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61회 : 1부 신지영 작가 / 2부 이소호 시인

문장의 소리 제661회 : 1부 신지영 작가 / 2부 이소호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2020, 사계절) 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신지영 작가


 

 

    신지영 작가는 2009년 푸른 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2010년 푸른 문학상 ‘새로운 평론가상’, 2011년 창비 ‘좋은 어린이 책’을 수상한 뒤 시 / 동화 / 청소년 소설 / 논픽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 『안믿음 쿠폰』, 『짜구 할매 손녀가 왔다』, 『배려의 여왕이 할 말 있대』등이 있으며, 청소년 시집 『넌 아직 몰라도 돼』와 청소년 소설 『프렌즈』, 『내 친구는 슈퍼스타』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역사 동화인 『바람을 달리는 아이들』을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하는 활동들이 워낙 많으셔서 소개가 길어졌네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A. 신지영 작가 : 제가 월급을 받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게 아니라 서요. 겨울잠도 좀 자고, 올해의 생존을 위해 외부 일도 시작했어요. 쓰는 작업은 아니고 퍼실리테이팅(Facilitating)이나 문화기획 같은 거를 하고 있어요.

 

Q. 하실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으신 것 같아요. 다원예술집단 〈우리, 봄〉 대표이기도 하시죠? 여러 가지 공연 같은 것을 기획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을 기획하세요?

A. 네. 저희 구성원 중 겹치는 활동을 하는 분들이 없어요. 그래도 공연을 하는 분들이 조금 많은데, 작년까지는 3년간 시장을 다니며 공연하는 작가와 이야기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했었어요. 올해는 그만하고 작년에 제주에서 찍어놓은 영상이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미루다가 이번에 녹음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Q. 정말 활발하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시네요. 꼭 봐보고 싶어요. 공연 같은 것을…. 오늘은 최근에 출간하신 『바람을 달리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건데요. 책을 처음 받아보고 파본인 줄 알았다는 말을 자주 들으셨다고요?

A. 출판사 대표님이 책이 나왔으니 밥 먹자고 만났어요. 근데 대표님이 서점에서 책이 잘못 찍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거예요. 거기에 ‘거꾸로 읽는 동화’라는 게 쓰여 있는데, 사실 그게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만든 거예요. 책이 위아래가 바뀌어 인쇄되어 있어서 그림작가님도 많이 고생을 하셨대요.

 

Q. 아이들은 많이 좋아할 것 같은데요?

A.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딱딱한 책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책을 만나게 하고 싶었어요. 근데 그림책에서는 이런 책들이 꽤 있나 봐요. 이건 그림책이 아니라 동화책이기는 한데 저 스스로는 대단히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었어요.

 

Q. 청취자 여러분께 설명해 드리자면 책이 앞뒤 표지가 뒤집어서 인쇄되어 있어요. 절반은 ‘복남’의 이야기이고 다른 절반은‘윤희’의 이야기에요. 이야기가 중간에서 딱 만나게끔 구성이 된 책이에요. 이게 역사 동화인데 이 동화는 명성황후 시해사건1), 아관파천2) 같은 역사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잖아요. 이 역사를 아이들 동화로 쓰기에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A. 역사 동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뒀지만 역사 이야기라기보다 그 사건을 소재로 그 배경 속 두 아이의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했어요. 역사의 깊이나 성찰을 담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Q. 말씀하신 대로 두 아이의 이야기잖아요.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배경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잖아요. 복남이와 윤희가 나오는데 그 둘이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먼저 복남이는 할아버지 때부터 고지기(庫子)3)를 해온 인물이에요. 고지기는 동네에서 함께 부리는 하인을 일컫는 말인데요. 복남이는 달리기를 잘하는데 대회에서 일등을 해서 한글도 배우고 돈도 벌어서 하인을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이고요. 윤희는 사대부(士大夫)집의 딸로 집에만 있는 것이 너무 싫고, 옷으로 가리고 다녀야 하는 것도 싫어서 남동생의 옷을 입고 장터 구경을 다니고 해요. 궁극적으로는 이화학당4)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싶어 하죠. 이렇게 두 인물이 나오는데 복남이와 윤희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A. 맨 처음에 복남이만 썼고요. 그의 상대 인물로 여자인데 여자인 것을 숨기고 줄타기를 하는 아이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러다 윤희로 중간에 변경되었어요. ‘고지기’는 저희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된 거고 어머니 어렸을 적에 마을에서 특수하게 집단을 형성하고 살았다고 해요. 저는 그게 충격적이었거든요. 제가 어릴 적보다 얼마 전이었는데 그런 하인들이 뿌리 깊게 존재했다는 게 놀라웠어요. 그래서 이 소재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라는 등장인물은 가장 변화가 크고 스스로 변화하려고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그려냈어요.

