당토아니한 말들로 평가를 하니까 과감하게 드러내고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좀 생기는 거 같아요.
A. 맞아요. 그런 상황에 직면하고 싶었고 다 쓰고나서도 계속 생각이 나는 작품이더라고요. 좀 더 쓸 말이 있는 것 같고 부족한 거 같고요. 어디까지가 소설의 역할인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현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이 소설인지 아니면 이상적인 어떤 것을 제시하는 게 소설인지 고민이 되어요. 발표할 때랑 조금 달라진 게 선생님이 하나를 만나러 가는 장면을 넣었거든요. 하나에게 더 선생님도 아니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그냥 하나를 만나러 가는 것이 맞을 거 같다는 생각에 넣게 되었어요. 어떻게 써야 하는지 특히 고민을 많이 했던 소설이었어요.
Q. 말씀해주신 것처럼 「하나의 숨」에는 기간제 교사가 나와요. 하나의 담임인데 기간제가 끝나면 하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나오는데요. 기간제교사를 그리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A. 불안정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사실 선생님‘나’라는 인물이 정교사였어도 하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기간제 교사로 설정함으로써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절대적으로 보호할 수 없는 현실을 좀 더 부각하고 싶었고, 또 제가 많이 다루는 설정이기도 해요. 한사람이 한 사람을 파고드는 이야기보다는 한 사람을 다른 한 사람이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두 사람의 좁히고 싶지만 좁혀지지 않는 거리와 그 사이에서의 윤리적 갈등, 공감하려는 시도…. 하나와 선생님, 하나의 엄마와의 거리를 좀 더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택시 안에서 담임이 하나의 엄마에게 기간제교사라고 말하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하나’라는 소녀는 작가님의 소설 「파종하는 밤」 소설에 나오는 소년 M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공장에서 수은중독으로 사망하게 되는 소년입니다. 그리고 소설의 화자는 미디어 아티스트인데 익명의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 화자의 남편이 불쌍하게 죽은 사람들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하는 것에 비난을 해요. 거기에 대해 화자는 “산자의 기억은 죽은 자의 유일한 특권이며 위안”이라고 답하는데요. 작가님이 소설에서 타인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거 같았어요.
A. 맞아요. 타자, 타인의 고통을 재연하려고 늘 애쓰고 인물에게 빙의되어 쓰려고 노력해요. 어쩔 수 없는 거리는 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 거리를 인정하는 쪽이에요. 미화시키거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애쓰는 것과 애쓰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잖아요. 거리가 있지만, 그 거리를 좁혀보려고 애쓰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산자의 기억은 죽은 자의 특권’이라는 문장을 쓴 것 같고 방금 말씀드렸듯이 인물 설정에서 두 세계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고통스러운 위안’이라는 말도 쓴 적이 있는데 어쨌든 거리를 좁히려고 애쓰는 우리의 노력이 위안이 되지만 가끔은 그 위안이 완벽한 위안이 되지 못하는 것…. 그런 고민들을 쓰려했던 것 같아요.
Q. 「흩어지는 구름」이라는 작품에는 더 열정의 한가운데 있지 않고 젊음도 열정도 사그라드는 연인이 나오는데요. ‘나’의 연인인 호재와 나의 이야기인데 예전과 달라진 호재의 속물 같은 모습에 실망하는 나의 모습도 나오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끝이 너무 좋았어요. 모든 관계가 한순간에 끝날 수 있다는 것. 많은 생각 끝에 나온 엔딩같아요. 「파종하는 밤」에서도 혹독한 현실에 좌절하고 무뎌져 가는 사람들, 관계들. 이런 것들 어떻게 쓰시게 되었어요?
A. 10년 전쯤 유주산에 갔었어요. 그 이미지가 남아있던 것 같아요. 산꼭대기인데 평원이에요. 눈도 쌓여있고…. 아무도 없는 겨울이고 추우니까 오후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그 느낌이 남아있는 거예요. 어떤 이미지가 있으면 그게 머릿속에 남아있잖아요. 글을 쓰다 보면 튀어나올 때가 있잖아요. 그 산을 다녀온 지 7~8년이 흘렀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낀 하강의 느낌? 상승하다가 하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그게 느껴져서 이 소설을 쓰게 된 거 같아요.
Q. 작가님의 소설에는 어떤 경계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방금 저희가 이야기한 「흩어지는 구름」에 나오는 인물도 그렇고 「경계선 사이로」의 주인공 연진도 그렇고 「눈 속의 사람」에 나오는 최길남이라는 역할도 그렇고…. 특히 이런 인물들에게 관심 가지시는 이유가 있나요?
