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갈등
- 작성자 늘픔린
- 작성일 201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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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39
지난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예전 같았다면 매달 지나가는 14일이었을 그날을 위해 몇일동안 고민하고 설레여했지만 결과는 허무하게 끝난 그날, 누구에게 속시원하게 털어놓을 수도 없고 가만히 있자니 너무 답답해서 글을 끄적였었는데 보름이 넘은 지금은 그때보다 덜 쑥쓰러워 용기내어 올렵봅니다. 같은 십대로서 이런 두근거림을 공감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해서 글 올려요.
[2월 14일 오늘은...]
내가 얼마 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공부방에는 공부방에는 멋진 고등학생 오빠가 있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남자 아이들과 말을 섞어본 적이 없는데다가 성격도 내성적이라 오빠랑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오빠도 조용한 성격에 말도 조근조근하게 하는 타입이라 먼저 장난을 치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같은 공부방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배려를 해주는 것 같았다. 멋진 외모도 그렇지만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들께 허리숙여 꾸벅 인사하는 모습, 수업 후 교실 정리 할 때 솔선수범하며 정리하고 또 나를 도와주는 오빠의 착한 모습에 시나브로 오빠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예전부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죽은 듯이 공부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정말 공부만 죽도록 하다가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에 들어가면 그때 남자친구도 사귀겠다 다짐했는데 사람의 이성과 감성은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그런곳에 신경쓰지 말고 고등학교 입학 준비에 여념이 없어야 하는 건데 이런 곳에 마음을 두고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계속 부정하곤 했다. 그래도 사람이 그 사람을 좋아하면 좋은 것, 맛있는 것 주고 싶은게 사람 마음인지라 나는 남몰래 좋아하는 오빠에게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렛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들키지 않게, 하지만 내가 오빠를 생각한다는 마음은 알 수 있도록 애매모호한 의미이지만 그냥 주고 싶은 마음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날이 오기 전 몇날 몇일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는데 결과는 내가 고민한 그 시간들이 무색할 정도로 허무하고 바보같았다.
무슨 초콜렛을 주어야 할지, 어떻게 건네 주어야 할지... 엄청 고민하고 생각했는데 결국 시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방법은 없었고 수업이 시작 된 후에도, 끝이 다가오는 시점에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하다가 결국 어정쩡하고 이상하게 주고 말았다. '내가 결국 이럴려고 지금껏 고민하고 걱정했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거기에 투자한 돈 그리고 그 동안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던 시간들, 내 생각을 모두 메우고 있던 시간들이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나는 공부방에 같이 다니는 오빠들 중에 내가 마음에 드는 한명의 오빠한테만 주고 싶었는데 그 오빠와 늘 함께다니는 그오빠 친구에게 예의상 같이 주지 못한게 또 온종일 신경쓰였다. 하지만 '나는 그 오빠한테만 관심있고 주고 싶었던 건데 내가 왜 그 오빠 친구 마음 걱정을 온 종일 하고 있나'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오빠만 안주면 속상할테고 씁쓸하겠지만 나는 '그 오빠 친구는 별로 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걸 어떡해.... 안타깝지만 어떡해.... 그리고 내일이나 다음에 주면 되는 거지 뭐.... 원래 계획은 그 오빠만 줄거였으니까.. 너무 크게 개의치 말자....'라고 생각하며 더 이상 그 부분은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원래 줄 때도 몰래 "운동하고 나면 배고프지 않아요? 운동 끝나고 드세요."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왜 그러지 못하고 손가락으로만 말했을까? 오빠가 내 옆에 앉았을 때 바닥에 쓰윽 내려놓은 후 손가락으로 초콜릿을 가리키며 아무말 못했던 나를 생각하면 그랬던 내가 너무 바보같았고 멋지게 주지 못한게 너무 후회가 되었다. '말은 못했어도 수줍은 듯 주었더라면 괜찮았을텐데' 싶었다. 누가볼까 주변눈치보며 얼렁뚱땅 주었던 내 모습이 수줍은 소녀 같지도 않았을 거란 생각에 또 후회가 된다.
이렇게 생각했으면서도, 이렇게 행동했으면서도 '나는 나중에 멋지고 좋은 남자친구 사귈거니까 지금은 아무런 감정 갖지 말자. 그냥 그 오빠가 착하고 멋있는 것 같고 좋을 뿐이야. 좋아하는 거 아니고 그냥 관심있는 정도일 뿐이야. 오랜만은 아니지만 나의 엔돌핀 자극제라 생각하자. 딱 그정도로만... 요즘 너무 그 오빠만 생각해서 공부에 집중이 안되잖아. 온종일 그생각 뿐이잖아...' 마음속으로 수십번 다시 생각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말처럼 쉽지 않았다.