 

Q. 맞아요. 책 속에서 두 주인공이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말을 했을 때 짜릿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신분제도가 폐지되었다고는 하나 요즘 뉴스를 보면서도 그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거든요. 책 속에서도 조선이라는 나라가 주변 열강 틈에 끼어서 좌지우지되는 것들도 그려지는데 이것도 지금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A. 세상은 계속 반복되는 그것 같아요. 인간들이 기본적으로 가진 특징들이 있으니까…. 그래도 조금씩은 앞으로 느리게나마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신분제도도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갈등은 존재하고 시민이라고 모두 투표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게 민주주의의 불씨처럼 느껴지지만, 프랑스도 시민혁명 후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은 정말 일부였어요. 여자나 아이들이 배제되었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조금씩 변했잖아요. 여기도 그 과정에 있는 그거로 생각해요. 크게는 비슷한 궤도로 움직이지만 조금은 변하고 있는 듯해요.

 

Q. 맞아요. 똑같은 것 같아도. 틀림에 있어서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있고요.

A. 그죠. 요즘에는 유튜브를 통해서 옛날 방송들도 쉽게 볼 수 있잖아요. 10년 전 것들만 봐도 진짜 큰일 날 방송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도 많더라고요.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확실히 변하고 있기는 한 것 같아요.

 

Q. 저는 그 변화에 교육이라는 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오랜 시간 동시나 동화를 써오셨는데 이런 아동문학들도 사회변화에 한몫을 해내는 것 같은데, 아동문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거창한 것은 없고,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하는 것을 좋아해요. 등단하려고 여기저기 책을 냈는데 제일 먼저 선택이 됐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청탁도 많이 들어오고 계약도 빠르게 진행이 되는 거예요. 쓰다 보니 재미도 있고 저를 치유해주는 느낌? 몰랐는데 쓰다 보니 저랑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장르마다 쓰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 것 같아요.

 

Q. 작가님은 어렸을 때 어떤 동화를 읽으셨어요?

A. 저 어릴 때는 창작동화는 거의 없었고요. 시골에서 창작동화를 딱 한 권 봤었어요. 그냥 어머니가 사주신 계몽사 100권짜리 책들을 읽었고, 추리 소설인데 동화형식으로 된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Q.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를 생각하면 그 책들이 평이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사람들 인식이 아이들 책은 권선징악이나 행복한 결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요즘 대부분은 판타지 위주로 나오긴 하는데, 사실 동화 생활 동화를 많이 쓰시는데 거기에는 말씀하신 그런 소재들이 많이 사라지고 조금 더 입체적이고 생각할 여지를 주죠. 사실 어른들이 책을 읽던 시절의 책은 민담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각색한 것들이라 권선징악이나 분명한 캐릭터가 나오잖아요. 그것들은 그 시대의 권장할 미덕을 담아낸 것들이 많죠. 그 당시 책들은 여성에게도 순종적이고 이타적이고 악당도 적극적인 여자로 표현되어서 벌을 받는다든지…. 강제적인 미덕을 주입하려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 출간되는 아동문학은 성장하고 변화가 많은, 사회화의 시기에 있으므로 너무 교훈적인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아요.

 

Q. 저도 우울하고, 화내고, 반항하는 아이가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많이 노출되어야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들을 또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A. 그런 갈등구조가 이야기의 시작인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청소년 소설을 썼을 때 소재가 매춘하는 여고생들도 있었어요.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로 책을 엮은 적도 있고요. 그런 것을 아예 피할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문학인 것 같아요.

 

Q. 그리고 최근에는 어린이를 하나의 세계로 독립적으로 바라보려는 긍정적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미숙한 존재는 무조건 ‘~린이’를 붙여서 보긴 하잖아요. 그게 편협하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어린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할까요?

A. 저는 눈높이를 항상 맞춰보는 것 같아요.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서투르고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인데도 너무 공평하게 보는가 싶기도 해요. 그래도 항상 존중하고 존댓말을 쓰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아직 아동 청소년기는 사회화가 덜 되었고 보호를 받는 대신 책임은 더는 것이 있잖아요. 충분히 너희의 독립된 세계는 있고, 존중하지만, 어른들은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완성되지 않은 존재라고 가능성을 주면서도 그런 존재라고 무시하는 때도 있잖아요.

A. 그 어른들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되게 악순환 같기는 해요. 제 주변에도 보면 환경에 따라 학생을 대하는 말투가 다른 것을 보면 마음이 좀 속상하고 그래요.