A. 우리도 사실 어디에 있어도 다 경계에 있는 거 같잖아요. 기준이 어떠냐에 따라서 다 경계 같은 게 있는 것 같고 이 인물들이 경계에 서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것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열심히 살아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인물들인 거 같아서요. 어떤 나쁜 의도로 변하게 되는 게 아니라 열심히 살았다는 잘못밖에 없는 이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마지막에 실려 있는 「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작가님의 어린 시절과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있는 자전적 소설인데요. 이 소설이 2014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번 소설집에 넣은 이유가 있을까요?
A. 사실 자전 소설을 잘 못 쓰겠더라고요. 젊은 작가 특집에서 용기 내서 쓰긴 했는데, 고향이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거의 안 하고 살다가 사람에겐 다 마음속에 있는 상자가 있잖아요. 그것을 열지 않고 있다가 자전적 소설을 쓰면서 열게 된 거예요. 쓰다 보니 수줍게 썼나 보다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라는 생각도 들고 되게 복잡하더라고요. 책으로 내려고 하니 주저되기는 하더라고요. 그사이에 나이가 들었는지 소설에 추가한 내용이 있어요. ‘상처에 고요함을 믿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공평한 특권이다’라는 문장인데 이처럼 제가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아마 이 작품을 말하지도 쓰지도 못한 건 말하지 못한 것, 부끄러운 것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이를 먹으니 이제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2부 <문소 음감회>/ 정현우 시인

시인으로 등단하기 전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2007년 가수로 먼저 데뷔했고, 이후 ‘시인의 악기상점’이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2019년 EP 앨범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을 냈습니다. ‘창비시선’으로 올해 발간된 첫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가 판매량 1만 부를 돌파했다.
Q. DJ최진영 : 오늘은 정현우 시인님 모셨습니다. 2021년 들어서 하는 첫 ‘문소 음감회’예요. 느낌이 어떠신가요?
A. 정현우 시인 : 굉장히 오랜만에 나온 거 같네요.
Q. 그러면 오늘 사연을 의뢰한 주인공을 모셔보겠습니다. 정현우 시인님께 사연을 의뢰한 정현우 시인님 반갑습니다.
A. 저는 2021년 1월에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라는 시집을 냈고요. 노래 작업도 하고 산책을 주로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저에게 사연을 의뢰하게 됐는데, 원래 이번에 나오시기로 하신 시인님과 일정이 안 맞아서 고민하다가 ‘내가 한 번 나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 시와 곡을 가지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Q. 정현우 시인님께서 만드신 곡을 듣기 전에 정현우 시인님께서 제보하신 사연 어떤 내용일지 들어볼까 합니다. 사연 신청서를 정현우 시인님의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시 쓰는 정현우입니다. 이번에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라는 첫 시집을 출간했고요. 첫 시집을 낸 이후 에너지 방전이 된 것인지 시 쓰기에서 살짝 떨어져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 시집에 실린 시 중의 하나를 정해서 노래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요즘 깊이 빠져있는 주제가 ‘그리움’과 ‘슬픔’, ‘죽음’인데요.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또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항상 궁금했어요. 그래서 ‘죽음이 진정한 소멸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됐고요. 그래서 이러한 감정들을 노래로 어루만져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Q. ‘그리움’, ‘슬픔’과 같은 주제에 대해서 골몰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유년 시절에도 군대에서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큰 터닝 포인트들이 있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죽음’이 살갗에 와 닿으면서 시를 쓰는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Q. 첫 시집을 낸 것에 대한 감상은 어떠세요?
A. 처음에는 제 시집이 아닌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이것은 무엇인가?’ 하다가 한 달 정도 지나고서야 ‘아, 이게 내 시집이구나’하고 느끼게 됐어요.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니까 신기하다는 감정이 들어요. 제 첫 시집에는 68편 정도의 시가 담겨있어요. 너무 많은 시를 몰아넣다 보니 후유증을 앓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는 시가 써지더라고요. 인제야 후유증에서 벗어난 것 같습니다.
Q. 정현우 시인님의 이번 신곡이 특히 어떤 분들에게 힘이 될까요?
A. 어떤 상실의 경험, 이미 지나온 슬픔을 다시 짚어보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제는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는 것들을 끌어들여서 조금이라도 다시 짚어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해서 만든 곡이에요.
