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서시」

 


서시 -김정환

이제는 너를 향한 절규 아니라
이제는 목전의 전율의
획일적 이빨 아니라
이제는 울부짖는 환호하는
발산 아니라 웃는 죽음의 입 아니라 해방 아니라 
너는 네가 아니라
내 고막에 묻은 작년 매미 울음의
전면적, 거울 아니라
나의 몸 드러낼 뿐 아니라, 연주가 작곡뿐 아니라
음악의 몸일 때
피아노를 치지 않고 피아노가 치는 것보다 더 들어와 있는 내 귀로 들어오지 않고 내 귀가 들어오는 것보다 더 들어와 있는
너는 나의
연주다.

민주주의여.

작가 : 김정환
출전 : 『거푸집 연주』 (창비, 2013)

 

 

김정환 ┃「서시」을 배달하며

 

    서시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책에는 서시가 적혀 있습니다. 시집에서 머리말 역할을 하는 시를 우리는 서시라고 부르니까요. 물론 꼭 시집이 아니어도 짧게 쓰인 책의 서문은 종종 시처럼 읽히니까요.
시인이나 작가들이 합의를 한 것은 아니지만 공통적으로 서시는 자기 반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반성인 동시에 다짐의 글이 되기도 합니다. 시인 김수영은 1957년 「서시」를 쓰며 “나는 너무나 많은 첨단(尖端)의 노래만을 불러왔다”라며 반성했고 시인 민영은 역시 「서시」라는 시에서 “나 혼자 남으리라 남아서 깊은 산 산새처럼 노래를 부르리라 긴 밤을 새워 편지를 쓰리라”하는 약속을 합니다. 오늘 배달해드리는 김정환의 「서시」에는 반성과 다짐이 동시에 담겨 있는 것이고요.
새로운 한 해를 내어다보는, 묵은 한 해의 끝에서. 우리는 어떤 문장을 처음 적을 수 있을까요.

 

시인 박준

 

작가 : 김정환

출전 : 『거푸집 연주』 (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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