 

Q. 그리고 작가님은 또 ‘동화 콘서트’ 같은 다양한 공연 활동도 하시잖아요. 어린이 독자들의 반응을 많이 접하셨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독자분이 있으신가요?

A. 작년에 저희가 코로나-19로 유튜브 생방송을 했는데, 재미를 위해 마지막에 그날 방송 내용을 문제로 내고 댓글로 답을 받아서 선물을 증정하는 것을 했었어요. 사람이 하다 보니 첫 댓글을 못 읽고 그다음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게 된 거예요. 그 어린이가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어머니한테 한탄을 하셨나 봐요. 그래서 저희한테 연락이 왔는데 얼마나 억울했을까 하고 기억에 남아요.

 

Q. 5월에 어린이날도 있고 동화책을 선물하는 분도 많으실 것 같은데,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동화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저도 어린이가 아니라 그들의 시선에서 좋은 동화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동화는 재미를 넘어 내 안에 무언가를 흔들어서 말이나 행동을 바꾸게 만들어 주는 책이 좋은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고 이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느끼게 해주는 책이요.

 

Q. 최근 읽은 책 중에 추천해 주실 책이 있으신가요?

A. 김규아 작가의 『밤의 교실』(2020, 샘터사)이라는 책이요. 김규아 작가가 굉장히 따스한 작품 활동을 하는 분 이이에요. 독립서적을 스스로 내기도 하시고…. 해당 서적은 그래픽 노블인데 그림도 따스하고 정서적으로 편안해지고 읽어보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Q.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동화도 있을까요?

A. 1993년에 나온 이상락 작가님의 『누가 호루라기를 불어줄까』(1993, 창비)라는 책이 있어요. 많이 그리운 옛날 시절을 자극하면서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은 생활동화거든요. 어른들이 읽으면 편안하고 따뜻한 책일 것 같아요.

 

Q. 동화와 청소년 소설의 경계가 있나요?

A. 우리가 어린이, 아동이라 말하는 독립된 문학 주체가 있잖아요. 그들만의 언어, 문법이 있는 것을 인정하는 건데, 예전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아동은 원래 성인처럼 일하고 노동을 하는 존재였는데 근대 이후에 이들을 ‘그냥 쓰는 것보다 교육하고 쓰자!’라는 생각이 나왔고 학교도 생기고 인간에 대한 존중도 생기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지금 쓰는 아동의 개념이 만들어 진 거죠. 그거랑 똑같이 세상이 복잡해지고 발전하면서 맨 처음에는 아동, 성인 두 가지로 나누었다가 점점 청소년이라는 대상이 추가됐다고 저는 생각해요. 청소년도 그들만의 문법이 있고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고…. 특히 청소년은 교육 기간이 길어지면서 몸은 이미 성인이지만 제약 속에서 아동과는 다른 어느 지점이 생기잖아요. 그들을 대상으로 쓰는 문학인데, 사실 청소년 문학이나 시, 소설에 대한 출판사, 작가들의 생각이 다 달라요. 본격적으로 청소년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작품이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연구도 많이 부족하고 작품들도 많이 부족해요. 분명 대상이 발견되고, 그들을 위한 문학이 필요해서 나오기 시작한 건데 단순히 성인 시를 하듯 하면 된다는 생각은 너무 충격적인 것 같아요…. 조금 더 그들을 위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하면 안정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요즘 새로 구상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A. 하는 작품이 너무 많아서 이것들을 일단 완성하고 할 것 같아요. 구상은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어요.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이소호 시인



 

    이소호 시인님은 2014년 《현대시》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고, 시집『캣콜링』으로 제37회 〈김수영 문학상〉을 받으신 바 있습니다.

Q. DJ 최진영 : 오늘 만나볼 수상한 취미는 ‘쇼핑’입니다. 이소호 시인님 모셔보겠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나요?

A. 이소호 시인 : 저는 알려진 바와 같이 엄청난 집순이로 사는 삶을 살고 있고요. 5월에 창비에서 성장기를 다룬 산문집이 나올 예정이거든요. 저의 첫 단독 산문집이어서 산문집 원고 막바지 작업 중에 있고 세 번째 시집의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장시로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요즘은 그야말로 문학 노동자로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Q. 오늘 이소호 시인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 볼 취미는 바로 ‘쇼핑’입니다. 쇼핑이 취미가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취미라기보다는 ‘운명’이나 ‘유전’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맞는다고 저는 생각해요. 얼마 전에 이사하면서 할머니 신발장 정리를 해드렸어요. 똑같은 신발을 무려 7켤레 발견했어요. 그걸 보고 ‘아, 이것이 우리 가족의 유전 때문에 기인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제가 산문집 때문에 어렸을 적 일기를-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까지 전부 가지고 있는데-그걸 들춰볼 때마다 ‘물건을 샀다.’, ‘엄마한테 혼났다.’ 이런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있더라고요. 원하시면 읽어 드리려고 사진을 찍어왔어요.