(노래)
Q. 정현우 시인님의 자작곡 정말 좋아요. 굉장히 웅장한 느낌이네요. 봄밤에도 잘 어울리고요.
A. 이 곡이 2절에서 배꽃이라는 단어도 나오고 봄밤에 꽃잎들이 흩날리는 장면들인데, 밤과 낮이 공존하면서 만날 수 없는 공간의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전달됐는지 모르겠네요.
Q. 이 곡의 어떤 부분이 가장 먼저 떠오르셨어요?
A. 깨진 거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생각났어요. 금이 간 거울 속에 나를 보면서 ‘왜 금이 갔을까?’ 생각하게 되고, 그 깨진 거울 너머에 어떤 세상이 있다면 그 세상은 어떤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그 깨진 존재들을 어떻게 내가 바라볼 수 있을까, 또 거울을 매개로 우리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러한 깨진 감정들을 담고 싶었어요.
Q. 이번에 자신의 사연으로 작곡과 작사까지 하시게 되었는데 느낌이 어떠셨어요?
A. 다른 시인과 협업할 때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주니까 그런 것들이 좋았는데, 혼자 작업을 해보니까 제 감정선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시 쓰는 느낌과 비슷하더라고요.
Q. 노래할 때 목소리가 미성이신데 평소 목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A. 평소에 레몬 물을 많이 마셔요. 레몬 물을 마시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노래할 때 목이 메마르면 안 되거든요. 고음의 목소리를 낼 때는 성대가 맨질맨질해야 하니까 차가운 레몬 물이 좋고, 저음이 낼 때는 성대를 풀어줘야 하니까 미지근한 레몬 물이 좋아요.
Q. 노래를 듣다 보니, 옛날 사극 같은 것도 생각이 나는데요. 실제로 드라마 OST 작업도 하셨다고 들었는데 이번 작업과 OST 작업을 비교한다면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영화 OST 작업도 했었고, 드라마 OST 작업도 했는데요. 노래를 작곡하는 순서와 감정은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에는 그 장면에 어울려야 하는 노래이니까 아무리 좋은 노래라고 하더라도 맞지 않으면 쓰일 수 없거든요. 그래서 그 장면에 어울릴만한 노래인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 저희가 오늘 들은 부분은 1절이었어요. 이 곡을 전체적으로 듣는다고 했을 때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A. 1절과 2절의 피아노 소리가 좀 달라지거든요. 피아노 소리를 잘 따라가면서 1절의 배꽃 밭을 지나 장소를 옮겨가는 부분을 잘 느끼면서 들으시면 곡을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오늘 ‘문소 음감회’에 참여한 소감이 어떠세요?
A. 고향에 찾아온 느낌과 함께 편안한 시간을 가지고 갑니다.
01) 헤르타 뮐러(Herta Müller).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 『숨그네』, 『마음짐승』,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인간은 이 세상의 거대한 꿩이다』, 산문집 『악마가 거울 속에 앉아 있다』, 시집 『모카잔을 든 우울한 신사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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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정리 : 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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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지기
- 2026-09-23
앞과 뒤가 같아지고, 알고 있던 것이 낯설어지는 순간. 우리가 안다고 믿었던 것들 사이에 틈이 생기면 익숙했던 세계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바로 그 어긋남에서 이전에는 없던 질문이 생겨납니다. 최근 신작을 낸 작가를 모셔 책과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 ‘최책근’. 오늘'최책근' 코너에서는 언어와 언어, 가능과 불가능 사이에서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내는, 김뉘연 시인님 모셨습니다. [작가소개] ㅇ김뉘연 시인 시인, 편집자. 워크룸 프레스와 작업실유령에서 일한다. 시집 『모눈 지우개』, 『문서 없는 제목』, 『제3작품집』, 『이것을 아주 분명하게』, 소설 『부분』 등을 썼다. [방송내용] 00:00 오프닝 | 「엎드러지다」 낭독 01:41 흰흑이라는 공간의 가능성 05:44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12:16 시 낭독 「찻집에서」 14:22 시 밖에서 만나는 시 25:41 시 낭독 「가늠하는 돌」 28:14 공연을 상상하며 쓴 시 29:22 시집의 형태 33:17 시인의 하루 사용법 39:59 시 낭독 「왼쪽의 아래」 42:56 마무리 [주요내용] Q. 신작 『흰흑』 소개 부탁드려요. A. 이번 시집은 언어가 어떻게 놓이고, 서로 다른 말들이 어떻게 만나면서 의미가 달라지는지를 많이 생각하며 만든 시집이에요. 제목 『흰흑』도 그런 생각에서 나왔습니다. ‘청색·갈색’ 연작을 쓰고 시인의 말을 고민하다가,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말들이 한 문장 안에서 만나 새로운 공간을 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집의 1부와 3부에 배치된 ‘청색·갈색’ 연작도 언어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시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작업입니다. 