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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 작성자 빵우
  • 작성일 2005-12-18
  • 조회수 3,260

 

 우리가 만화책이나 각종 매스컴을 통해서 공상과학만화라든가 SF영화를 보게 되면, 심심찮게 사이보그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곳에 등장하는 사이보그는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힘과 능력을 발휘한다. 왜냐하면 사이보그는 개조인간, 즉 기계화된 인간이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서 사이보그의 뜻을 찾아보면, ‘몸의 일부나 장기 등을 전자 장치나 기계 등으로 개조하여 생리 기능을 크게 강화한 인간, 즉 개조인간’이라고 나와 있다. 사이보그를 분명히 ‘인간’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렇다. 나는 사이보그를 기계보다는 인간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다른 부분은 몰라도 사이보그의 ‘뇌’만큼은 인간의 그것이니까. 물론, 사람의 몸과 기계는 모든 것에서 확연히 구분되므로 사이보그를 사람이 아닌 기계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뇌는 창조적인 사고(思考)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그밖에, 생명의 존엄성과 영혼에 관계된 종교적인 문제는 논외(論外)로 한다)


 우리 인간의 몸은 한 마디로 말해서 신비, 그 자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의학의 발달로 많은 부분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우리 몸 전체로 봤을 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에 의해 우리 인체의 비밀은 서서히 벗겨지겠지만, 아직까지 기계에 정복되지 않은 몇 가지 신비로움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 인간에겐 오감이 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그리고 피부로 느낀다. 이것들은 단순히 신체의 일부를 이용하여 오감의 기능만 발휘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에 땀이 난다거나, 더위나 추위를 느끼거나 공포를 느끼면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현대의 기계문명으로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한 감각 정도는 오래지 않아 과학의 힘에 정복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또, 인간은 그 어떤 동물도 흉내 낼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울고 웃고 화내고 기뻐하는 등, 말과 표정과 행동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종류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것은 인간의 뇌에 관계된 것이어서 자신 있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기계문명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감정은 우리 인간만의 고유권한이 될 것이다. 지식과 감각은 공유할 수 있어도 감정만큼은 기계가 정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몇 해 전, 주인의 명령에 따라 얼굴 표정이 바뀌는 로봇이 TV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나는 하도 신기해서 자세히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로봇의 얼굴을 둘러싸고 있는 인조 피부를 기계가 당기고 밀고 비틀고 하면서 약간의 표정변화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분야도 얼마 안 있으면 과학에 정복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비록 얼굴의 표정 변화는 흉내 낼 수 있어도 그것들의 주체인 감정까지 정복할 수 있으랴 싶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 칩의 명령에 의해 그냥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우는 인간은, 이미 인간이 아니다. 생각하는 능력과 창조성을 잃어버린, 단지 기계에 불과한 것이다.


 야구광이신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나 또한 야구를 참 좋아한다. 몇 해 전에 잠실야구장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던 애덤 킹 소년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두 다리가 없는 장애아인 그에게 똑바로 서서 공을 던질 수 있게 해준 것은, 바로 과학문명이 가져다준 의족이었다. 나는 TV에서 애덤 킹의 모습을 보고 과학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위대한 과학의 힘이 앞으로도, 신체의 일부분이 없다거나 병으로 죽어 가는 사람에게만 적용된다면, 애덤 킹의 경우처럼 새로운 희망과 생명을 주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의술로써 발달하기 시작한 의족은 앞으로 더 훌륭한 기계다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10km를 10분에 주파하는 강력한 힘을 지닌 다리와 튼튼한 심장, 망원경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눈과 레이더보다 더 정확한 귀, 또는 섭씨 100도 이상의 고열과 영하 100도 이하의 강추위에도 견뎌내는 인조피부 등, 우리 인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 넘는 기계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공상과학 만화에서처럼 전쟁수행능력이 뛰어난 전투용 사이보그 같은, 특정한 분야의 일에 가장 적합하게 만들어진 사이보그가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단순히 생명의 연장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신체 일부분을 기계화하는 것이 아닌, 좀 더 강력해지기 위해서 자기 스스로 신체의 일부를 기계화하는 일들이 생겨날 것이다.

 물론, 그들의 뇌는 우리 인간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이보그를 인간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인간의 뇌만이 인간의 감정과 영혼을 가지고 있으니까. 기계문명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인간의 뇌만큼은 신의 영역이라고 믿고 싶으니까. 하지만, 기계의 힘을 빌어서 본래 인간의 몸보다도 수십, 수백 배를 능가하는 능력을 가진다면, 그건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정신적 능력이 아닌, 육체적 능력으로서 말이다. 사실, 그런 면으로만 따진다면 사이보그를 인간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사이보그를 인간이냐 기계냐 판단할 때, 육체적 수행능력은 따지지 않기로 했다.


 내가 지금껏 얘기한 것은, 말 그대로 공상과학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허무맹랑한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런 세상이 30년 후에 올지, 아니면 50년 후에 올지, 그것도 아님 100년 후에나 올지,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불과 몇 백 년 전만 하더라도 인간이 달을 정복하고 우주여행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서도 상상해보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는지는, 그 또한 미지수다. 현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맞춤형배아줄기세포의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서라도 얼마든지 난치병과 불치병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신체의 일부분을 굳이 기계로 바꿀 필요까지야 있겠는가?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사이보그가 언제쯤이면 탄생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게 아니고, 또 그런 사이보그가 과학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묻는 것도 아니다. 사이보그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인간으로 봐야 하는지 기계로 봐야하는지를 논하자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나는 사이보그를 인간이라 단정 짓고 싶다. 왜냐하면 인간의 주체는 영혼이며, 인간은 영혼과 마음과 몸으로 구성된 3중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영혼이 그 사이보그에 존재한다면, 그 사이보그는 스스로 생각하며 창조할 수 있는 인간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반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모든 장기는 원래의 인간 것이고 뇌만 기계로 교체했을 경우에, 그 누가 그를 인간이라 수용하려 들겠는가? 인간의 신성한 영혼이 깃든 뇌를, 차가운 금속성 기계로 대체할 수조차 없을 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앞으로 정말 사이보그 시대가 도래 한다면, 인간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자기 육체를 기계화하는 인간들이 생겨날까 두렵기 때문이다.


※ 참고서적: ‘선생님도 놀란 과학 뒤집기’ 시리즈 중,

 [인체] 부드러운 톱니바퀴, [뇌] 춤추는 미로.


요즘, 비평글 게시판이 왜 이렇게 허전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한 편 올리오니, 많은 분들의 애정 어린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빵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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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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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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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2-22 16:11:0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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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처럼

    왜 사이보그가 인간인가 하는 논증을 하기 위해, 인간의 특성은 몸, 감정,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전제를 세우고, 그것을 논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예시를 내세웠습니다. 인간의 특성이 몸, 감정, 영혼 이외에도+ 이성..... 따위로 더 크게 범주를 정할 수도 있게지만 자신이 논의 범위를 한정하고 그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 여러 예시를 들어 사이보그의 특성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매우 논리적인 특성이 강한 글이라고 칭찬하고 싶습니다.

    • 2005-12-22 12:16:36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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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처럼

    비평글은 주장하는 글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문제에 관해 하나의 글에서 주장을 완벽하게 펼쳐낼 수는 없지요. 그래서, 자기가 주장하고자 하는 글의 범위를 한정지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글에서도 그런 원리에 따라 '사이보그를 규정하는 관점'에 대해 주장하였군요. 이 글의 결론은 '사이보그는 인간이다.'라는 주장입니다.

    • 2005-12-22 12:16:24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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