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87회 : 1부 신용목 시인 / 2부 곽문영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박소란(시인)



진행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본업인 글쓰기 외에 전문가 못지않은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작가들의 취미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입니다.











오프닝 : 영화 <라라랜드>(2016) OST 가사 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신용목 시인



신용목 시인은 2000년 《작가세계》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나의 끝 거창』 등이 있다. 시작문학상, 노작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시집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를 출간하였다.

Q. DJ 최진영 : 최근 출간하신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는 시인님의 여섯 번째 시집인데요. 이번 시집을 엮으며 특히 염두에 두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A. 신용목 시인 : 언제부턴가 다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직하게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것보다도 지금 나에게 있는 것들에 집중했던 시집 같습니다.


Q.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에 이전 시집 『나의 끝 거창』을 펴내시기 전에 쓰인 시편도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는데요. 두 시집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예전에는 제가 제 바깥,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에는 제 기억 속에 있거나 지금 제가 미치는 곳에서 보이는 것들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이 들어있습니다. 절반 이상의 시가 팬데믹에 쓰인 것이다 보니 이전까지 외롭다고 썼던 것들이 심심함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랫동안 어떤 세계의 뒤틀림 때문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아지면서 바깥으로 뻗어 가던 심심함이 제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는 순간을 알게 된 거라고 할까요. 그때 외로움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제 속에 있는 제 정체를 묻게 되었고요. 묻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이고요. 『나의 끝 거창』도 제게는 같은 맥락으로 오게 된 이야기예요. 제 고등학교 때 이야기인데, 돌아가신 선생님들 이야기입니다. 요청을 받았을 때 거절하면서 죄책감 같은 것이 들었어요. 정치적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제게 자격이 있는가 싶었죠.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과 거절 자체가 죄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쓰기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전혀 다른 시집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제게는 똑같은 과정을 거쳐 나온 시집입니다.


Q. 시집 제목인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는 수록작 「예술영화」의 한 구절입니다. 시집 제목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예전 시집들은 제목을 일찍 결정하거나, 제목부터 결정하고 시를 채워나간 적도 있습니다. 이 시집은 그러지 못했고요. 수록작의 제목이기도 한 「생활사」, 「제일 모든 우산은 비의 것」, 그리고 지금 제목 중 고민했습니다. ‘생활사’ 같은 경우 제목으로 시집 전체를 가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안 그래도 가진 게 없는 내면인데 조금이라도 숨겨야 하지 않을까 싶었고요. ‘제일 모든 우산은 비의 것’은 말을 뒤바꾸어 보면 너무 쉽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 선택되지 못했고요. 일상의 평범함이 지나가고 있지만, 비를 맞는 그 순간은 운명적인 순간인 것 같아 이 제목으로 고집을 부렸습니다.


Q.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는 ‘비’ 이야기가 특히 많은데요. 시인님께서 직접 시집 속 비에 대해 말해 주실 수 있나요?

A. 특별한 개연성에 대해 말하기엔 저 스스로도 잘 못 찾겠어요. 유독 비가 제게 보였던 시간이 많았고, 어느 순간 비를 바라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비는 구름이었을 때 수증기이고, 바닥에 떨어지고 나면 물인데 순식간에 제 앞에서 비일 때 등장하는 거잖아요. 그게 저를 지나쳤던 과거들이 돌아오는 것이기도 하고, 알지 못하는 미래가 슬쩍 얼굴을 내밀 때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현재와 과거를 이상한 방식으로 기억을 통해 엮어내는 거죠. 그게 제게는 비였던 것 같아요. 알고 있는 과거에 대해 말하는 것이 모르고 있는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를 지나가며 뭔가를 꿰매고 있는 느낌을 비가 주었던 것 같아요.


Q. 시인님의 슬픔은 어떤 것인가요?

A. 증상이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가 아닌 예외적인 상태로, 질병의 형태로 무언가를 돌려놓는 거겠죠. 우리는 늘 조금 우울하고요. 우울을 지워낸 채로 정치적, 사회적 과정으로 나를 돌려놓는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의 한계 때문에 스며있는 슬픔 자체를 편안하게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단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우리는 모두 그런 존재가 아닐까요. 슬픔이나 기쁨을 담고 가는 봉지 같은 존재들 말이죠.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곽문영 시인


곽문영 시인은 2018년 《창작과비평》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Q. DJ 최진영 : 곽문영 시인님과 나눠볼 이야기는 ‘밴드 보컬’입니다. 어떻게 밴드 보컬에 빠지게 되셨나요?

A. 곽문영 시인 : 고등학교 때 만화책을 보고 밴드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천계영 작가님의 『오디션』이라는 만화책이었는데요. 그 만화를 고등학교 때 보고, 너무 멋있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미 학교 밴드부 모집은 끝났을 때여서 관심 있는 친구들을 모아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Q. 밴드에서도 특히 보컬을 하시게 된 이유가 있으시다면?

A. 저희가 파트를 정할 때 의외로 보컬이 인기가 많이 없었어요. 드럼과 기타를 하겠다는 친구들이 있어서 남은 파트가 베이스와 보컬이었는데, 제가 당시에는 베이스가 어떤 악기인지 잘 몰랐었기에 보컬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친구들이 순순히 맡겨주더라고요.



Q. 보컬을 제외하고 가장 자신 있는 파트가 있다면?

A. 가끔 기타를 같이 칠 일이 있더라고요. 소리를 풍성하게 내야 한다거나, 반주처럼 쳐준다거나. 어깨너머로 배워 연습하는 곡만 칠 줄 아는 정도로 하고 있습니다.


Q. 곽문영 보컬리스트의 보컬과 개성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도 밴드를 하고 있어요. 기타를 치시는 분이 음악적으로 기준이 높으셔서 깐깐하고 칭찬을 잘 안 하시는 분인데요. 언젠가 지나가는 말씀으로 성량은 되게 좋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신 걸 보면 제가 성량은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앰프로 나오는 다른 악기들 소리에 묻히지는 않고 잘 들리는 크기 같습니다.




Q. 닮고 싶은 보컬이 있으시다면?

A. 되게 많았어요. 보컬들을 볼 때마다 닮고 싶은 점이 있었는데, 딱 한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꼽겠습니다. 지금 들으면 보컬로서 정교하거나 테크닉이 우수한 건 아닌데, 거칠거나 심드렁한 것 같기도 한 그 느낌 자체가 노래의 정신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서 밴드의 보컬이라면 무릇 이래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문장의 소리 687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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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정리 : 강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