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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거울' 비평

  • 작성자 Ansi
  • 작성일 2005-08-13
  • 조회수 1,383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안타까움의 이야기

-이상의 ‘거울’ 비평


 시대를 너무 앞서가버린 천재는 ‘현재’에 익숙한 보통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기 마련이다. 한국 문학계의 아웃사이더 이상 또한 그런 환영받지 못한 천재 중 한 명이다. 게다가 현대인의 분열된 자의식이라는 난해한 주제의식은 이상에 대해 다가가기 힘든 관념적 작가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교과서에서 이상의 작품을 만나면 고정관념과도 같은 그의 나른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으레 ‘무력한 지식인의 자아 분열’ 이리라는 단정을 짓는다. 하지만 제 아무리 삐죽이 튀어나온 아웃사이더 이상이라 할지라도 사랑이나 정열과도 같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외면할 수 있었을까? 천재 이상을 넘어 따뜻한 가슴을 지닌 한 명의 청년을 만나기 위해서는 일단 ‘거울’이라는 그의 시를 새로운 각도로 읽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한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일상에서 거울은 대상을 비춤으로써 대상이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그와 비슷하게 이 작품에서 ‘거울’이라는 시어는 그 존재감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하는 ‘애정과 욕망의 대상’, 즉 연인을 상징한다. 화자가 거울 속의 나를 발견함은 사랑하는 이의 존재로 인해 살아 움직이는 자신을 깨닫는 과정이다.

 자신의 맘을 몰라주는 그녀와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한 화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선이 화자만의 섬세한 언어로 그려지면서 서투른 자신의 사랑에 대한 혼잣말이 시작된다. 정열적인 화자의 애정에도 아무 반응도 없는 그녀를 ‘조용한 세상’이라고 하며 투덜대는 화자의 모습은 오히려 귀엽기도 하다.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한 자신의 사랑에 대한 고민은 2연과 3연에서도 드러난다. 귀가 있으나 듣지 못하고, 손이 있으나 악수조차 할 수 없는 왼손잡이인 ‘거울 속의 나’의 모습은 아직 일방적이고 불안한 양상에 놓여있는 화자의 사랑을 상징한다. 가슴앓이 하는 힘든 사랑일지라도 그 사랑을 멈추지 않는 화자의 정열이 귀먹고 악수도 못하는 불구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닐까.

 4연의 시작과 함께 정열로 가득한 그의 사랑이 슬픔과 좌절에서 벗어나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지 않는 그녀로 인해 화자는 항상 마음 아파하지만 결국 그 사랑 덕분에 자신의 존재에 가치가 부여됨을 깨달은 것이다. 비록 완전한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을지라도 거울이 아니었던들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날 수 있었겠느냐는 그의 조용한 읊조림은 열정적인 그의 사랑이 어떻게 존재의 성장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화자는 아직 그녀와 함께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하는 존재로서의 그는 언제까지나 행복하고 영원하기에 외로운 사랑에도 만족하고 더욱 힘을 낸다.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라는 그의 마지막 말에서 느껴지는 묘한 뉘앙스에서 무한한 정열을 담은 자신의 사랑에 대한 어떤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청년 김해경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마저 자아 분열의 어지러운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는 ‘문학 전문가’들의 편견보다는 어느 고등학생의 치기 어린 비평이 죽은 천재시인에게는 더 반갑지 않을까.

An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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