'지금 내가 얼마나 바쁜 시기인데 그런걸 생각해.... 그냥 오빠가 와서 얼굴보면 기분 좋고 목소리 들으면 기분 좋고. 그 정도만 하자.. 오기 전부터 언제 올까 설레여 하고 문 열릴 때마다 혹시...? 하며 두근 거리지 말자. 어떤 옷을 입고 가야 예쁠까 하며 몇십분이고 거울앞에서 고민하지 말자. 그냥 내 모습 그대로만 내놓고 나 혼자 그 순간 순간만 좋아하면 되는 거지. 그 오빠가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 혹여 좋아한다 하더라도 나는 모른체 할거니까.... 대학교 가기 전에는 사랑같은거 하지 않기로 다짐했으니까, 대학교에서 좋은 남자친구 만들기로 다짐했으니까. 그때는 내 마음 이끌리는데로 하고싶은 데로 마음껏 해도 되니까 그때 까지만 참는 거야. 그때가 비로소 순수하게 사랑할수 있는 거겠지....'하고 또 나를 달래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의연해지자. 남자본거 처음인 애처럼 몇번보면 나홀로 사랑에 빠지는 미련하고 바보같은 짓 더이상 하지 말자.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거 웃기고 안쓰러울거야. 그오빤 나한텐 관심도 없는데 나만 그오빠한테 온신경 곤두세우고있는거 서럽고 억울할 거 아냐. 물론 내가 여유있고 시간이 많다면 그런 건 좋은 경험일 거야. 사랑하는 마음 갖고 있는거 정말 즐겁고 설레는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 일분일초도 아까운 고등학생이야. 그런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되는거야. 나중에 여유가 생기고 시간이 생기면 그 때 마음것 하자. 괜히 반도체고 같은데나 갔더라면...이런 필요없는 생각은 집어치우자. 나는 가고 싶은 학교가 확실히 있고 꿈이 확실히 있는데 그런 생각하면 어떡해.... 반도체고나 나와서 직장생활해서 그런 사람만나서 살래...?그게 좋아보여? 내가 지금 이런곳에서 그런 것들만 봐서 그렇지 눈을 더 키우고 세상을 더 넓게 보면 정말정말 완벽하고 그런것들과 비교도 되지 않는 멋진 사람, 환경 많이 있을 거야. 그런것들을 보고도 그런게 눈에 들어온다면 그게 정말 좋은 거구나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마음을 쏟으면 되는 거고.... 지금은 세상 보는 눈도 작고 하찮은 곳에 있으면서 그게 세상의 전부인 양 생각하며 거기에 매달리지 말자. 물론 지금까지 내가 본 세상은 여기가 한계니까 여기가 멋지고 좋아보일 수 있어. 무조건 미래만 생각하며 이곳을 밀어내라는 말이 아니야. 지금 이순간을 지금 이 마음으로 사랑하고 관심을 갖되 딱 그정도로만 딱 그때만 신경쓰자는 거지... 내 온시간을 다 받쳐서 , 내 온 마음을, 내 온 신경을 거기에 쏟아 붓지 말자는 거야. 나는 더욱더 가치있고 멋진 학생이고 잘난 사람이 될거니까. 그런 사람이 되고도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보고도 이곳이 여전히 멋있고 좋으면 더 이상은 관섭하지 말자. 마음 이끌리는대로 그대로 행하자.
그냥 티비에 연예인 나오면 오 멋있는데? 오 예쁜데? 이정도로 잠깐만 시선 멈추고 바라보듯이 그 오빠가 내곁에 스치면 잠시 행복감과 설렘을 느낀 후, 티비를 끄면 깨끗이 잊듯이 잊어버리자. 나중에 다시 우연히 티비를 틀다 그 연예인이 나오면 어 걔나온다!하면서 다시보듯이 그 오빠가 내 곁을 다시 스치면 그 때 또 다시 설렘과 행복감을 느끼고 끝나면 되는거야... 언제 올까, 이쯤이겠지....난 어떻게 해야하나.. 이런거 생각하지말자. 그 연예인 언제 또 티비에 나오나 스케쥴표 찾아다니고 방송 시간 맞춰 티비 앞에 앉아 기다리고,....이런거 바보 같잖아....
오늘도 그냥 내가 초콜렛 주고 싶어서 준 날, 그냥 조용히 멋지고 예쁘게는 아니지만 그냥 건네 준 날이라 생각하고 여기서 끝내자... 더 이상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 계속 생각 할 것도 없이... 매순간 생각 할것도 없이... 생각의 매듭을 짓고 끝내자. 여기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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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네, 당시엔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힘들기도 하지만 지나고 나면 행복했던, 웃음이 나는 추억이 되는 것 같아요
역시 사랑이야기는 언제봐도 재밌어요ㅋ 시간이 흐르면 다 추억이 되겠죠?