 

Q. 조금만 읽어주세요. 뭘 샀기에 혼났는지 궁금하네요.

A. 초등학교 6학년 때 일기인데요. 3월 3일 ‘정말 돈이 있으면 무언가가 사고 싶은가 보다. 주머니에 돈들이 막 날 유혹한다. ‘경진아, 저것 좀 봐 맛있겠지?’, ‘경진아 저 물건 예쁘지 않니?’ 결국, 과자를 사 먹는다. 오늘도 하교 후 호텔 왕게임이 막 유혹했다. 그러나 나는 뿌리쳤다. 나오려고 하니 너무 사고 싶었다. 그래도 속으로는 ‘내 돈으로 사는데 뭐 어때? 쳇’ 이런 생각으로 그만 사버렸다.’

 

Q. 시인님의 산문집이 너무 기대되네요. 일기도 너무 재미있고요. 시인님께서 주로 쇼핑하시는 쇼핑 품목이 따로 있나요?

A. 요즘에는 3가지에 좀 꽂혀있는 편이에요. 이제 나이를 먹다 보니 일반 ‘에코백’은 좀 들고 싶지 않고 저만의 에코백을 들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에코백을 많이 사고, ‘은’ 액세서리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리고 티가 나진 않지만 지금 입고 있는 옷이 고구려 의복이에요. 제가 한복을 입는 걸 좋아해서 ‘한복’도 자주 사고 있어요.

 

Q. 시인님만의 쇼핑 노하우는 있으세요?

A. 일단 저 같은 경우에는 일단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은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똑같은 것을 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주문제작으로만 파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Q. 사고 싶은 그것에 관한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시기도 하시나요?

A. 제가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꿈에 나오면 사자는 주의예요. 꿈에 나오지 않으면 간절하지 않구나 하면서 꿈꾸기를 기다려요.

 

Q. 어떤 쇼핑을 하실 때 가장 큰 쾌감을 느끼시나요?

A. 저는 매진되는 그 순간을 가장 좋아해요. 장바구니에 2개나 3개를 넣을 때 ‘재고보다 수량이 많습니다’라고 나올 때, 그리고 또 하나를 구매했는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상품의 마지막을 제가 산 것일 때, 그럴 때의 기쁨이 정말 큰 것 같아요.

 

Q. 만약 시인님께서 거금의 상금을 타게 된다면 꼭 사고 싶은 버킷리스트(Bucket List)가 있으신가요?

A. 신발만큼은 뉴욕이거든요. 아울렛에 가면 유명한 브랜드를 정말 싸게 팔아요. 그곳의 신발을 모두 쓸어 담는 것이 저의 버킷리스트입니다.

 

Q. 사전 취재를 할 때 시인님께서 저장 강박증이 있다고 하셨다고 해요. 작품을 쓰실 때도 그런 성향이 발휘되기도 하나요?

A. 예전에는 조사 하나만 다르게 쓰더라도 파지를 다 모으곤 했어요. 그러다 보니 뭐가 원본이었는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그렇지는 않고요. 다만 쇼핑과 연관 지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끝날 때까지, 이룰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 똑같고, 몇 번을 고민하는 것도 똑같아요. 그리고 저는 충동적으로 글을 쓸 때가 있어요. 쇼핑하듯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 눈을 번쩍 뜨고 글을 쓸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한 에피소드로 시도 쓰고 산문도 쓰고 하는 것들로 저의 저장 강박증을 표현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Q. 시인님의 첫 번째 시집 『캣콜링』(2018, 민음사)을 보면, 「마이 리틀 다이어리-경진이네」(118쪽)를 포함해서 ‘경진이’로 등장하는 화자의 다양한 이야기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 시집을 출간하셨을 때 ‘고백광의 탄생이다’라는 평가도 받으셨을 정도로 유년 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자신의 가장 내밀한 지점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계신데요, 시집을 쓰신 입장에서 첫 번째 시집 『캣콜링』을 독자 여러분께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말씀해주신다면?

A. 화자의 목소리를 다르게 해서 읽으면 정말 재미있거든요. 그리고 다 같이 모여서 읽으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대화체로 된 시가 많고 대화에서 영감을 얻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중심을 두고 읽어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Q. 『캣콜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받으셨잖아요. 그리고 그 시집이 미국에서도 출간됐다고 들었는데, 〈김수영문학상〉을 받으셨을 때 수상 소감으로 ‘시를 쓰지 않았다면 어떤 것도 발설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해요. 시와 발설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요?