두 부분이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대칭보다는, 조금 움직여 있는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Q. 문학과 디자인이 다원예술과 만나는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문장이 종이 위를 벗어나 시공간 속에서 새롭게 구현되는 과정을 실험해오셨습니다. 관련하여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요. A. 저도 처음부터 그런 작업을 계획했다기보다는 우연히 제 짧은 글들을 보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 분들이 협업을 제안해주면서 시작된 경우가 많아요. 전시를 위한 글, 공연을 위한 글처럼 작업의 형식이나 조건이 먼저 주어질 때가 있는데, 저는 그 조건을 제한이라기보다 글의 태도를 바꾸는 계기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주어진 형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시가 다른 몸을 가져볼 수 있는지 실험해보는 거죠. 「가늠하는 돌」도 그런 맥락에서 쓴 시예요. 조용히 작은 공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이 문장들이 실제로 공연된다면 어떻게 움직이고 들릴지 상상하며 썼습니다. 글이 종이 위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수행될 때 어떻게 달라질지를 생각해보는 작업이기도 했어요. Q. 김뉘연 시인님의 평범한 하루에 대해 들어볼게요. 평소 어떻게 지내시나요? A. 매일 시를 쓰는 편은 아니에요.
- 문장지기
- 2026-09-16
기계의 답은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위협한다면, 인간이 사라지면 된다는 것. 하지만 삶이 언제나 그렇게 간단히 계산될 수 있을까요. 합리적 판단이 반드시 옳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최근 신작을 낸 작가를 모셔 책과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 ‘최책근’. 오늘 이 시간에는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을 펴내신 정보라 작가님과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상하고 끈질긴 가능성을 들여다봅니다. [작가소개] ㅇ 정보라 소설가 소설을 쓰고 폴란드 문학과 동유럽 문학 작품 번역을 한다. 2022년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다. 『붉은 칼』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등의 장편소설과 『저주토끼』 『아무도 모를 것이다』 『여자들의 왕』 『고통에 관하여』 등의 소설집, 연작소설집 『한밤의 시간표』를 펴냈다. [방송내용] 00:00 오프닝 | 정보라 「밤이 오면 우리 눈에」 낭독 00:46 포항에서 온 정보라 소설가 03:36 멸망해가는 지구를 위한 선택 07:37 흡혈귀가 인공지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10:09 정말 ‘인간’이 문제일까 12:58 ‘기계의 합리’를 의심해야 하는 이유 16:03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20:15 최초의 흡혈인, ‘화장실에 미친 여자’ 31:59 자본주의의 폐해 35:20 분노와 저항, 그리고 사랑의 힘 45:56 마무리 [주요내용] Q. 신작 『이름 없는 것들의 밤』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흡혈귀가 인공지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예요. 인간이 지구의 다른 생명체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판단한 기계가 인간을 통제하고 제거하려는 세계에서, 흡혈인과 인조인간처럼 인간의 경계에 걸쳐 있는 존재들이 맞서 싸웁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문제라면 인간은 대체 무엇인가’, ‘합리적이라는 판단은 정말 옳은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여성의 몸과 재생산권, 전쟁과 학살, 노동 현장과 자본주의 같은 현실의 문제들도 많이 들어가 있고요. 결국 폭력적인 집단과 비인간적인 체제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SF와 판타지의 방식으로 풀어낸 연작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인간이 문제라는 말, 정말 인간 전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A. 그렇게 뭉뚱그려 말하면 오히려 책임의 소재가 흐려지는 것 같아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과 그 결과를 감당하는 사람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든요. 기후위기만 해도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고 그걸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과, 실제 재난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곳에 있잖아요. 그래서 ‘인간이 문제다’라기보다 누가 문제를 만들고 누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작품에 등장하는 폭력과 저항의 장면들은 현실의 사건들과도 많이 연결되어 있나요? A. 그렇습니다. 팔레스타인이나 우
- 문장지기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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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제659회 : 1부 조해진 소설가 / 2부 정현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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