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왕십리」


 
왕십리 - 김소월
 
비가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이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김소월 ┃「왕십리」를 배달하며

 

    소월 이전의 현대시인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의 시집 『진달래꽃』이 세상에 나온 것이 1925년이니 사실상 현대시의 처음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소월은 제가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시인이기도 합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이렇게 시작되는 소월의 시는 오래 전 저를 재우던 자장가였다고 합니다.
    소월은 1902년에 태어난 사람이고 김정식이라는 본명으로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1934년 스스로 삶을 내려둡니다. 그가 시를 통해 내보이는 정서를 우리 민족 특유의 한(恨)이라 배웠지만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월은 스스로 가질 수 있을 만큼의 한으로 살았겠지요. 살아갔겠지요.
    「왕십리」를 읽으면 조금 그와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라는 생각은 지금의 우리들도 대부분 가지고 있는 삶의 태도이니까요. 여름비는 여름비답게 와야 좋고 밝은 것은 밝아야 좋고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것은 보이지 않아야 좋지요. 무엇이든 더 온전해지고 싶은 2021년의 여름입니다.

 

시인 박준

 

작가 : 김소월

출전 : 『진달래꽃』(중앙서림,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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