A. 시가 일기와 같고 또 다른 말하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단지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멋진 것, 가장 날 것은 시라고 생각하고요. 사실 얼마 전에 쓴 수필이 시와 말하기에 대한 것이었어요. 이때 제가 이것을 행운의 편지에 빗대어 표현했어요. 행운을 받으려고 쓰는 게 아니고 불행을 피하고자 쓰는 것이 행운의 편지잖아요. 그래서 불행을 피하고자 손이 저려가면서 글을 쓰던 저의 모습을 비유해서 썼는데, 저는 제 안에 쌓여가는 불행의 모습을 모두 해소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Q. 시인님의 낭독회는 너무 뜻깊은 시간일 것 같아요.

A. 낭독 연습을 정말 많이 하고, 낭독용 시집을 가지고 있어요. 왜냐면 숨 쉬는 부분, 조금 더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부분, 경진이의 목소리를 가져야 할 부분, 시진이의 목소리를 가져야 할 부분들을 조금 더 섬세하게 정리를 해서 말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Q. 코로나-19 때문에 낭독회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A. 네, 저희가 클럽하우스(Clubhouse)라는 어플에서 〈스포일러 낭독회〉와 〈단 한 사람을 위한 낭독회〉를 했었어요. 그때 아직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은 작품을 낭독한다거나, 단 한 사람이 원하는 낭독만 해주는 거예요. 그분만을 위한 콘서트 셋업 리스트(Set up-list)를 만들어서 낭독하는 건데, 그때 굉장히 낭독이나 방송에서 말하는 게 단련이 됐던 것 같아요.

 

Q. 시인님의 낭독을 많이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A. 7월 3일에 새 시집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로 나오거든요. 많이 찾아주세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A. 일단 약속된 글을 성실히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우리’라는 말이 닳을 때까지 써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Ctrl+F를 해서 원고에서 ‘우리’를 찾아봤거든요. 150번이 넘게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지루하지 않게 그걸 써내는 것이 저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우리’라는 말이 폭력적일 때가 많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진정한 폭력은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공동체로 묶일 때’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기 때문에. 정말 저답게, 지겹지 않게 제 뜻대로 글을 써보고 싶은 것이 저의 꿈이자 바람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A. 너무 즐거웠고, 소비가 나쁜 것이 아니라 정말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기쁨으로써 표현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저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표현한다고 생각했어요. 한복을 처음 입게 된 계기가 ‘어떻게 하면 독자분들에게 나만의 느낌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다가 그 자리에 남자 저고리를 사서 입고 나갔거든요. 〈재미공작소〉5) 서울시 문래동에 위치한 문화예술공간
에서 낭독회를 했었어요. 그게 2019년 여름이었나, 초가을의 일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이후로 제가 한복을 꾸준히 입고 있고, 지금 미국에서 프로모션 하는 사진도 한복을 입고 찍었거든요. 이렇게까지 한복이 중요한 논란거리가 될 줄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왠지 앞서나간 느낌이 들어서 이런 것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써도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이고 이건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산문에서도 말씀드릴 거지만, 여기서도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01)  을미사변이라 부르기도 한다. 1895년 10월 8일(음력 8월 20일), 당시 조선 주재 일본 공사인 미우라 고로를 중심으로 일본군 공사관 수비대와 경관, 일본군 경성 수비대 일부, 일본인 낭인들, 조선군 훈련대가 경복궁에 무력으로 침입하여 명성황후를 포함한 조선인 궁중 인사들을 집단 살해한 사건.
   02)  1896년 2월 11일부터 다음해 2월 25일까지 조선의 대군주 고종과 왕태자였던 순종이 을미사변 이후 일본군과 친일내각이 장악한 경복궁(건천궁)을 탈출해 어가를 아라사(러시아를 한자로 표기한 것) 공사관으로 옮겨 피신한 사건
   03)  조선시대 각종 창고(倉庫)를 지키고 출납을 맡아보던 최하급 관리자. 관노비 출신의 고자(庫子)를 고직(庫直)이나 고지기라고도 하였다.
   04)  1886년 조선 한성부에 설립된 근대 중등교육기관으로 한국 초기 여성교육 기관 중 하나로 이화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의 전신이다.
   05)  서울시 문래동에 위치한 문화예술공간

 


 


 

문장의 소리 661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접속하기
네이버 오디오클립’ 접속하기


 


 


※《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성설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